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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2015.01.09 (금)
단 한 번의 착지(着地)였다 방바닥이 좌우로 울퉁불퉁 파도치고천정이 아래위로 떴다 앉았다 날아다니는  이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세상에머리 먼저 내밀었으니 내 이번 생애는처음부터 속수무책 이었다 잘못 내렸다 삼만 번의 태양이 뜨고삼만 번의 별들이 알알이 지고속수무책에 기대서서속수무책을 버티고  땅에서 안개가 솟아올라 땅거죽을 모두 적셨고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숨을 불어넣으셨다니따 먹으면 안...
김시극
내가 살던 낙동강 상류에는 유달리 풀꽃이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그 풀꽃을 따서 강물에 띄워 보내며 놀곤 했습니다. 그 중에도 들찔레 새순을 꺽어 먹던 달콤 쌉쌀하고 풋내음이 입 안에 풍겨나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 집 이웃에 초등학교 선생 한 분이 계셨습니다. 어린 내 눈에는 그분이 늘 우러러 보였습니다. 나는 강마을, 농촌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비범한 재주도 없고 책가방 끈도 그리 길지 않을 ...
권순욱
첫 눈 2015.01.02 (금)
그 아이는 밤새도록 잠 한 숨 못 자고하늘까지 나갔다 까마득하게 그리운 나라크고 작은 사연마다 물리칠 수 없는하얀 종 소리 그리웠다고차마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없어 안타까이 뺨을 비비고돌아 온 날 아직 가슴에 온기가 남은 꿈의 이름으로 영원의 바람으로 펄 펄 펄  펄 펄 펄 못 견디게 하늘 문을두드리고 있었다 제발 하나님마음과마음 좀 열어 주세요
전상희
앵꼬에 속지말라 2014.12.27 (토)
추운 날 배고픈 날 몸서리치는 날  차 안의 전등도 힘이 없다   내 차는 냉동 탑차처럼  머리 꽁지에 네모나케 난 작은 창이  한쪽 모서리 깨진 약간의 틈으로  바람이 쓰라리게 침투되고 입에선 이산화탄소가 새벽 안개같이  차 안을 간신히 덥힐 때 밥 달라는 아우성 차로부터 올지 몰랐다 들려오는 작은 신음 앵꼬 신호  계기판 얼굴에 시뻘겋게 달라붙은 저 닦달은  내 배고픔의 망각이다   목숨 같은 물 어서...
김경래
크리스마스 선물 2014.12.27 (토)
크리스마스이브, 지금쯤 사람들은 즐겁게 캐럴송을 부르거나 크리스마스 선물에 한껏 마음을 빼앗길 시간이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다. 항상 그렇듯 오늘도 난 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며 출근을 하고 있다. 앨버타 북쪽에 있는 시골 병원에서 간호사를 시작한지가 벌써 몇 년이 되어간다. 한국의 대학병원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처음엔 이런 시골병원 일은 쉬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정은
솟대 2014.12.19 (금)
때론 초연한 듯때론 연연한 듯 머리 위엔 계단 없는 하늘 하나 두고발 아랜 닿지 못할 섬 하나 두고천상과 인간 그 사이바람 동네 첫 번지에 날개 접은 새 푸른 머리털 무성하던 세월 전 그때나외발 장승 먹통 새인 지금이나우러러 안부 궁금한 별 하나 있으면야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날마다 악성 고독을 앓으며눈발 속에 손끝 시려도기다림의 연鳶줄 끝내 놓지 않으면깊은 겨울의 자궁 지나 꽃분홍나긋나긋 눈웃음 날리며 봄은...
안봉자
어머니란 단어는 어학적으로 고유명사(固有名詞)다. 그러나 어머니를 고유명사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까닭은 사람들 마음속 깊이 훈훈한 정으로 가득 차 있는 낱말이기 때문이다.인간존재의 근원이 바로 어머니로부터가 아닌가!어머니란 용어는 사람뿐만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 세계에서 영구불변의 용어이다. 어머니는 나(自身)라는 실체를 상징하고 있다. 생존하고 있든지 타계하였든지 간에 자기를 세상으로 온 힘을 다해 만들어 내주신...
장성순
나의 애완견들 2014.12.12 (금)
   오래전 직장에 다닐 때 한 직장동료로부터 애완견을 얻은 일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애완견을 하나 갖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뜻밖에 하나를 얻게되어 기뻤다. 그 당시에는 광역 밴쿠버 지역 아파트나 남의 집 셋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을 허용치 않는 곳이 많았다. 이 직장동료가 자기가 갖고 있던 독일종 도벨만과 캐나다의 라브라돌의 혼혈견을 나에게 준 이유도 자기가 새로 입주할 아파트가 애완동물을 허용치 않아 부득이...
이진우
황금기(黃金期) 2014.12.12 (금)
한 움큼씩 제 살점 뜯어내며 혹한 속에, 고독 속에 깃발 없는 깃대로 남기로 한 12월의 나무들이마 찢기고 등골 휘어지도록 소용돌이치는 역류에 알몸으로 맞서기로 한산란기(産卵期) 연어떼죽어야 사는 삶버려야 얻는 생명그 가증할 삶의 절정날이 저문다노을은 그러나 용암처럼 끓어 오른다마그마 같은 석양(夕陽)이 절정에서 스스로 침몰한다밤새도록암흑 속에서, 침묵 속에서 조양(朝陽)을 산란한다산불처럼 피어날 12월의 나무들어느덧 세월강...
백철현
 한국에서는 “의리”가 열풍이다. 얼마나 의리가  없으면 의리가 재조명 되었는 지를 생각해 볼 때  좀 서글퍼진다. 그러나 과거 우리들의 6-70년대는 의리가 당연했을 뿐만아니라 이를 배신하면  요즘세대의 표현으로 왕따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되는 과정에서  의리는 대부분  온데 간데 없어지고 말았다.그런 잊혀진 의리를 오랫만에 발견하게 된 일이 있었다. 지난 9월 나는 한국에 가게 되었다. 동생이 어머님께서...
김유훈
어느날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예쁘게 생긴 어느 소녀에게"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하고 물었다몸이 불편하지 않은 비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나의 어머니의 어머니로 태어나고 싶다""그래서 이 생에서 어머니에게 내가 받은 모든 은혜와 고마움을 내어머니의 어머니로 태어나서 그 무한한 사랑과 정성을 갚고 싶다".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무한하고 진정한 사랑아픈 아홉개를 다 주고도 하나를 더 주고...
이봉란
우리말의 빛 2014.11.28 (금)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아보츠포드 소재 한글학교 수업을 위해 No.1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그만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윈도우 와이퍼의 작동속도를 최대로 하고도 차량의 속도와 빗줄기의 속도가 합쳐져 시야를 확보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조심조심 EXIT 73을 지나 고갯길을 막 내려갈 쯤,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면서 구름사이 사이 햇살이 비추며, 건너편 눈 덮인 산자락 위로 무지개가 찬연히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민완기
하필이면 한적한 내 뜰에 찾아들어 하늘하늘 주위를 한참 맴도는 저 하얀 나비 한 마리   짙고 어두운 밤 창백한 은빛의 둥근 달 조심스레 감싸 안을 듯 그만 스치며 흩어지고 마는 미련처럼 푸른 밤안개   내 방의 새벽 창가에서 미풍에도 우수수 흔들리는 마음의 결따라 위무하듯 섬세하게 떨리는 거뭇거뭇한 미루나무 그림자   바다처럼 고요하고 꿈길처럼 나른하고 눈물처럼 투명한 그 한순간   깊고 따스한 눈길의 당신을 본 것만...
이재연
멍 때리기의 미학 2014.11.21 (금)
'멍 때리기'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멍하다: 정신이 빠진 듯 우두커니 있다'라는 형용사와 '멍하니' 라는 부사 밖에는 없고 '멍 때리기'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이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얼마 전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SNS에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space-out competition) 현장 사진과 함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멍 때리기...
아청 박혜정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가랑잎이었다.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피폐한 마음뿐이었다.하늬바람 불어 좋은 날거목에 매달린 가녀린 이파리 하나눈물방울 후드득 떨어져당신의 창가에 살포시 내려앉아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머물렀다.동심의 세계에서 웃고어른의 생각으로 마찰을 빚고서로 닮은 듯, 아닌 듯 멀게만 느껴지는 이 계절에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한다.잊힐까 두려워눈동자로 모습을 그려...
이봉희
낙엽을 태우며 2014.11.15 (토)
푸르던 날들, 꽃 피던 날들 그리 길지 않았다.   되돌아 보면 70 여 성상 영롱히 반짝이다 스러지는 아침 이슬 같았다.   봄이 가고 , 여름이 가고 저문 이 가을 몇몇 색색 가지 잎새들로 떨어져 내리는,   헛헛한 생애의 허리춤으로 시린 하늬 머플러 휘감아 돌고.....,   아름 답던 날들 한 자 한 자 은(銀)자로 재며 왔던 길,   이 가을 쉬 잠 못 이루는 침상, 밤 내 고독의 언어로 바스락 거리는 곱사등이 누애 잠 자리. 지난 날의 회억들로...
늘물 남윤성
 얼마 전 장성순장로님께서 근간에 출간한 이민자의 에세이집 <잃어버린 여름날의 思慕>를 주시며 평을 부탁하셨다. 나는 평론가도 아닐뿐더러 이민이나 인생에서 대선배님이신 분의 수필집을 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여겨져 조심스레 소감만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 책은 한 권의 평범한 수필집이 아니다. 한 개인의 숨겨진 이민사이며 솔직한 삶의 고백이다.  어릴적 복순이의 추억부터 일본인 담임선생님과의 이별, 해방의 기쁨, 6....
수필가 심현숙
큰 딸의 시부모님이 휴스턴에서 호텔을 경영하고 계셨다. 딸은 겨울방학 동안에 아들을 순산하고 2주 만에 남편과 함께 휴스턴으로 옮겨갔다. 리노(University of Nevada Rino)에서 사이언스 4년 끝내고 의과대학은 휴스턴(University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School)에 들어 간 것이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데 너무 죄송스럽다하기에 내가 좀 도와주려고 휴스턴엘 갔다. 시내구경을 나갔는데 높은 빌딩도 별로 없고 산도 안보이고 마냥 넓기만 했다.  날은...
이순  
희미한 그림자가 후르르 지나가는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흔적 같다 꼭그 곳은.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고그 흔적을 열망하는 이곳엔누군가의 사랑의 추억이 담겨진 연필로 쓴 희미한 고백이 첫 장에 그려져 있다때론 노스탤지어의 아득한 독백이 연기처럼 흘러나온다.  옛 시간의 흔적이 엉켜 붙은 나만의 추억을 찾고자 외로운 시간의 정점에서 만난 읽다만 책갈피에 꽂힌 꽃잎의 애잔함 같이금방이라도 가다만 여행길을 찾으려 들어올 것...
강숙려
시간이 모이면 세월이고 세월을 쪼개면 시간이다. 과거를 뒤돌아 볼 때도 있고 미래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래보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세월을 가늠해본다. 특히 가을이 짙어지고 첫 추위가 올 때쯤이면 문득 문득 머릿속에 인이 박힌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중에 어린 시절 할아버지 방 귀퉁이에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 다뤄졌었던 상자가 맨 먼저다.할아버지 방은 굉장히 단조롭다. 우선...
손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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