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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1>

밴쿠버조선일보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3-11 14:18



흔히 스리랑카를 말할 때 ‘인도의 눈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지도를 들여다 보면 인도 대륙에서 툭 떨어져 나온 듯한 섬 모양이 영락없이 한 방울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도상적인 이미지의 연상작용 탓으로 왠지 스리랑카는 슬프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실제 싱할리족과 타밀족간의 인종분쟁으로 수십년간 유혈내전을 겪어온 것이라든지, 쓰나미로 수만 명의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재해를 보면 비극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표피적이긴 해도 내가 만난 그들의 표정에선 그늘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디서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밝았고 여유로웠고 이방인에게 환하게 미소했다.

지난 1월, 인천과 방콕을 거쳐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콜롬보(Colombo)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스리랑카는 비행시간만 20시간이 넘는 먼 곳에 있었다. 공항에는 외지에서 일하다 고향을 찾은 스리랑카 청년들 사이에 여행객들이 점점이 섞여 있었다. 아내와 나는 인터넷으로 미리 발급받은 사증을 제출하고 이 나라에 들어섰다. 남국인데도 밤공기는 선선했다.


불교국가의 천주교 도시 ‘네곰보 (Negombo)’

공항 입국장에 모셔져 있는 대형 불상이 상징하듯 이 나라는 불교국가다. 기원전 3세기 인도에서 불교를 중흥시킨 아쇼카 왕이 왕자를 보내 이 나라에 불교를 전했다. 국민의 70% 정도가 불교도라는데, 우리가 묵은 네곰보의 게스트하우스 현관에는 불상이 아니라 예수상이 모셔져 있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한 게스트하우스 전용 봉고차에도 염주대신 묵주가 걸려 있었다.


<▲ 네곰보는 불교국 스리랑카에서 천주교 흔적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


이곳 네곰보는 남인도 해안도시인 고아(Goa)와 더불어 15세기 동방으로 진출하려는 포르투갈의 해양 전진기지였다.

그 후 유럽 해양세력의 판도가 변천하면서 이곳의 지배자는 포르투갈에서 네델란드로 옮겨갔고, 종국에는 네델란드를 몰아낸 영국에 의해 스리랑카는 식민지배에 놓이게 된다. 이때 네델란드는 특히 섬 내륙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계피를 이 도시를 통해 유럽으로 가져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네곰보는 스리랑카에서 아직까지 천주교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도시 곳곳에 고딕양식의 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아직도 신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이름까지 가톨릭명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프란시스, 우리를 새벽 어시장에 태워준 툭툭이 운전수 이름은 세바스찬, 여행사 주인은 안톤, 열흘간 빌린 봉고차의 운전수 역시 이름이 조셉이었다. 이들의 부인 이름도 당연히 마리아… 등등이다.

툭툭이(삼륜 오토바이 택시) 운전수 세바스찬은 가수 지망생인데 우리가 코리안인 것을 알고는 갑자기 강남스타일을 외치면서 핸들 잡았던 두 손을 허공에 흔들어 대는 바람에 우리는 깜놀(깜짝 놀랬다의 인터넷 은어)했다. 코리아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강남스타일’은 수세기에 걸쳐 이 섬에 정착한 유럽의 종교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침투한 듯 싶다.


<▲ 강남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한 툭툭이 운전수 세바스찬. >




<▲ 스리랑카의 전통 고깃배 >



도로는 S라인

아내의 퇴행성 관절염으로 다시는 걷는 여행이 불가했다. 지난날 히말라야 산길을 트레킹하고 중세 순례자의 길을 따라 걸었으며 남극의 강풍을 맞으며 파타고니아 산야에서 야영했던 이런 여행의 방식을 이제 바꿔야 했다.

아내는 무릎에 가하는 하중을 피하기 위해 처음으로 배낭대신 바퀴가 달린 수트케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불편한 대중 교통 시스템과 때로는 서서 가야하는 낡고 좁은 버스 때문에 이번엔 운전수를 포함해 차를 대절하기로 했다.

마침 안톤이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자전거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렌트를 해주고 있었다. 자동차 렌트라고는 하지만 닛산 중고 봉고차 한 대와 자신의 소형 자가용 한 대가 전부다.

몇 차례 흥정 끝에 영어가 되는 운전사를 조건으로 10일간 봉고차를 렌트하는데 미화 450달러로 낙착을 보았다. 운전사의 숙식은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 제공한다고 했다.

새 차라고 큰소리 친 안톤의 약속과는 달리 닛산 봉고차는 이미 일본에서 마일리지가 몇 바퀴 돌고 돈 후에 팔려 온 듯했다. 타이어도 닳아 풍선처럼 맨질맨질했고, 좌석 가운데는 움푹 가라앉아 엉덩이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다행히 에어컨만큼은 빵빵해서 한 낮의 폭염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섬에서는 제 속도를 내고 운행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로 자체가 뱀이 기어간 것처럼 심한 S라인 인데다가, 길 위에는 추월하고 피해야 할 게 많았다. 느려터진 인도산 타타(Tata)버스와 툭툭이는 추월하고, 도로변에 늘어져 있는 개들은 피해야 한다. 동작이 잽싼 원숭이 떼는 직진해도 상관없다. 도로가 대부분 단선 또는 2차선이므로 도로 중앙으로 마주보고 돌진해오는 차량도 요령껏 피해 가야 한다. 참으로 운전사의 눈치와 배짱이 절실히 요구되는 도로상황이다.

이렇게 피하고 추월하다보니 목적지 시기리야(Sigiriya)까지 불과 150km 남짓한 거리를 5시간이나 걸렸다. (이따끔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는데 한국업체에서 공사한 것이라고 한다.)

▶다음주에 계속


<▲ 운하의 나라 네델란드는 계피를 운송하기 위해 네곰보에서 콜럼보까지 37km 운하를 만들었다. >


<▲네곰보의 아침 어시장.원양에서 잡은 참치는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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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희
앵꼬에 속지말라 2014.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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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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