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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가을비의 애잔한 흐느낌그대 귀 기울여 들어 보았는가저 가을 잎새들의마지막 남은 힘 다 모아 부르는 사랑 노래마침내 그 뜨거운 눈물가슴 속 숨겨 둔 행커칩 적시며저 낮은 곳 향해 투신하는 단심( 丹心 )의 연서 ( 戀書 )들로잎잎이 얼룩져 나딩굴고 있네.가지 마다 주렁 주렁,  한해의 보람으로 익어 가는 과일들그간 애써 버텅겨 온 무거웠던 한해의 짐들더 낮은 곳 향해투두둑----  , 무심히 잠에 취한 대지의 등덜미두들겨 깨우네.미쳐...
늘물 남윤성
제135회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 수상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퇴원하시는 날이었어요. 나는 학교 공부가 끝나자마자 집을 향해 달렸어요. 친구들이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하면서요.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 동안 신나게 하던 게임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오늘 할아버지 정말 퇴원하셔?”오늘 아침에 나는 엄마한테 슬쩍 물어봤어요.그러나 엄마는 눈치 없는 대답을 하셨어요.“왜, 할아버지 보고 싶어?”하고요.우리 할아버지께선...
조정
가을 문턱 2015.09.26 (토)
낙엽이 지는 계절에 눈물이 이유 없이 흘러도 단 하나의 사랑으로 잊히지 않는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기나긴 세월 동안 비바람도 지나쳐 버리고얼음장의 날카로운 신경이 잠을 잊게 하고 사랑의 갈증으로 목말라 꺽꺽거려도항상 그렇거니 살아온 삶의 무게를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아무 말 하지 않아도 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등 따시게 함께 기대어 같은 별을 헤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사랑한다 말하지...
혜성 이봉희
성묘 2015.09.18 (금)
늦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을 어귀 당나무에서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매미들의 마지막 목청이 들린다.  신작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면 산그늘이 비치는 앞산의 초잎에 도달한다. 구릉을 따라 걷고 오르길 몇번, 가파른 고개가 얼굴을 내민다. 지친 몸을 이끌고거의 다 왔을 것이라 여기면 또다른 고개가 나타난다. 넘는 산마루가 거의 다 비슷해 착시가 생긴걸까. 마지막 숨을 몰아 쉴 즈음, 짙은 녹음을 뒤로하고 편평한 묘터가...
손박래
우리가 가령, 2015.09.18 (금)
우리가 가령 무엇이었다면,우리가 가령 무엇이 되었었다면,우리가 가령,가령........ 우리가 가령 무엇이 아니고 여기 이렇게한 영혼을 가진 작은 존재에 감사할 일이다영과 혼이 있어 생각하고의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다이런 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하자 우리가 가령 무엇이 되었었다면 이 아니고 여기이렇게 내가 사랑할 수 있어 바라 볼 수 있는그대 있음에 행복해 할 일이다사랑할 그대 있음에 행복해 하자봄 꽃...
강숙려
  우리 부부는, 센 프란시스코 큰 딸집에 여행가 있었다. 남편의 생일인 토요일 아침 서둘러 길을 떠났다. 사돈내외분과 점심 약속이 있고. 점심 후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 한다 해서. 나는 딸보고 “점심만 하고 돌아오자고” 약속했다. 딸은 불란서 여행으로부터 돌아와 쉬지 않고 매일 같이 퇴근해 오면 곧 바로 우리 태우고 구경시키느라 돌아다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오늘도 집에서 쉬자고 애원하다시피...
이순
9월의 노래 2015.09.11 (금)
         늙은 허수아비 휘두르는 날갯짓에           조반 먹으러 달려들던 참새들           몸을 날려 도망한다           실어증인 허수아비           너무 멀리 가지마라 새들아           배고프면...
김영주
며칠째 비가 내린다.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밤에 예쁘게 내리더니 오늘은 빗소리가 온종일 경쾌한 노랫소리처럼 울려 퍼진다.쓸쓸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어디론지 떠나고 싶다.혼자서 길을 나서볼까?벤프로 가 볼까.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저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루이스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떤 소리로 다가올까. 내리는 빗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내가 그 속의...
김베로니카
그루터기 사랑 2015.09.04 (금)
하늘이  높아  하늘에 놀고바람이 좋아  바람과  거닐고비에  품겨 비와  사랑을 하고한여름 가을 다  보냈다. 어느 한  나그네 곁을 지나나를 찾을 때  등을 내주어 쉬게하고제비, 까마귀, 부엉이 모두 들리고나는 내 삶이 너무 좋았다. 바람이 그리도 센날그만 허리 도려지고그 넓던 푸른 잎 모두 갔으니가슴 속 남은 처절한 울부짖음이야 그 어느 소리가 있어 담을 건가하늘 높아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 허공을...
김석봉
산다는 건 2015.08.29 (토)
산다는 건주어진 멍에를 메고먼 길을 가는 것 어떤 이는 멋진 차를 타고 어떤 이는 편안한 신발 신고거침없는 여행길이지만 어떤 이는 맨발로부르트고 피 흘려도쩔뚝이며 가야 하는 것 걷다가 걷다가큰비를 만나면젖은 솜 지고 가는 당나귀가 되다가도해 뜨는 날엔이슬 앉은 잎사귀가 되는 것 산다는 건푸른 내일을 그리며 오늘 하룻길 가는 것.
임현숙
특별한 인연 2015.08.29 (토)
“불성무물"이라 쓰인 화선지를 탁자 위에 펼치시며 선생님께선 잠시 감회에 젖으셨다.“오늘 초대에 대한 답례로 내가 좋은 글귀를 하나 써봤어요. 참 쉽지 않은 인연인데---, 이석 선생, 조 여사,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기 바라요.”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중용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 (誠者物之終始...
조정
기부와 댓가 2015.08.22 (토)
언덕을 넘어서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하기 전에 느끼는 나만의 호사다.  늘 일을 할 때는 예외 없이 몰두하여야 하지만 이 경치에 빠져 마음까지 눕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가 백오십명을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머리와 가슴으로 일 하여야 하지만 유난히 긴장되는 장소가 있다.   이 곳 화이트락의 바닷가 멋진 양로원이 늘 나를 긴장시킨다.   특급호텔 수준의 이 양로원은...
김난호
가위바위보 2015.08.22 (토)
삼세판두 번 먼저 이기면 게임 끝내 어릴 적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시퍼렇게 날 선 가위를 냈지그는 부서지기 싫어하는 바위를 내밀었다 내 젊은 날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유품(遺品)으로 접어뒀던 보자기 하나 판 한복판에 깔았지그는 벼랑 끝에 선 바위 하나 뽑아서 판 모서리에 내동댕이쳤다 내 초로(初老)의 한때가위바위보나는 아랫마을 고물상에서 산 녹 쓴 가위를 내밀었지그는 어느 패장(敗將)이 버리고 간 단도(短刀)같은 가위를...
김시극
이백과 두보 2015.08.15 (토)
중국의 시문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백과 두보는 두 개의 빛나는 별이요, 두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다. <全唐詩>에 수록된 시인만도 이천이백이요, 詩數가 사만팔천 여 편이나 되는데 이 중에서 이백의 시가 1100여수이고, 두보의 시가 1500여수에 달한다. 당송시대의 쟁쟁한 숱한 시인들 중에서도 아주 빼어난 두 시인이다.후세인들이 이백은 시선이요, 두보는 시성이라고 일컽는 것도 두 사람의 문학적인 역량이나 창작시의 방대함과 함께 후세에...
한힘 심현섭
장맛 2015.08.15 (토)
장 담글 때 목까지 치솟는 울화통을 같이 묻어라 짠맛 단맛 버무릴 때 손가락의 골무자국을 벗기고땟국물 내리는 눈물로 우선 씻겨 내려라깊은 골이 진 이마주름 줄기의 땀도버무려진 장이 진국이 될 때흘러내리는 우수의 맛을 머금게 하리라한 수저 두 수저 급조된 인스턴트 맛을장독대 깊은 항아리 뱃단지 안에서 찾지 말아라후미각이 얄팍하게 길든 어제오늘의 사랑마저도 진득이 썩일 줄 알아야 하겠거늘제발이지 독 안에 몸이라도 한번...
김경래
제 5의 계절 2015.08.08 (토)
우리의 불꽃놀이는 끝이 났는가여름 밤하늘을 수놓던불꽃 같은 사랑허무의 꼬리 드리우며지상으로 곤두박질치노니 한여름밤의 꿈이었던가하냥 봄일 듯성성한 여름일 성싶던 청춘도여윈 다리 끄을며노을 속으로 사위어가고 제 5의 계절에 살아야 하는가사랑의 불꽃도 사위고청춘의 돛폭도 찢긴 채별똥별처럼 추락하다가문득은빛 미리내 여울목에 이르노니
김해영
캐나다 미어캣 2015.07.31 (금)
   수많은 별들이 달빛과 함께 바다를 이루어 하늘이 땅에, 바다가 하늘에 떠 있는  밤이었습니다. 어려서 고향 칼라하리에서 아빠의 어깨 위에 무등 타고 처음 보았던 밤하늘에 비하면 시시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밤의 사막, 뚝 떨어진 체온의 혈관에서 미세한 맥박의 고동소리가 이어 나오게 하기에는 충분한 별빛이었습니다. 순간 나는 곧추선 나의 콧등을 숨결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져...
박병호
“시어머니 자랑 그만해” 우리 며느리가 허물없이 지내는 성도들에게서 듣는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천사예요” 우리 며느리가 그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빙긋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그렇지 그 고마움을 우리 착한 며느리가 모를 리가 있나?”  세상에 효성스러운 며느리와 현모양처는 많습니다. 그러나 자애로운 시어머니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임인재
Friend 2015.07.24 (금)
벗 -박용진 바람 부는 언덕에 추억을 날려보자푸른 솔 지난세월 기지개 켠다세월이 흘러 흘러 빛바랜 사진 한 장에눈물이 떨어질 때면 가슴 스며드는 그리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친구야파도치는 바다에 그리움 띄어보자회색빛 갈매기가 무심히 운다지나간 얘기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한숨이 깊어질 때면 마음 파고 드는 외로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번역·로터스 정
여름 2015.07.17 (금)
파도 소리 철썩이는 밤 검푸른 바다 위에시 한 편 써내러 가고한낮에 격렬했던 몸부림의 햇살은 여름밤을보상하고 나섰다 탱탱하게 익어간 풀잎은 성숙한 처녀의모습으로 돌아오고풀벌레 연주곡 하나 들고나와한 여름밤을 태워간다 한나절 태양 아래 붉은 물감으로 그려나가던 화가는 피곤한 몸 뉘이며 자장가에스며 잠들어 버리고 휘영 찬 달빛에 물든 모래성에 그리운바람 한점 파도에 밀려와한여름 밤의 꿈을 꾸어 나간다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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