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힘들게 보낸 한 해였다. 사람들은 2020년을 최악의 한 해였다고 했다. 코로나가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수없이 많은 가정을 해보기도 했다.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러한 가정은 내 삶 안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두 갈래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방황하는 것처럼 내가 선택한 길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예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휘재가 두 갈림길에 놓인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린 코너가 있었다. “그래 ! 결심했어.” 라는 유행어와 함께 ‘TV인생극장’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의 이야기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두 개의 달라진 삶을 비교해가며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순간적인 선택에 따라 인생이 어떻게 바뀌어 질 수 있는지 늘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또, 기억나는 영화는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이다. 주인공이 지하철의 문이 막 닫히려고 하는 순간 영화는 2개의 타임 라인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하나는 닫히려는 지하철 문을 비집고 들어가 탑승을 하게 되고, 다른 하나는 지하철에 탑승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생각해 보면 하루 중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인생은 극적으로 엇갈리게 된다. 위의 TV 쇼나 영화의 예에서처럼, 나도 살아오면서 만약 내가 그 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바뀌어져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은 어떻게 흘러 갔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끔씩 후회나 책망을 할 때도 있다. 주어진 현실을 가정법을 써서 애써 부정해 보려고 하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희망뿐이었고, 내가 애써 무엇을 해보려고 시도해 보진 않았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이 세계의 석학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와의 코로나 해법을 다룬 ‘미래 수업’이란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다음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절실한 때입니다. 14세기 흑사병,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최근 사스와 메르스까지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질병과 싸워왔지만, 항상 해결책을 찾았고, 극복해 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해 낼 것입니다. 코로나 19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을 열고 협력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자명합니다.”
나도 내게 닥친 현실만 탓하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힘들다고, 불평만 했었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의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 말 뒤에는 반전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2021년 새해에도 여전히 코로나의 영향으로 당연한 것들을 할 수 없고, 평범했던 하루의 일상으로 되돌아 가기 힘들 수도 있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는 잘 될거라는 희망과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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