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 투고안내
밴쿠버 조선일보에 투고는 편집부 이메일(news@vanchosun.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투고 시에는 본인 사진과 간단한 소개, 연락처를 첨부해 주십시오.
내미는 손 2016.09.10 (토)
어둠이 내려 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땐 비가 내리기 시작한 탓인지 물기에 젖어 들어가는 어둠은 이미 밤 공기를 뱉고 있었다. '어?' '어디지?'둘러 보았던 곳을 두어 번 재차 가보고서야, 불독의 표정이 연상되어 헌터라고 이름까지 지어 부르던 내 하얀 차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도난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상의 불안한 설정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의 전율은 괴기영화를 관람 할 때의 억지 공포와는 전혀...
줄리아 헤븐 김
숨박꼭질 하나 2016.09.10 (토)
이불만한 앞치마에한아름 꼬투리 담아논두렁 사이 걸어 오시는 할머니콩껍질 벗기면파란구슬 같은 통통한 알체에 받쳐 놓고쑥가루 섞은 쌀가루에뜨거운 물 부어힘껏 치댄솔방울 만큼 떼어내그속에 콩얼굴 묻고숨박꼭질 한다세모도 네모도 아닌삐뚤거린 꾹~누른 한조각가마솥에서 솔입향 입혀꺼낸 이름하여 송편할머니 입가에 솔잎향 피어나고손에든 하나어느새 내 입속으로 쏙~~숨어든다냠냠 ~~으~음 맛있다그 맛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숨박꼭질...
이봉란
파도 타기 인생 2016.09.03 (토)
코발트 불루의 하늘과 바다서로 몸 풀어 헤쳐 뒤섞이며화평의 한몸 이루려긴 몸부림으로 찰랑이고 있다허나, 저 영겁의 어질머리로넘실데는 파도 앞일용할 양식을 위한 갈매기들의 자맥질매양 허당치기로 하루가 가고우리들의 한 생애 또한저 바벨탑을 쌓는 , 부질 없는 허사로허우적대며 가고 있진 않은지------ ,쥐락 펴락,  온갖 세상 풍파 다넉넉히 다스리시는어느 보이지 않는 하늘의 손길 .우리네 인생들참된 평안과 영원한 안식에 이르기...
늘물 남윤성
우리는 지금 초 고령 시대를 살고 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65세였는데 지금은 80세로 늘었다. 또한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성인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정보가 흘러 넘쳐 얼마 안가, 말 그대로 평균수명이 백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류가 수많은 질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암의 근본적인 치유나 치매, 파킨슨 같은 질환도 현대의학에서 해결 못하는...
윤석하
풍경 소리 2016.08.17 (수)
장례 예배를 마치고 고인께 명복을 빌던 짧은 시간, 그분은 창백한 밀랍의 얼굴빛과 초연한 표정으로 나는 이제 이 세상 사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타들어 가는 촛불처럼, 고통으로 무너져 내린 육신은 죽음의 다리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떠나갔다. 나는 생전의 고인을 기억하며 기도 드렸다. 병마의 고통과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빛나는 날들을 기억하며 죽음의 여정에 오르시기를. 고인은...
조정
태평양 1번지 2016.08.17 (수)
             토피노 ,  원시의 냄새가 자욱한             먼먼 바다를 걸었다             바다가 섰던 그 자리             수평선을 따라나간 밤 바다는             실종 중인데             아스라히 인디언 촌가 몇몇이             누군가 스켓치한  풍경 같다      ...
김영주
71년전 8월 15일은 아시는 바와 같이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날, 곧 36년간 나라를 빼앗기고 암울했던 일제의 강점시대를 벗어난 빛을 되찾은 광복의 날이다.이 날을 앞당기기 위해 우리 선조, 선배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어린 희생과 세계 연합군의 승리로 대한민국을 건설 하게 되었다. 그 후, 여러가지 고초와 풍상을 극복하고 오늘을 일궈냈다. 그 지긋지긋한 71년전을 간략히 더듬어보면 내 나라가 없으니 국내정치는 고사하고 일제의 문화 말살...
정용우 서부캐나다 6.25 참전유공자회 회장
요즈음 밴쿠버 날씨는 해가 반짝반짝 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우울함과 기다림과 인내심을 갖게 한다. 일기예보에는 비, 구름, 해가 동시에 나타난다. 글을 쓰고 있던 날도 하늘이 우중충하게 흐려 있다가 갑자기 해가 나서 주차를 하고 잠시 일을 보고 나왔는데 운전대가 손을 데일만큼 뜨거워져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구름이 끼고 어두워지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도 했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럽지? 여우가 시집을 가나?” 우리가 보통...
아청 박혜정
바다의 호흡이 이렇게 깊은 것은 삶의 돌이킴이 그렇기 때문이다 귀를 스치는 후회가 연이어 속삭이는 것은   바닷가 외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멀리 큰물을 흔드는 심장이 있어 녹갈색 파도는 소스라치고 지쳐 누운 물보라 위에 하얀 날들이 흐른다   아직 여린 새벽을 깨우는 갈매기 날갯소리가 차다...
김석봉
보라색 라벤더가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꽃들이 춤을 춘다.가끔 테라스에 나가 앉아 바람도 맞고 빗소리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또 햇볕을 쬐면서 멍하니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바라본다.어느 날 우연히 내려다본 라벤더 꽃 무리에서 황홀한 장면을 보았다. 처음으로 발견한 이상한 몸짓의 새였다.한 자리에 정지한 것 같은데 날개를 계속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그 모양을 가늠할 수가없었다. 잠자리 날개...
김베로니카
침묵 - 임현숙 2016.07.29 (금)
너그러워 보이던 바다에 너울이 인다   다스리지 못한 감정이이성을 제치고창백한 입술 사이로 쏟아지며그름은 없고이유 있는 항변만 파고 드높다   차분히 쌓아가던 모래성 허물어지고으르렁거리다 까치놀로 잠잠해지면수화기에서메일에서 카톡방에서회색빛 거품이 인다   시비의 멀미나는 침묵을 배우기로 했다.
임현숙
‘아니 엊그제 닦아놓은 가스렌지가 왜 이리 더럽지? ‘   투덜대며 저녁을 준비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불편했던지 “나는 아니야.  절대 아니야”  라며 난처해한다.   ‘나는일 하고 왔기 때문에 나도 아니야.   그럼 이 집에 나보다 많이 머문 사람은 나 말고 누가 있지?  귀신이 다녀갔나? ‘ 라며 장난을 걸어본다.    바로 그때옆에서 꼬리를 흔드는  우리 집 막내 딸 같은 강아지가...
김난호
어느 여름 한낮 2016.07.22 (금)
숲속 그늘에 앉았다바람과 주거니 받거니 낮술, 서너 사발(沙鉢) 비우는데길 잃은 소낙비에 그만 들켰다 젖은 옷 벗어잔솔가지에 걸어두고벗을 것 더없는 몸 하여,이름 없는 어느 무덤 옆 잔디위에 누웠다까마귀 서너 마리노송나무 우듬지에 앉아서 까으악 까악 하시는 말씀“보라, 저기 저 푸짐한 먹거리!”            건너편 산 중턱무르익은 7월의 햇볕아래검은 모자 쓴 교회당 종탑 하나녹 슨 조종(弔鐘)은...
김시극
청포도계절 2016.07.15 (금)
내가 살던 집 뒷마당엔 두 그루의 포도나무가 울타리를 타고 한가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화사한 여름 햇살에 알알이 영글어가는 포도송이를 지켜보노라면 청포도와 함께 스쳐버린 사연들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애국시인이자 독립투사인 이육사의 대표작이며 국민의 애송시였던 청포도의 첫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이 시는 조국광복에 대한 염원과 희망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방 땅에서...
권순욱
오십 이후 2016.07.15 (금)
오십 이후                                전상희         사랑은 작은 우주 우주의 평형이다.  따뜻한 차한잔에 별들 떠오르고  무중력에 둥등 떠 가려 한다   지천명을 건너온 하늘 감성의 꽃 만발한 뒤뜰에선 햇볕에 든 그림자조차 아름답구나 딸의 여행가방 안에 넣어둔 나의 꿈조각 같이    ...
밴쿠버 조선일보
4,200km먼 길을 날아온 이후 루퍼스는 지금껏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 달걀보다 작은 집이지만 거미줄로 촘촘히 엮어 지어, 나무를 으깨서 지은 장수말벌의 펄프 집보다 단단해 보였다. 집단 베짜기새의 많은 방으로 구분된 아파트형 집보다 조용하고 아늑해 보였다. 높은 나뭇가지에 자리 잡은 집의...
박병호
맞선을 보았다. 여자는 다소곳하니 참했다. 날씬하고 차분한 형이었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눈길을 끄는 외모였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먹는 것을 절제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외모에서 표가 난다. 대개 살이 쪄있고, 음식 앞에서 식탐을 드러낸다. 그리고 술이나 담배 등을 많이 하는...
김대식, 토론토 거주
1952년 봄 어느 날 미 육군 포병학교에 유학중이던 나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동료 미군 장교의 안내로 학교 근처 시내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모두가 위관 급 장교인 우리 다섯 사람은 한 중국음식점에서 면 종류 음식을 각자 한 가지씩 시켰다. 미국에서 시내 음식점에 처음 들어간 나는 음식을 먹으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음식 값을 어떻게 계산하지’ 그런데 식사가 끝나니 웨이트리스는 거침없이 첵(check)이라고 하는 전표를 각개인...
임인재
맥주는 오줌을 닮아 찌린내가 나고오줌은 맥주를 닮아 술냄새가 난다닮은 것이 잘못이라면같은 냄새를 품지 않으리라그대와 내가 사랑하여같은 냄새를 머금으니사랑아우리는 그렇게 닮아 가는 것이 자연이다. 
김경래
피난 길이었다.엄마는 낳은지 석달된 동생을 업은채 머리에는 커다란 보퉁이를 이고 가파른 산비탈의 골짜기를 부지런히 오르고 있었다. 나는 세살 반의 어린 걸음으로 뒤를 따라가다가 멈춰서서 엄마를 부르며 울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 걸어도 엄마는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나는 혼자 남겨질 것 같은 두려움에 엄마를 부르고 또 불렀다. 엄마는 멈춰서서 나를 기다렸다가 내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길이 너무 좁아서 나란히 걸을 수가...
박인애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