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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뤼도 총리의 수모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4-29 09:06

홍수 현장, 60대 남성 자원봉사자 '항의'

정치인들에게는 기사를 쓰는 기자보다 사진을 찍는 기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기사는 자신을 비판적으로 보도할 때가 다반사지만 사진은 아주 나쁜 종류만 아니라면 언론에 많이 등장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만 사진을 좇는 건 아니다. 사진기자도 정치인의 사진을 필요로 한다. 신문이 사진 없이 나갈 수는 없으니까.

 

영어 조어에 Photo Op (또는 Photo Opp) 이라는 게 있다. Photo Opportunity(사진 찍을 기회) 의 줄임말이다. 정치인에게도 사진기자에게도 필요한, 연출되는 기회다.

 

유명 정치인(대통령이나 정당 대표, 관계 장관)이 나무를 심는다든지 악수를 한다든지 방명록에 뭘 적는다든지 노인 손을 잡거나 아이를 번쩍 드는 모습들이 다 Photo Op 에 해당된다. 

 

그 정치인을 싫어하는 독자는 신문을 보면서 외면하거나 혀를 차면 되지만 현장에 있는 시민은 대개 아무 소리 못하고 배경 담당 엑스트라 배우 역할을 하게 된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이 포토 옵을 잘못 이용했다가는 이제 봉변을 당한다. 

 

27일 오타와-가티노 지역 홍수 피해 현장을 방문한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가 그런 수모를 겪었다.

 

주말 오전 아들과 함께 현장에 와 모래주머니 쌓기 작업을 도우며 사진도 찍어 전국에 <재난 현장에서 피해 국민과 함께 하는 총리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기 직전 한 자원봉사자의 항의에 부딛친 것이다.

 

CBC 뉴스에 따르면 60대 정도로 보이는 이 남성은 총리에게 "당신이 (사진 찍기 쑈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모래주머니를 받으려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 줄 아는가? 난 당신이 카메라 세례에 젖어 있는 동안 이 줄에서 30분간 기다리고 있었다"며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당신이 여기 있는 사이 아무도 모래주머니를 받을 수 없다. 당신은 사람들을 막았고, RCMP와 경호원들도 사람들을 막았다."

 

트뤼도 총리는 이 자원봉사자에게 "경호원들에 대한 불만을 이해한다. 나의 목적은 더 많은 캐네디언들이 발런티어하도록 격려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RCMP가 총리 방문 때문에 막은 (모래주머니 수송) 트럭은 한 대도 없었다고 밝혔으며 RCMP(경찰청)는 경찰 오토바이 경호대가 오늘 방문 중 일으킨 지연은 없었다고 CBC에 해명했다.

 

정치인들의 연출 Photo Op 이용이 쉽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다.

 

정기수 기자 jks@vanchosun.com



CBC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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