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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에게도 행운의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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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11-04 11:17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은퇴하게 될 즈음에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옆 집 선배 간호사가 자기가 속해 있는 Fitness Class를 소개해 주어 웨스트 밴쿠버 씨니어 센터에 발을 디딘 이래로 열심히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몇 년 후에 버나비로 이사한 후에도 이곳 본저(Bonsor  Re.) 레크레이션 센터로 옮겨서 지금까지 17년 째이다. 음악에 맞추어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인도자의 여러가지 동작을 따라 한다. 준비 운동으로 시작해서 약 30 분간 심장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율동식의 움직임을 하고 나면 자기에게 맞는 무게의 아령 한 벌씩 들고 이박근 삼박근을 위한 상체 운동을 한다. 다음에는 밴드를 이용해서 당기기를 얼마동안 하고 나서 매트를 깔고 눕는다. 잠간이지만 등이 매트에 닿는 순간 ‘아~~’하며 편안함을 느낀다. 그것도 잠시, 다음 동작을 따라해야 하는데 쉬운 게 아니다. 목과 허리가 약한 나는 반듯이 누운 자세로 상체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일이 제일 힘든다. 음률 따라 움직이다 보면 처음엔 나란히 서서 시작한 각자의 위치가 조금씩 흐트러진다. 그런데 어떤 이는 아예 남의 줄로 옮겨 서서 주위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움직인다.  Line Dance 라고 하는 운동도 있다. 말 그대로 줄을 잘 맞춰서 움직이는 운동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줄로 서서 앞으로 뒤로 또 양 옆으로 움직이며 돌기도 하다 보면 보폭에 따라 자리가 바뀌어 버린다. 게다가 운동 신경이 둔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 오른 쪽으로 움직이는데 반대로 가고, 올릴 때 내리고……어쩔 수 없나 보다. 오늘도 내 줄이 흐트러졌다.
    
    줄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악기들이 많다. 성경에 나오는 비파와 수금을 비롯해서 현대의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는 여러 종류의 현악기 외에도 한 줄 짜리로부터 시작해서 줄로 소리를 만드는 악기들이 많이 있다. 바이올린의 대가 파가니니의 일화가 있다. 그가 어느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는데 마지막 장을 하는 중에 줄 하나가 끊어졌다. 청중들이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는 남은 줄로 태연하게 연주를 계속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했으면 줄이 이어서 하나씩 끊어지고 마지막으로 한 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남은 한 줄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청중들의 환호와 함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앙콜 소리에 그는 바이올린을 번쩍 쳐들고, “Paganini and one string!” 이라고 외치며 앙콜곡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가운데 한 줄 밖에 남지 않은 시기를 경험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한 줄이라도 남아 있음을 감사하고 그것을 파가니니처럼 잘 다루어서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줄에 관한 어느 분의 간증이 떠오른다. “이 줄을 잡아라 ”의 저자 이신 고 원충연 대령님(1912-2004)의 이야기다. 군사혁명 이후에 군은 군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어떤 일을 계획하던 중에 한 밀고자에 의해 사전에 발각되어 구속됐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극심한 고문 끝에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거의 죽음을 눈 앞에 느끼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어머님을 생각하며 회개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천정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의아한 순간에, “이 줄을 잡아라.” 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고 꼼짝 할 수 없었던 몸에서 갑자기 힘이 솟아 그 줄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다시는 이 줄을 놓지 말찌니라.” 라는 두 번째 음성이 들리며 아픈 몸이 완전히 회복 됐고 그 밧줄을 잡고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말씀을 책을 통해서 뿐 아니라 후일 동문들의 초청으로 밴쿠버에 오셨을 때 하룻밤 집에 모시고 감동적인 시간을 가진 일이 있었다. 
 
    대개 모범생들은 줄을 잘 서고 학급에서 줄반장도 한다. 사회 생활할 때에도 자기 줄을 잘 지키며 나아가야 밝은 사회가 되리라. 이런 일도 있었다.  아들들이 중학생일때 한국 여름학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프로그램을 잘 마치고 돌아오는 날 오후, 공항에 너무 빠듯한 시간에 도착했다. 카운터에 이르렀을 때는 탑승권 수속하는 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우리 차례가 됐을 때는 Over Booking된 관계로 좌석이 다 차버렸 단다. 그러나 화가 복이 되어 우리 세 식구를 이등석에 태워준다는 것이었다. 늦었기 때문에 줄 끝에서 얻은 행운이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등석을 타고 비행해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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