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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월)
또다시 나는 문밖에 갇혔다소용없는 줄 알면서 문고리를 흔든다열쇠가 오려면 한참,내 앞에서 열리지 않는 문 안의 모든 것들이가질 수 없으니 더없이 간절하다냉수 한 잔의 청량감과 낡은 소파의 아늑함목이 마르고 허리가 아파올수록간절한 것들이 때로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지'가끔 문밖에 갇히는 것도 괜찮겠네'눈을 감고 콧바람 한숨을 웃는다 호두 알맹이처럼 쪼글거려야 할 나의 뇌 주름은날마다 밀려오는 파도에 바위가 깍이듯아침저녁 내...
윤미숙
   여느날 처럼 나는 일산 탄현에서 내 차로 서초동 사무실까지 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엘리베이터를 타러갔다.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잠시 줄을 섰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빽빽하게 들어섰다. 서로 몸을 비빌 정도로 콩나물시루가 되어 문이 서서히 닫혔다. 막 움직이려 하다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어, 이거 뭐야’하는 표정들로 서로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곧 다시...
심현섭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아니, 급해졌다. 그리고 이런 내 성격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한 성격은 사회생활을 통해 변해버린 것으로, 원래의 나는 아주 느긋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마저도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의 이야기라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때는 지금과 같은 고통스러운 마음이 한참 덜했던 것도 같다.어린 시절 부모님이 너무 느긋한 내 성격 때문에 ‘속 터진다’는 이야기를 곧잘 하셨다....
윤의정
할머니 꿈 2023.08.21 (월)
빨랫줄에 걸린 이불 홑청을 볼 때 마다할머니 생각난다풀 물에 담가서 마른 잎사귀처럼 바스락 거리던 홑청할머님의 신발과 지팡이를 치우던 날하얀 홑청이 눈물이 되어 한 장의 젖은 손수건이었다항상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시며고향으로 가실 꿈을 꾼 할머니손 마디 굵은 주름 구부러진 손가락삐뚤 빼뚤 오라버니 전 상서는어릴 적 하얀 이불 홑청 속숨바꼭질 생각난다는 할머니갈 낙엽으로 메말라진 몸매에도어릴 적 상상의 꿈을 간직한 소녀...
강애나
꿈의 서막 2023.08.14 (월)
새벽엔 꿈을 꾼다꿈이 사라진이 나이에 찾아오는 꿈이 아심찮아은빛 포대기로 얼싸안고 어른다짜릿한 비상도 없고현란한 색채 마술쇼도 멈추어 버린밋밋한 흑백의 영상이지만감내못할 욕망의 질주가 아니어서 좋다사구(沙丘)처럼 허물어지지 않고고스란히기억의 풀섶에 남아풋풋이 적셔주는 투명함이 좋다그가 던져주고 간 화두-영원 속에 나는 어떤 존재일까 -에 잠겨하루종일 철학을 한다다른 얼굴로다른 배경을 두르고다른 운명을 연기하는 내...
김해영
당당한 13 번 2023.08.14 (월)
   “ 아빠, 늦겠어요. 빨리빨리요.” 아들 마음은 벌써 아이스 하키 토너먼트 경기장에 가 있었다. 아들과 난 3박4일 일정으로 치러지는 아이스 하키 토너먼트에 참여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아내는 삶은 계란, 김밥,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준비해 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에 도착하니  미리 온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잠시 아들과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상대편 팀에 대해 연구하고...
정효봉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나태주 시인의 “봄이다. 살아보자” 이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는 조정래 작가가 문단 50년을 기념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쓴 책이고, “봄이다 살아보자”는 시인 세월 50년을 살며 적은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두 권 모두 소설가와 시인으로 50년 간 문인으로 살아오면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서술한 공통점이 있다. 50년을 꾸준히 작가로서 한 길을...
정재욱
상처만 바라보다 희망 없다고창밖 너머 흔들리는 나뭇잎햇볕 한줄기에도 반짝인다만 권 진열된 도서관 서가에는창조와 멸종 모든 얘기 가득하고나는 무엇을 뽑을가 그 앞에 서서...이기는 방편 만을 풀어 놓는 지식과어울리는 방법으로 감싸 안은 지혜대화에도 때로는 간격이 필요하듯외면하고 돌아설 수 없는 그 많은 길살며 버림 받은 일 한 두 번 인가외딴 섬 파도 소리만 벗 삼을 수 없듯엇갈린 이 길에서 걸음 멈추고고개 돌려 저쪽에도 길이...
조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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