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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세상의 빛이 됐네. 세인트폴 병원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4-17 13:33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5)
"에밀리 가믈랭(Gamelin) 수녀가 몬트리올에 프로비던스 수녀회(the Sisters of Providence)를 1843년 창립해 북미 전역에 양로원·고아원·병원·학교를 지은 것이 우리 병원 시초입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세인트폴 종합병원에 관한 설명이다. 세인트폴은 1894년 폴 드류(Durieu) 뉴웨스트민스터 주교의 이름을 따서 자애병원으로 설립됐다. 

가믈랭 수녀는 남편과 어린 세 아들과 사별한 후, 유산으로 가톨릭교회와 함께 양로원·고아원을 만들고 활동하다가 후일 수녀로 종신 서원한 사람이다. 죽은 자녀의 머리카락을 묵주주머니에 담고 기도하며 십자가에 달린 아들을 바라봤던 성모 마리아의 깊은 슬픔을 헤아린 후, 남은 평생을 자선에 바쳤다고. 1851년 세상을 떠나기 전 유언은 “겸손하게(Humility), 꾸밈없이(Simplicity), 자선하라(Charity)”였다.

가믈랭 수녀의 유의를 받아 세워진 세인트폴은 밴쿠버의 역사와 함께했다. 초창기는 클론다이크 골드러시로 몰려든 광부를 위한 병원이었고, 20세기 밴쿠버 도시화에 따라 엑스레이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병실을 늘려갔다. 현재 한 해 38만명이 이용하는 종합병원으로, 사회의 민감한 부분에도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다운타운 동부의 정신병이 있는 노숙자에 대해 “경찰서 대신에 병원에 보내 치료할수 있게 사회제도를 정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영아 유기를 막기위해 익명으로 아이를 받는 에인절스 크레들(Angel’s Cradle) 마련, 노숙 청소년을 위한 유스헬스센터 개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의료연구 면에서는 장수와 건강을 동시에 누리는 ‘슈퍼시니어’, HIV·AIDS치료 연구 등 성과를 사회와 나누고 있다. 현재 1081번지 버라드가(Burrard St.)에 있는 병원이 앞으로 자리를 옮겨도 역할과 의미는 변치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깊은 슬픔이 자선활동으로 승화된지 100년이 넘은 지금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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