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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그리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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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4-27 17:00

권순욱 /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여간 급한 볼일이 아니면 거의 두문불출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집사람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끼니마다 음식을 장만하는 것을 곁에서 엿보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옛날에는 대부분 전문 요리사들이 여자분들이었는데 요즘에는 남자분들이 많다. 남자 유명 세프들이 칼을 들고 요리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인다.  백종원의 3 천왕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맛집 음식들을 자신만의 풍부한 경험과 살아있는 표현을 통해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에버그린 아카데미 프로그램 중에 남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심플 요리 강습 있었다. 나도 클래스에 참석하여 10차례에 걸쳐 요리 강습을 받게 되었다. 결혼 직접 요리를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드디어 집사람 앞에서 요리 솜씨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심플 요리반에서 배운 레스피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시도한 요리였으나 결국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만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우리의 음식문화에는 손맛에 대한 뿌리 깊은 신념이 있다. 유난히 손을 많이 쓰는 한식의 조리 과정 때문인지, 우리는 흔히 손맛이란 말로 어떤 이의 솜씨를 이야기하곤 한다.  손맛 국어사전에서는음식을 만들 손으로 이루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사전에는손맛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로 손맛은 오랜 경험에서 얻은  () , 마음의 , 정성(精誠) 맛이라고 하여 한국 요리에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무슨 요리 이야기만 나오면 심심치 않게 누구의 손맛이 좋고 손맛이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정해진 계량에 근거하기보다 경험과 감에 의지하다 보니 세계로의 진출에 장애가 된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는 사실이다. 사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손맛이란 위에서 설명하는 정량화되지 않은 요리법이나 요리 개념의 통칭이라기보다, 음식솜씨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 사람의 손맛이 좋다. 집의 손맛은 특출하다는 것은 대개 사람() 요리 솜씨(재료와 노하우를 통틀어) 좋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정말 유명한 요리사인가를 살펴보면 어떤 재료를 줘도 그걸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유능한 요리사이다. 집에 있는 그저 없는 것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끌어모아서 여기에다 뭐를 더하고 어떻게 맛을 내는가를 알고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보노라면 참으로 멋진 요리사의 면모를 생각나게 된다.   광경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우리 인생도 비슷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똑같은 인생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주셨다. 시간이라는 요리재료, 인생이라는 요리재료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지혜라는 조미료도 함께 주셨다. 누군가는 부와 명예와 권력 소위 세상에서 금수저라고 하는 좋은 조건들을 가지고도 아름다운  인생을 요리하는 실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시간이라는, 인생이라는 요리재료에 지혜라는 조미료를 하여 나름대로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노라면 참으로 멋지고 의미 있는 인생임을 엿볼 있다.  그런가 하면 이에 더하여 주어진 환경과 때를 수용하는 것이 인생 요리에 필요한 요소가 때가 있음을 보게 된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그래서 마라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라토너들의 경기를 지켜보노라면 가지 유형들을 보게 된다.  빨리 뛰어야   빨리 뛰고, 천천히 뛰어야 천천히 뛰며 주어진 환경과 때를 조정하는 사람,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고 승리하는 사람이다. 무작정 달리는 사람, 마침내 힘이 빠져서 정작 뛰어야 뛰지 못하고 포기하는 선수들을 보게 된다.


가장 훌륭한 선수는 사람을 보지 않고 내가 방향을 보면서 내가 준비했던 대로 패스를 지키며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또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그저 사람이 빨리 뛰면 나도 빨리 뛰고 사람이 천천히 뛰면 나도 천천히 뛰며 사람을 따라서 가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생체리듬과 자기의 생체리듬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생체리듬, 바이오리듬은 인간은 누구나 출생 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신체 내부에서 시작되는 신체 리듬, 감성 리듬, 지성 리듬의 3가지 리듬 곡선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저마다 주어진 시간이라는, 인생이라는 요리재료와 함께 개인의 생체리듬을 활용하여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멋진 요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데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우한폐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을 공포감으로 몰아가는 척박한 시대에 혼자만의 공간에서 인고의 시간을 가다듬어 나름대로 고독감을 극복하고 엄청난 역병으로부터 속히 회복되어야 생명과 평화의 들녘, 화창한 4월의 청명한 하늘을 함께 수놓아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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