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제10회 한카문학상 산문(수필)부문 버금상
제10회 한카문학상 산문(수필)부문 버금상
언젠가부터 며느리였던 나는 시어머니가 되었다. 시어머니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던 나.
삼십 오 년 전 외아들에 홀 시어머니와 11년을 함께 살면서, 심한 치매로 2년간을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요양원이 없던 시절 심한 치매가 온 시어머니를 젊은 내가 모시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어머니는 나를 미워하고 나는 어머니를 미워해서 서로 벌을 받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조차 했었다. 그런 어머니를 보내고 왜 그리 슬펐는지 한없이 소리를 내어 울었던 생각이 난다.
내가 사랑받으려 해도 사랑을 줄 줄 모르시던 시어머니. 어미야 소리도 못 하고 ‘야’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였다. 어미야 소리가 듣고 그리 싶었던 나는 땅속에 어머니가 묻히시던 날. 울고 있던 내게 환청처럼 허공에서 ‘어미야’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생각이 난다. 그렇게 부를 리는 없겠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마지막 영혼의 소리였다고 느꼈었다. 아마도 사랑을 받고 싶었고 사랑을 모르고 가시는 어머니가 슬프고 가여운 마음이었는지도…
그건 아마도 미운 정이었을 것이다.
옛말에 며느리적 작대기로 맞은 시어머니, 제 며느리 홍두깨로 때린다고 했지만, 나의 며느리는 홍두깨가 아닌 내가 그리도 그리워한 사랑의 마음을 주리라. 늦복인지 요즘 신세대 같지 않은 심성 깊은 며느리가 내게 왔음이 참 좋다. 내가 부족한 것을 지혜로운 며느리가 헤아리고 있으니 말이다.
며느리가 시집오던 날 나는 딸을 하나 새로 낳았다고 생각하려 마음먹었다. 방금 태어난 갓난아기가 뭘 알겠나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안 사랑으로 곱게 키우면 정말로 딸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며, 나의 시어머니가 하지 못했던 사랑을 듬뿍 주면서 말이다.
세월을 훌쩍 넘겨 십 오 년 그 약속은 서로 잘 지켜진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얼굴 붉히며 서로의 의견이 엇갈린 일이 없으니 며느리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섭섭한 것을 풀지 못하고 저축하듯 마음에 쌓으면서 살았던 나의 며느리 시절. 지나간 젊은 시절을 며느리에게서 엿보며 참으로 잠깐 사이 역할이 바뀌어 있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를 많이 닮은 나의 며느리
"어머니 차 한 잔 하실래요?"
나의 빈 마음을 잘 아는 며느리. 며느리가 사준 보라색 버블 티에 빨대를 꽂아 아이처럼 빨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어른스럽게 작은 것이라도 챙겨 주려 하는 며느리의 착한 마음을 안다. 며느리하고 있으면 나이 먹은 내가 더 작아지는 것만 같다.
요즘 세대 무조건 시어머니를 싫어한다 던데, 속 깊은 며느리를 보면서 나이 들어 가면서 큰 복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 내가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내게 말을 하는 며느리.
"그래 그렇게 할 게, 너도 내가 혹여 섭섭하게 하는 것이 있거든 말해 주렴"
시어머니와 며느리 남남으로 만났기에 서로의 마음을 조심하며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잘잘못 따지는 말 대신 고맙구나! 예쁜 며느리 수고하는구나.
섭섭해도 절대로 내색하며 시어머니의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되는 관계, 그것만 잘 지키면 깨지지 않는 행복한 고부간이 될 것이다. 이제 며느리와 나는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까지 온 것 같다.
늘 아들과 손자를 위하여 애쓰는 예쁜 며느리, 오늘도 고생이 많구나! 어미야 고맙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순이 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