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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봉자  거울 속에낯익은 가슴 하나오래된 세월 무디어진 머리에 이고마주 바라보고 서 있다 지난여름반짝이던 초록빛 드레스들은 이제 속절없이 누우레지고     떨어져 지천으로 뒹구는, 거기 거울아, 거울아예쁜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기다리고 기다리면 행여다시 돌아올까요? 아아, 따슨 햇볕이 이리도 고파요! 날개 큰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회오리 돌고허리 시린 계절이어질어질 황혼의 재를 넘는,거기....
안봉자
결국, 혼자 돌아가는 길 산허리엔 붉은 단풍, 노란 가을 봄 산에 만개했던 바로 그 진달래다, 개나리다 봄은 그때 이미 빨갛게 노랗게 가을을 수 놓았었고 가을 또한 이제 올 봄을 맞기 위해 울긋불긋 잎사귀부터 치장하기 시작했다 봄과 가을은 항상 거기에 같이 있었다 단지 같은 몸뚱어리에 겉옷만 달리 걸쳤을 뿐 단지 삶의 늪에 빠진 우리가 미쳐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한 발짝을 비켜서지 못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느냐 귀한 것, 소중한...
백철현
100세 시대 2015.10.23 (금)
얼마 전 한인타운에 볼일이 있어서 간 일이 있었다.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앉아서 무심히 내다본 길에 어느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연세가 높으신 듯 걸음걸이가 이상했다.종종걸음으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아주 힘들게 걷고 계셨다.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또 안쓰러워서 계속 지켜보게 되었다.버스 정류장에서 한인타운까진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 노부부는 아주 천천히 힘들게 걸어오고 계셨다.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먹고 있는데 마침 그...
김베로니카
성숙의 계절 2015.10.17 (토)
온타리오 북쪽의 알공퀸이라는 지역은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비씨주의 북쪽지방도 이미 가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수놓아져 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던 잎들이 활동을 멈추게 된다. 잎이 활동을 멈추면 평소 잎의 푸른색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색깔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단풍이라고 부른다. 인생도 젊음의 시기에는 활발한 움직임을...
권순욱
낙엽을 밟으면 2015.10.17 (토)
노~란 단풍잎 수북이 쌓인 이길을 걸으면멀리서 해맑은 미소를 띄우고 눈이 큰다가와 손을 잡고 반기던 네가 생각나낙엽 밟는 소리가 내마음을 울리고하늘 저편 너의 얼굴이 그려져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다시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헤어지진 않을텐데미워하지도 않았는데 말없이 우린헤어져야만 했는지낙엽을 밟으면 또다시 생각이 나네
이봉란
내 나이가 어때서 2015.10.09 (금)
어렸을 때 엄마의 나이는 단지 생신을 기억할 때만 필요했고(케이크에 초를 몇 개 꽂아야하는지 알아야 했으니까), 어느 노래의 가사에서 처럼 자장면을 정말 싫어하시고, 생선은 머리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또 엄마는 여자가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나 할머니들이 멋을 부리면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여겼던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아청 박혜정
아름다운 달밤 2015.10.09 (금)
네 가슴에 내 가슴에수줍게 둥지틀은아기 손톱같이가늘고 연약한 달눈에서 눈으로마음에서 마음으로날로 연연해지더니날로 도타워지더니이 껌껌한 하늘에두둥실 떠올라이 적막한 세상에휘엉청 떠올라저 둥글고 밝은 달빛은빛 선율처럼 흐르고시냇물처럼 속살거리는데조심스레 맞잡은 손과 손사람의 모든 울고 싶은 밤힘겨운 밤이이 달밤으로 위로받기를...내 옆의 아름다운 그대여!
이재연
어머니를 그리워하지 않는 자식이 어디 있으랴 마는 이곳 캐나다에서 살다 보니 어머니를 향한 마음이 더욱 진 하게 와 닿는다.“언니! 어머니 팔순 때는 그 동안 건강하게 지켜 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 하여 친지들을 모시고 감사 예배를 드리기로 했어요. 언니도 함께 참석 하면 좋을 텐데”. 기도원 사역의 바쁜 일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막내 동생의 전화이다. 작년에 어머니와 함께 이곳 캐나다에 와 나의 생활을 낱낱이 보아 알기에 강요 하지...
박명숙
밤 새 가을비의 애잔한 흐느낌그대 귀 기울여 들어 보았는가저 가을 잎새들의마지막 남은 힘 다 모아 부르는 사랑 노래마침내 그 뜨거운 눈물가슴 속 숨겨 둔 행커칩 적시며저 낮은 곳 향해 투신하는 단심( 丹心 )의 연서 ( 戀書 )들로잎잎이 얼룩져 나딩굴고 있네.가지 마다 주렁 주렁,  한해의 보람으로 익어 가는 과일들그간 애써 버텅겨 온 무거웠던 한해의 짐들더 낮은 곳 향해투두둑----  , 무심히 잠에 취한 대지의 등덜미두들겨 깨우네.미쳐...
늘물 남윤성
제135회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 수상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퇴원하시는 날이었어요. 나는 학교 공부가 끝나자마자 집을 향해 달렸어요. 친구들이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하면서요.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 동안 신나게 하던 게임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오늘 할아버지 정말 퇴원하셔?”오늘 아침에 나는 엄마한테 슬쩍 물어봤어요.그러나 엄마는 눈치 없는 대답을 하셨어요.“왜, 할아버지 보고 싶어?”하고요.우리 할아버지께선...
조정
가을 문턱 2015.09.26 (토)
낙엽이 지는 계절에 눈물이 이유 없이 흘러도 단 하나의 사랑으로 잊히지 않는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기나긴 세월 동안 비바람도 지나쳐 버리고얼음장의 날카로운 신경이 잠을 잊게 하고 사랑의 갈증으로 목말라 꺽꺽거려도항상 그렇거니 살아온 삶의 무게를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아무 말 하지 않아도 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등 따시게 함께 기대어 같은 별을 헤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사랑한다 말하지...
혜성 이봉희
성묘 2015.09.18 (금)
늦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을 어귀 당나무에서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매미들의 마지막 목청이 들린다.  신작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면 산그늘이 비치는 앞산의 초잎에 도달한다. 구릉을 따라 걷고 오르길 몇번, 가파른 고개가 얼굴을 내민다. 지친 몸을 이끌고거의 다 왔을 것이라 여기면 또다른 고개가 나타난다. 넘는 산마루가 거의 다 비슷해 착시가 생긴걸까. 마지막 숨을 몰아 쉴 즈음, 짙은 녹음을 뒤로하고 편평한 묘터가...
손박래
우리가 가령, 2015.09.18 (금)
우리가 가령 무엇이었다면,우리가 가령 무엇이 되었었다면,우리가 가령,가령........ 우리가 가령 무엇이 아니고 여기 이렇게한 영혼을 가진 작은 존재에 감사할 일이다영과 혼이 있어 생각하고의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이런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하자 우리가 가령 무엇이 되었었다면 이 아니고 여기이렇게 내가 사랑할 수 있어 바라 볼 수 있는그대 있음에 행복해 할 일이다사랑할 그대 있음에 행복해 하자봄 꽃...
강숙려
  우리 부부는, 센 프란시스코 큰 딸집에 여행가 있었다. 남편의 생일인 토요일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났다. 사돈내외분과 점심 약속이 있고. 점심 후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 한다 해서. 나는 딸보고 “점심만 하고 돌아오자고” 약속했다. 딸은 불란서 여행으로부터 돌아와 쉬지 않고 매일 같이 퇴근해 오면 곧 바로 우리 태우고 구경시키느라 돌아다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오늘도 집에서 쉬자고 애원하다시피...
이순
9월의 노래 2015.09.11 (금)
         늙은 허수아비 휘두르는 날갯짓에           조반 먹으러 달려들던 참새들           몸을 날려 도망한다           실어증인 허수아비           너무 멀리 가지마라 새들아           배고프면...
김영주
며칠째 비가 내린다.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밤에 예쁘게 내리더니 오늘은 빗소리가 온종일 경쾌한 노랫소리처럼 울려 퍼진다.쓸쓸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어디론지 떠나고 싶다.혼자서 길을 나서볼까?벤프로 가 볼까.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저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루이스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떤 소리로 다가올까. 내리는 빗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내가 그 속의...
김베로니카
그루터기 사랑 2015.09.04 (금)
하늘이  높아  하늘에 놀고바람이 좋아  바람과  거닐고비에  품겨 비와  사랑을 하고한여름 가을 다  보냈다. 어느 한  나그네 곁을 지나나를 찾을 때  등을 내주어 쉬게하고제비, 까마귀, 부엉이 모두 들리고나는 내 삶이 너무 좋았다. 바람이 그리도 센날그만 허리 도려지고그 넓던 푸른 잎 모두 갔으니가슴 속 남은 처절한 울부짖음이야 그 어느 소리가 있어 담을 건가하늘 높아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 허공을...
김석봉
산다는 건 2015.08.29 (토)
산다는 건주어진 멍에를 메고먼 길을 가는 것 어떤 이는 멋진 차를 타고 어떤 이는 편안한 신발 신고거침없는 여행길이지만 어떤 이는 맨발로부르트고 피 흘려도쩔뚝이며 가야 하는 것 걷다가 걷다가큰비를 만나면젖은 솜 지고 가는 당나귀가 되다가도해 뜨는 날엔이슬 앉은 잎사귀가 되는 것 산다는 건푸른 내일을 그리며 오늘 하룻길 가는 것.
임현숙
특별한 인연 2015.08.29 (토)
“불성무물"이라 쓰인 화선지를 탁자 위에 펼치시며 선생님께선 잠시 감회에 젖으셨다.“오늘 초대에 대한 답례로 내가 좋은 글귀를 하나 써봤어요. 참 쉽지 않은 인연인데---, 이석 선생, 조 여사,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기 바라요.”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중용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 (誠者物之終始...
조정
기부와 댓가 2015.08.22 (토)
언덕을 넘어서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하기 전에 느끼는 나만의 호사다.  늘 일을 할 때는 예외 없이 몰두하여야 하지만 이 경치에 빠져 마음까지 눕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백오십명을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머리와 가슴으로 일 하여야 하지만 유난히 긴장되는 장소가 있다.   이 곳 화이트락의 바닷가 멋진 양로원이 늘 나를 긴장시킨다.   특급호텔 수준의 이 양로원은...
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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