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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락가방을 들고 남편이 살고 있는 캐어 라이프 요양원으로 향한다. 그곳은 8개의 집으로 나누어있는데 남편이 있는 곳은 메이플 하우스이다.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분류해 놓은 셈이다. 메이플 하우스에는 인공호흡기를 꽂은 사람들이 산다. 남편처럼 밤에만 인공호흡기를 꽂는 사람도 있지만 24시간을 호흡기에 의존하여 사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메이플 하우스는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병원...
심현숙 수필가
꼭두0시에 2016.03.05 (토)
꼭두0시에너는 그리고 나는어제에 있는가오늘에 있는가어제에도 있고 오늘에도 있는가어제에도 없고 오늘에도 없는가어디에서 찾을까꼭두0시에맨발의 길 잃은너 하나 나 하나는At 0 O’CLOCKEnglish translation by Bong Ja AhnAt 0 o’clock,Do you and IBelong to yesterdayOr today?Both yesterday and today?Neither yesterday nor today?          Where do we findThe You and the Me,Both in bare feet, lostAt 0 o’clock?
안봉자
치과에서 2016.02.27 (토)
무식한 것이 있거나병든 것이 있거나때려잡을 것이 있으면갈고 닦고 찌르고 조이고 하지파렴치한 충치를 뒤엎어 땅을 고르는 시간이다농사는 만인을 먹여 살렸지만씹는데 드는 이빨의 각고는 벌레 만도 못할 때가 많다 열한 살 때 어금니를 뚫어 구멍을 낼 때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땐 옆에 계셨어도이빨로 내가 돌아가실 것 같았다건물 앞 육교에 던져졌던 충치의 보고서그때부터 이빨을 상한 것쯤으로 신경을 뚫는 행위를 저토록 야만스럽게는 하지...
김경래
그해 겨울 2016.02.27 (토)
잿빛 밴쿠버의 겨울을 견디는 일은 혹독한 추위에 겨울잠을 자는 곰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한다. 북위 48도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밴쿠버의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칠흑 같은 어둠에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만 들릴뿐 사방은 너무도 적막하다. 나는 자기 성찰을 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긍정의 마음을 내며 새해 연하장을 쓰기 시작한다. 서리 꽃이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겨울 아침 나는 친정 고모님으로부터  이메일을...
조정
고향 2016.02.19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수필>|설날 아침, Family Day라고 새로 제정된 휴일로 인해 모처럼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설날은 겨울이라 코끝이 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밴쿠버의 설날은 지루하게 계속되는 비가 멈추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같은 날이었다.며칠 전부터 셀폰으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세배하는...
아청 박혜정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 시그렇더라메마른 낙엽 바스락거리던 병원 옆 모퉁이 길오늘은 기척도 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더라아주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튼 살 서로 비비며 키득대던 닭살 같은 낙엽 낙엽 같은 눈물뼈마디 이미 닳아져 버린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그러나 그렇더라한겨울 밤 가로등불빛 홀로 더욱 적막할 때아무 일 없었던 듯그래, 아무 일 없었던 듯나도, 세상도그래 그렇더라더는 말하지 말고, 더는 찾지도 말고더는...
백철연
인사 2016.02.12 (금)
 인류역사가 시작된 후 우리 인간이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누는 습관과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언어학자 외에는 일반인들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과 부족들, 그리고 개인 사이에 행해지는 사교적인 예의의 인사 하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계속 전래했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다른 민족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다 보면 인사의 종류에도 민족과 종교, 또 문화권에 따라...
이진우
연한 핑크빛 활짝핀벚꽃나무 아래에 서서수줍게 웃던무지개 고운 빛깔처럼내마음도 고았다젖을 물린 아이를 바라보며한 아이의 엄마이기에여자이고 싶었다 어느날인가우연히 바라본 거울 속의 여자너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로 갔을까보름달처럼 둥근 눈동자빨알간 입술 해맑은 웃음은 어디로가고낯설은 얼굴 하나 비추이고남편이 남긴 밥 한숟가락내입으로 보내고아이가 흘린 밥상위의 김치 한 조각내입으로 보내지고콩자반 한숟갈, 콩나물 두줄기,...
오정 이 봉란
스산하고 시린 바람, 한 생애의 헐렁한 옆구리헤집고 지나갈 때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어느 낯선 시골 간이역, 혹은저 디아스포라 치매 노인 병동 마을제가끔 두고 온 제 나라 방언으로어쭙잖은 물음 묻고 있는 곳나는 왜 여기에 ?그대는 또 왜 여기에 ?손가방 하나 사뿐히 들고잠시 잠깐 지구 간이역에 내린우린 모두 우주의 외론 별 떨기들---.누군가 일러, 우리네 한 생애아침 안개와 같다 했던가?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이우는, 한갓...
늘물 남윤성
내가 태어난 시절은 일본 식민지 시대였고 조선인들은 모두 일본 이름으로 개명하고 살았다. 우리 집에서도 김 씨를 가네하라 라 했고, 우리 형제들 이름도 모두 일본 이름을 썼으며 내 이름도 金春姬(가네하라 슝끼?)라 했다. 해방 후 아버지는 두 아들과 맏딸 이름은 모두 한국 이름으로 고쳤는데 내 이름만은 고치지 않았다.그런데 내게는 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천주교에서 세례명으로 받은 이름이다. 유아세례를 받았으므로 내겐 선택의...
김춘희
지난가을 어느 일요일, 즐거운 기분으로 교회에 갔다. 날씨도 화창하고 수확의 계절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풍성해 보였다. 교회 입구에는 여러 그루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흔치 않은 코스모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잠시 동안 고향 생각에 발길을 멈추고 꽃잎을 바라보며 사색(思索)에 잠겨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고국을 떠나 이곳 밴쿠버에 정착한 지도 훌쩍 20년을 넘어섰다.누구나 비슷한 감정이겠지만...
윤석화
누가 내 창가에 꽃을 꽂아줄까요집 앞 산책길을 함께 걸으며같은 공간 안에 숨을 쉬며자근 자근 속삭임이 간지럼을 태울 때천만 겁의 인연이 되어당신의 기억 저편에 남을지라도…옛 추억 떠올리며 코끝이 찡해지거나눈물이 나 심장이 울컥할 때면나도 찾아가야 할 곳이 있어야겠지요당신의 언덕에 살포시고운 백합꽃 드릴게요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향기를 느끼듯당신의 쉼터에고은 시 한 줄 적어 놓을게요비록 기억 저편에...
이봉희
 색상도 채도도 없는 시내버스 한 대가 달려와 비둘기호, 무궁화호, 그리고 그 어떤 싸구려 기차도 서지 않는 전동역에 섰습니다. 그날 우리가 차에 타는 순간, 붉은 벽돌의 역사 평지붕에는 밝은 흰색 송이구름이 네 잎 클로버처럼 피어있었습니다. 철로 변 가겟집들도 문 닫은 지가 오래된 죽은 소재지입니다. 문득, 강변역 마을에서 자랐던 엄마가 기차도 서지 않고 강도...
글 박병호 그림 박성현
 경찰관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삶의 다양한 부분까지 안전하게 지켜주는 성실한 보호자요 안내자입니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각 나라의 위상이 다양한 것 같이 경찰의 위상과 역할 및 평가도 나라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몇몇 나라 도시의 경찰관들을 돌아보며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로 영국 런던의 경찰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의 첫인상은 키가 훤칠하고 체격이 듬직하며 근엄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영국...
임인재
丙申年 새 아침 2016.01.15 (금)
솟아라 태양아더 붉게 더 높게천년의 기상으로 솟구치는저 붉은 파도를 타라용솟음치는 젊음의 노래로이 아침 새로워라더러는 발버둥으로더러는 깊은 안타까움으로 보내야 했던 모든 허물의 거물은乙未年 양의 등에 훌쩍 지어 보내고丙申年 새날의 밝은 내일을 지혜와 총명의 붉은 잔나비 더불어신바람 나는 거듭남의 새 아침으로 맞자열두 장 365일 가득 찬 하늘이날마다 달큰한 흥분으로 펄럭이는 깃발이 되어미래지향의 태양 빛 꿈을 높이...
강숙려
밖은 깜깜했다. 나는 여섯 시에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손님들에게 팔 네 종류의 커피를 만들며 연신 밖을 살폈다. 머핀이 배달될 시간이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마른 베이커리 주인이 매일 직접 차로 싣고 와서 건물 문 앞에 놓고 가는데, 정신없이 일하다가 언뜻 밖을 보니 어떤 행색이 남루한 남자가 머핀 박스를 통째로 들고 달아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쫓았지만, 그는 뒤를 흘끔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배가 고프면 그냥 몇 개...
박인애
아아, 12월 2016.01.08 (금)
몇 번씩 듣고 들은 얘기 중에이런 아름다운 장면도 있네제자들의 발발발, 열두 명의 그 맨발을갈릴리 바다 소금물로 말갛게 씻어주신12월의 예수님너 하나가, 나 하나가세상을 더럽히지 말라고지상의 모든 종소리는 울고있는데산다는 것은사랑만큼이나 아파야 한다고용서만큼이나 눈물을 쏟아야 한다고흐린 눈보라 펄펄 허공을 치는데1월 2월....11월 다 가고 12월내 안에 부질없이 질러대던 불꽃놀이 몰아내고들판 하얗게 덮은 눈꽃 속에 나도발 씻으러...
김영주
백 선생 유감 2016.01.01 (금)
멀지 않은 과거에는 티비에 방영되는 요리 시간에 몇십 년 한 곳에서 주방 청소부터 시작하여 주방장이 안 가르쳐주기 때문에 온갖 서러움을 다 받아가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마침내 몇 십 년 후에 빛을 발하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었다.그 후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의 요리 학교에서 수학한 젊은이들이 강남이나 이태원에 등장하면서 국제화에 앞장서면서 도전하는 면모로 신선함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새로운...
김근태
봄이 오는 정원 2016.01.01 (금)
이른 아침에 내린 비가작은 물망울 되어 마른 꽃대를 적신다그리운 밤 꿈길이 멀기만 하다 조금 느껴지는 온기땅은 아직 긴 잠 속에서기지개를 켜고혼자 웃음을 짓는다 꿀벌이 강한 바람을 안고청청한 하늘에오는 봄을 따라높이 떠 있다 어제, 봄을 찾아 멀리 떠났던 손님은해가 내린 땅으로 돌아와이제 안식을 취하고 작은 못에언 발을 담근다저만큼 다가올 봄을 담근다.
김석봉
아름다운 길들임 2015.12.26 (토)
“ ‘길들인다’는 게 뭐지?”“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관계를 만든다고?”“그래.” 여우가 말했다.”넌 아직은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이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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