강애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밤늦게 과외하고 돌아오던 옥수수 밭길. 구름 낀 하늘 보고 또 보면 달이 나를 자꾸 따라왔지. 달걀귀신보다 무서운 건 구름 속에 숨은 둥근 달. 난 가방을 돌리며 검정 운동화 공중으로 날리며 집으로 뛰어갔지. 늘 겁이 많던 나에게 외할머니가 깽깽 할머니 이야길 들려주던 생각 하며 무서움을 이겼지.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굴러간 홍시가 아까워 더듬더듬 찾았다지. 어두운 마당에서 달기 똥이 홍시인 줄 알고 드셨다던 깽깽 할머니. 퉤퉤 뱉어버렸던 달기 똥 이야기에 마당 앞 감나무도 우스워서 흔들흔들했다지. 그 생각에 무서움이 싹 가시게 했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르면 뒷산에 부엉이 울고 여우 소리 깊은 메아리로 합창했었지. 어두움이 깊어갈수록 오솔길에서 달걀귀신 쫓아낼 보름달 빛에 기대며 길 따라왔어. 동구 밖 흰 저고리 입은 외할머니 마중 나오던 감나무 밑은 언제나 환한 등불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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