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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문협 주최 제8회 '한카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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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3-16 16:15

이원배 / 한카문학상 심사위원장


          

  요즘 대세 프로그램인 ‘미스터 트롯을 보면 ’신인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출연자 대부분이 청년층이고, 심지어는 소년들도 있다. 트롯음악이 한 물 간 어른들의 노래인양 잊혀지는가 했더니 TV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참 고무적이다. 마찬가지로 원고지대신 컴퓨터로 쓰는 문학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대의 사건과 사상과 사람을 표현하는 문학은 소위 ‘밥도 떡도 생기지 않는’ 힘든 예술이지만 그래도 도전은 이어진다. 종국에는 경연에서 떨어지더라도 마치 우승이라도 할 기세로 열심히 노래하는 트롯 경연 참가자들 같이.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 한국문협의 제 8한카문학상에 도전한 모든 분들에게도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직은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엮인 고뇌와 창의성이 미쁘다. 문학동인으로써 함께 할 미래가 기되 된다. 당선자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응모자 모든 분께 격려와 희망을 드린다.



{작품 별 심사 평}



<운문부문>

다섯 분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운문부문에서는 으뜸상을 선택하지 못했다. 개개의 문학적 취향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종합평점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심사위원들의 개별적 평을 호, 불호로 나눠 동시 비교해 본다.


[버금상]() “땅이 아프다” / 박혜경

시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같은 사실도 낯 선 방식의 어휘를 선택하여 다듬는다면,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땅이 아프다'는 명료한 주제 의식을 통해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건축물을 통하여, 파괴되어가는 아픔을, 시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문맥의 구성이 좋다는 것은 좋은 시의 씨앗이 되고 참신하다는 뜻도 된다따뜻한 인간애의 기틀을 마련하는 알토란 같은 시를 기대한다.


[버금상]() “내려 놓음” / 유진숙

주제는 '내려 놓음'이다. 사용한 시어를 보면 '가슴속의 분노/피 눈물/구겨 넣은 바람/두려운 아픔/세월의 퇴색' 등의 표현이 독자를 붙잡기에는 좀 나약하다는 생각이다. 시는 제목이 50%, 시의 첫 행과 내용이 나머지를 차지하는데, 가슴속 응어리를 좀 더 적극적 제목이 아닌 '내려 놓음'으로 뽑은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적절한 詩語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돋보인다자연환경이 좋은 캐나다이니 소재의 다양성을 기대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버금상]() “고구마” / 김성남

시의 가능성을 보건대평범한 주제로 모성의 그리움을 여백과 생략을 통해 화자의 의미 전달을 확연하게 보여주려 했다어머니는 나중에 찾아올 자식을 생각하여 가마솥에 미리 고구마를 준비하고 목이 멜까 봐 동치미까지 준비하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가슴 속 자식 사랑이 절절히 엿보인다덧붙인다면 운이나 음률성을 부여하였기에 읽는 이의 성급한 지루함을 덜어주었고, 마지막 연에서 진한 감동을 주었기에 무한한 재능을 감지한다앞으로도 감성이 풍부한 시를 통해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詩作을 기대한다.

 


   <산문부문>

   문학인들 중에 한 우물을 파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우물을 파는 사람도 있다. 굳이 어느 편이 좋고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한 분야에 특화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함으로써 사유와 묘사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한카문학상응모가 대부분 시나 수필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금년에는 평론작품이 응모되어 반가웠다. 평론은 문장력과 함께 객관적 사고가 요구되는 분야다. 자칫 잘못하면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어 분쟁이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이런 요인을 잘 피해가며 차분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평론작품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점을 주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이지만 좋은 수필은 그냥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향기가 있으되 진하지 않고, 소리가 있으되 요란하지 않으며 아름다움이 있으되 천박하지 않아야 한다. 일정한 요건과 수준을 가진 응모작들을 읽고 다시 읽기를 몇 차례, 주제에 부합되는가? 특징이 있는가? 어휘가 물 흐르듯 하는가?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가에 주안을 두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읽는 재미가 부족하였으나 창작열정에 더 나은 평가를 하였다.


[으뜸상](평론) “사색의 미학-그 숲의 비밀” / 이명희

신용목 시인의 시 ‘사색의 미학-그 숲의 비밀'에 대한 평론이다. 결코 평범한 수준의 글이 아니다. 오랜 독서와 사색, 습작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다만 텍스트 내에서 분석을 시도하며 많은 담아 내기를 한 부분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구성상의 내용이 다소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엿보이는 기법으로 비약되어 초점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사유의 비약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비약되고 수필 쓰기처럼 자신의 일반적인 느낌과 조우하여 핵심을 추스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평론이라면 하나의 분석틀이 전제되어 여기에서 자신의 논리와 사유를 풀어 분석하는 것도 일종의 한 방법이다. 응모자는 이를 실현할 충분한 가능성과 능력이 있으리라 생각된다대어(大漁)를 낚은 듯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이 기대된다.


[버금상](수필) “고난” / 한승탁

수필은 ‘사건’과 ‘사유’가 적절히 배합되어야 한다. 배분율은 작가에게 달려 있으나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하면 독자들은 철학서적을 보는 듯 싫어하고, 사건만 나열하면 신문기사 보듯 해서 좋아하지 않는다. ‘고난’은 너무 사유에 치우치다 보니 읽는 재미가 덜해졌다. 독자들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엿보고 싶어 한다. 이런 점에서 동 작품은 약간 아쉬움이 있다. 허나 사건의 전개라는 양념만 첨가되면 맛 갈 나는 수필이 될 수 있고, 그런 가능성도 충분히 보인다. 작품발표 시는 약간의 수정을 거치겠지만 단락 나누기도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소함은 향후 본 문협과의 활동을 통해 개선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다만 역동적인 문장력은 향후를 기대하게 한다.


[버금상](수필) “정보사회와 대화상실” / 김의원

공교롭게도 수필작품에 당선된 두 응모자는 모두 이공계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공계 전공자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치는 수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인문계 전공자에 비해 다소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론적, 객관적 글쓰기의 습관 때문이다. 연륜에서 오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의 내용이나 어휘력이 점점 좋아질 것이다. 문장력과 정확한 표기력은 작가의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고, 좀 더 눈을 돌려 소재를 찾다 보면 마음을 울리고 재미도 있고 귀감이 되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으리라 본다. 모든 사물을 ‘눈으로’ 보다는 ‘가슴으로’ 보는 감성을 키운다면 정연한 문장구조가 ‘맛’을 더하는 훌륭한 수필가로 거듭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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