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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7마일: 미국

이순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9-11 17:0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우리 부부는센 프란시스코 큰 딸집에 여행가 있었다남편의 생일인 토요일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났다사돈내외분과 점심 약속이 있고점심 후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 한다 해서나는 딸보고 “점심만 하고 돌아오자고” 약속했다딸은 불란서 여행으로부터 돌아와 쉬지 않고 매일 같이 퇴근해 오면 곧 바로 우리 태우고 구경시키느라 돌아다녀 많이 피곤해 보였다오늘도 집에서 쉬자고 애원하다시피 했건만 “주말에는 시어른 찾아뵈어야 한다기에” 출발하여 산타클라라의(Santa Clara)사돈댁에 갔다오랜만에 반갑게 만나 밀린 사연도 나누고 즐겁게 식사도 끝났다두 내외분은 건강이  양호한 편은 안이시라 염려했는데 생각보다는 밝은 모습을 뵈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후일을 약속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어졌는데 딸은 먼 길 온 김에 가야한다고 목적지로 향해 출발했다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끝이 안 보이는 들판과 드넓은 농장들이다작고 어린 모종도 있고 크고 넓은 잎을 풍성하게 달고전 농토를 다 덮고 있는 큼지막한 잎들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빨간 딸기가 주렁주렁 달린 싱그러운 모습하며 준비된 농토에 깨끗이 정돈된 흙이며 농촌의 풍경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없이 신비로운 느낌이다낯선 갖가지 야채가 농장을 꽉 메우고 그 가운데 길게 누운 넓은 하이웨이로 우리는 신나게 달렸다모스 랜딩 비치( Moss Landing Beach)를 지나는데 해변에는 잔잔한 물살이 은빛으로 찰랑대었다물 섶 버팀목에 목을 매단 보트들은 인적도 없이 푸른색 물만 깔고 외롭게 흔들거리는 모습은 한적한 보트주차장이었다

  도로변 밭둑에는 가끔 납작하고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 몇 그루가 섰는데 꼭 태양 빛을 가려주는 양산 모양이라 색다른 모습이었다모라라 로드도 지나고 센드 시티(Send City)를 지나서 피시 맨 워프 (Fish Man s Wharf) 란 항구도시에 도착했다몬트레이 프라자 호텔에서 따끈한 모카치노 한 잔에 노독을 풀고 잠깐쉬어 이젠 저 유명한 세븐틴 마일 드라이브 코스로 가야했다따끈한 햇살은 호텔 뜨락에 웃음을 피우고 우리는 해변을 향해 출발했다

  바른쪽은 해변의 절경을 감상하며 왼편 우거진 숲을 지나는데 큰 나무 사이에 한 채씩 산재해 있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집들이 평화롭게 앉아있었다크고 작은 꽃들이 집하나 가득한데 소복이 꽃을 담은 화분은 낮은 담 위에서 색색으로 꽃을 피우며 길손을 유혹한다길 저 편에 드넓은 진녹색 초원은 그 유명한 퍼블 비치 골프장이었다“웬일인가 골프장에 저 많은 말들은사람보다 말()이 더 많으니 정말 생소한 풍경이었다그런데가까이 가 보니 크고 작은 사슴 16마리가 필드를 덮고 서성거리며 아주 여유롭게 놀고 있었다.

  그 숫자가 한 팀의 골퍼보다 4배나 되니 정말 장관이었다골퍼들의 애타는 마음 아랑곳없이 지극히 평화롭게 서성거리는 모습이었다지나던 여행객들 다 차를 세우고 내려와 사슴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탄성을 토했다

  날아가는 새도 잡을 듯 볼을 날리던 골퍼들은 사슴 떼가 이동해주기를 기다릴 뿐이었다답답한 속내 감출 길 없어 작은 공하나 부서져라 불끈 쥐고 하늘만 쳐다보며 망부석으로 굳어 있었다우리가 골프하는 밴쿠버에도 가까이 숲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사슴 4. 5 마리정도는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무리는 처음 보았다골프장에 나타난 짐승들그들이 이동하길 기다릴 뿐 다른 대책이 없었다세상모르는 그들은 한 홀을 전세라도 낸 듯 사방을 오락가락 너무도 천연덕스럽고 당당하였다

  감기 기운이 있는 딸은 열이 높아서 내가 운전대를 잡고 급히 달렸다 시장기는 있는데 갈 길은 아직도 멀어 마음이 조급하였다우리는 퍼블비치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을 찾아가는 길인데 식사 후 다시 이 길로 돌아와야 한다은빛 물결은 싱그럽게 칠랑 이는데 눈앞에 다가온 작은 바위섬은 물개와 새들이 요란한 괴성으로 노래하고 춤도 추며 법석이었다변화무상한 해변은 파도에 부딪치며 명화를 보는 듯 신비로운 풍광이었다해변 물속에 빠끔히 내다보는 바위들은 잔잔한 파도 속에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풀쩍 뛰는 파도는 은회색 물안개를 허공에 뿌려대었다푸르고 맑은 물새하얀 모래밭너무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는 마음 은 정말 더할 수 없이 즐거운 여행이었다.  

  가끔은 정글 같이 우거진 수림 속에 귀신나무(Ghost Tree)라는 사인이 붙은 별난 나무도 있었다잘라진 고목에 새싹이 예쁘게 자라기도하고 완전히 누운 채 썩어가는 그 허리에 많은 자손이 자라 색다른 모습이었다바람에 쓰러진 고목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누워있고 파란 이끼를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흡사 깊은 산골 같은 모습인데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전연 손질을 하지 않는다 했다하여 아주 깊숙한 정글을 지나는 느낌이었다길은 계속 꼬불꼬불 돌고 돌며 해변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숲속으로 가다 평야를 만나다가 그 먼 길에 계속 반복하며 끊임없는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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