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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여행 견문록 2023.06.23 (금)
봄 소풍을 떠나는 시각, 오월의 햇살을 기대했으나 먹구름이 내려와 있었다.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지만, 생애 처음으로 패키지여행에 참가하는 아침이어서 조금은 설렜다. 내 나이가 아직은 시니어 그룹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일행에 나를 끼워 주셨다. 캐나다에 산지 거의 이십 년이 흐르는 동안 아이 넷을 키운다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 하루쯤 행선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관광버스에 이 한 몸 자유분방하게...
김 보배아이
새로운 준비 2023.06.12 (월)
한해의 껍질을 벗고 계묘년 토끼의 해가 벌써 중반을 달리고 있다. 작년이 호랑이해인 데 반해 올해는 온순한 검은 토끼해라고 하니 세상사가 더 잠잠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토끼 하면 먼저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했던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 거북이에게 한참을 앞서다가 방심을 한채 잠을 자는 바람에 우직한 거북에게 그만 지고 만 이야기다. 지난 펜데믹 기간을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내온 우리 앞에 나타날 온순하지만, 재간동이...
권순욱
아모르 파티 2023.06.12 (월)
오면 반드시 가고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것이는 자연의 법칙이며진화와 멸종의 순리라 하네지극히 작고 유한한 생명체에 불과한 내가전생에 무슨 좋은 업을 지었기에이처럼 아름다운 창조주의 작품들을무시로 누릴 자격이 주어졌는가?공기, 빛, 물, 푸른 대지그리고 그대! 어제의 숲을 지나와오늘의 삶의 광장으로 흘러든 내가무한한 내일의 대양(大洋) 앞에 서서인간으로, 오직 하나뿐인 진정한 나로숨 쉬고 있음이여ㅡ 아모르...
안봉자
속삭임 2023.06.12 (월)
   시원한 강 바람 불어오는 선창가 봄을 맞이하는 상춘객으로 들끓는다. 어느새 겨울옷 벗고 밝고 상쾌한 차림인 그들의 소곤거림과 웃음소리가 새어 나가고 있다. 난 아직도 거무튀튀한 겨울의 칙칙함을 몸에 칭칭 감고 있다. 그러나 햇살은 영락없이 봄을 쏟아내며 현란한 빛을 자랑한다. 냄새와 실 바람은 감미로운 아이스크림같이 영혼에 스며든다. 강 둑에 넘치는 자연의 유희는 찰랑이고 아득한 산 자락은 산봉우리 꼭대기 흰 눈을...
박혜경
잠시 들이친 소나기처럼한 줄기 빛으로 날아와별 꽃처럼 빛나다찰라의 무지개 언덕을뜨거이 너머그리운 긴 그림자를 드리워애틋이 설레다시린 슬픔 고여 놓고기다림 깃든 여운 속을차거이 흩날려머물지 않는 사랑은영영 살아서그리운 불꽃으로서늘히 흔들려가는 바람
백혜순
 작년 9월에 주문했던 차가 일주일 내로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팬데믹으로 반도체 공급 난이 심해지면서, 신차 출고가 일 년씩 미뤄진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새 차를 받게 되었다. 자동차 딜러는 운이 좋아 주문한 차가 빨리 나왔다며 좋아했지만,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십 년을 함께한 노후한 차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살아있지 않은 대상에게서 생명체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어떤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권은경
유월이 오네요 2023.06.05 (월)
당신의 마당에 우뚝실유카 꽃대 올라오네요꽃샘 바람, 황사 먼지 바람메케한 연기 바람 모두 쏟아내고지친 봄 날 서둘러 떠나가네요주렁주렁 실유카 꽃봉오리피어나려는 소리 울려 퍼지는하이얀 종소리 들리나요유월이 오네요우리 흩어진 마음 다독이면실유카 꽃송이 활짝 피겠지요단단한 열매도 낳겠지요
강은소
2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밤중에 엄마는 나를 깨워 황급히 옷을 입혔다. 잠이 덜 깬 채 엄마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겨울바람이 쌩쌩 불었다.“에취! 추워!”며칠 집에 오시지 않던 아빠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아빠!”나는 달려가 아빠 품에 안겼다.“세진아! 이제부터 우리 세진이가 엄마 보호자야.”“왜? 아빠는 어디 가는데요?”아빠는 나를 한 번 안아주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엄마는 나를 붙들고 떨고 있었다. “아빠,...
이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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