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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국문인협회 캐나다지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3-25 09:39

김해영
               
그 순간을

하냥 기다렸습니다

 

온 몸을 불태울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가난의 적삼을 벗고

풍요의 외투를 걸치는,

무명의 낯에

화사한 시인의 가면을 쓰는,

뭇사람이 우러르는 하늘만큼 드높고

거룩함에 이르는 순간을 평생 소망했습니다 

 

삶의 철로는 녹녹지 않고

여전히 인생 기차는 덜컥거리기만 합니다

이름없는 간이역에

문득 멈춰설 수도 있겠다고 싶은 순간

녹슨 바퀴가 일으키는

게으른 바람에 작은 풀꽃 흔들립니다

그저 존재만으로

누더기진 인생을 어루만지는 저 미소…

아, 저 순수를 만나러 달려왔나 봅니다

 

작은 존재의 의미를 만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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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 에브리원! 마이 네임 이즈 H. 청년기의 황금 같은 5년, 캐나다 각 분야 지도자를 소리 없이 양성하기 위한 이곳에서 함께 뒹굴 제군들의 첫 수업을 맞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17대1, 세 단계의 어려운 관문을 뛰어넘은 호기심 가득한 여러분들을 위한 이 수업은 푯대를 향한 문학적 접근이 아닙니다. 수천 년 전의 수사학적 접근을 현대에 시도하는 실전 훈련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표현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질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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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말 2019.10.07 (월)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지난해 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던 터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조금은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불쑥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했던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먹거리들을 사러 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카트에...
윤의정
가을 철암역 2019.10.07 (월)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열세 살 그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혹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했는데어느 날 도시락을 싸 들고 우리들 창자보다 긴 터널로 떠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공복인 듯 탄가루 먹은 하늘은 검은 연기로 쏟아지는데전설처럼 푹푹 쏟아져 내리는데아버지...
이영춘
긴 열차가 깊은 산속을 느릿느릿 달린다.나이가 들어 석양이 지척인데 느긋이 앉아 기차여행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기차가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것은 산이요 호수요 들판이다. 전망 칸이 4개, 식당차가 2개, 침대칸을 포함하여 모두 25개의 차를 연결하였다. 대륙을 관통하는 VIA Rail 열차다.밴쿠버의 산군 10명이 의기투합하여 지난 3월부터 준비해온 여행이다.9월 첫 주,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산야가 싱싱한데 열차는...
늘산 박병준
  우리 집 패밀리 룸은 정남향이고 동쪽 서쪽 남쪽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밤이 아니면 늘 환하다. 여기서 뜰을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이 강렬하고 무더운 여름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유리창 가리개를 젖혀 놓고 산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우리는 할 수 없이 패밀리 룸 한쪽의 블라인드를 창틀 아래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바로 새들 때문이다. 옆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앵두같이 작고 빨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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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첫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순수다첫 사람을 만나고첫 경험을 나눌 때 빛났던 태양흠하나 없이 하얀 날은 순수의 첫 날이었다 영원을 꿈꾸던 순수는 말간 물거품으로 날아갔다 해도그늘을 두지 말거라 그늘이 없는 하늘은 어지럽다봄날은 늘 그러했듯이 바람 부는 곳으로 가고가고 보면 오는 것이 쓰다 할지라도그리하지 아니할지니사람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별은 왜 눈물을 흘릴까첫눈 내리는 강변에서 피리를 불자 순수를...
추정강숙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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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자
티하우스에서 2019.09.30 (월)
쓰러진 나무들 그대로 누워물속에 스며드는아그네스 호수잔잔한 호수 물결이찻잔에 흔들리면비하이브 산 아래산새들 울음소리찻집 지붕에 매달린다카모마일 차 한잔의 향기로저 아래 세상일 잊어버리고젖은 잎새 돌아가는 바람 한 점줄 다람쥐 꼬리에 머무는티하우스의 오래된 풍경
신금재
노년의 멋 2019.09.23 (월)
  성경의 시편에 사람의 수명이 70세요, 강건 해야 80세를 산다고 했다. 나는 올해 산수(傘壽)를  넘어 3년을 더 살고 있으니 하나님으로부터 강건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생물학적 통계를 보면 사람이 생장 연수의 여섯 배, 즉 120년을 살 수 있다고 했고, 성경 창세기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120년은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고, 12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듯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심정석
풍 경 2019.09.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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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어머니의 노래(1) 2019.09.23 (월)
1   책을 펼치니 세미한 향기가 풍겨 난다. 책갈피 사이에 눌려 있던 은방울꽃에서 나는 향기다. 새삼 그날의 햇볕과 바람까지 향기로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랬다. 그 날은 참으로 맑고도 밝은 날이었다. 바람까지 살랑대어 기분 좋게 가을 내에 흠씬 젖게 했다. 눈앞으로는 황금 들녘이, 들녘 끝으로는 아슴하니 바다가 보였다. 어머니가 계시는 곳, 어머니 묘소의 벌초를 하던 날이 보랏빛 여운을 안은 채 책갈피 속에서 눌린 은빛...
최원현
난 하루 중 10시간을 메이플하우스에서 보낸다. 그곳은 남편이 4년 가까이 살고 있는 요양원(널싱 홈)이다. 써리에 위치한 요양원은 하나의 건물 안에 메이플 하우스를 포함한 8개의 집으로 나누어져있다. 약 200명의 사람들이 기거한다. 건축한지 12년 되어 아직 깨끗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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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속의 사랑 2019.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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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은 카나다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미국의 제품들을 카나다로 갖고 오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 국경을 넘나드는 일은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고속도로와  주변의 환경은 매우 친숙하여 딴 나라 같지 않다.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 I-5고속도로 Exit...
김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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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
전성기 2019.09.09 (월)
벌개미취는 연보라색의 꽃이 피는 여름 꽃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꽃으로 가늘고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나서 가운데의 노란 술을 동그랗게 둘러싼다. 봄과 초여름까지 풀처럼 낮게 지내다가 여름의 뜨거운 볕 아래서 줄기가 길게 올라오고 그 끝에 꽃봉오리가 달리기 시작한다. 장마가 지나고 꽃이 버텨낼까 싶은 높은 온도가 되면 봉오리가 벌어져 소국처럼 생긴 예쁜 꽃을 피운다. 벌개미취는 생명력이 강해서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금세 군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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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2019.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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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조
  기억은 무엇이고 추억은 또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본다. 다 같이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일임엔 틀림이 없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누구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부모가 누구이고 내 형제를 알아보고 내가 살아온 고향,...
김베로니카
무릎의 용도 2019.09.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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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버티고(Vertigo) 2019.09.03 (화)
아이섀도우를 바르는 손끝이 떨렸다. 눈썹을 너무 치켜 그리면 팔자가 드세 보인다는 말이 생각나서 다시 눈썹 끝을 얌전히 주저 앉혔다. 헤어스타일은 또 어떻게 하나, 미용실에 가면 한 오 년쯤은 젊어 보이게 해 줄텐데…. 망설여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분에 신경이 쓰였다. 얼굴은 얼굴대로 굵은 허리는 허리대로 여기는 어떻게 할 거냐며 한꺼번에 내게 보채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이 모든 휘둥거림은 며칠 전 받은 전화에서부터...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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