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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소유가 중산층 기준이던 시절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5-14 14:29

권민수 편집장의 캐나다 브리핑(16)
Middle class in Canada ① TV& Politics

올해 10월 캐나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여야의 공약싸움은 주인공을 ‘중산층(middle class)’으로 삼고 있다. 
이 캐나다 중산층의 정체가 흥미를 끌어 사료를 종합해봤다.

북미 중산층이 형성된 시초는 1945년 2차 대전 종전으로 잡는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젊은 재향군인으로 구성된 50년대 말 북미 중산층의 기준은 자기 집·자가용·TV·신용카드의 소유였다. 소유를 통한 중산층 기준은 팍스아메리카나를 타고 캐나다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로 퍼져나갔다. 

네 가지 소유물 중 중산층의 정치 지위를 올려놓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보상자’로 취급된 TV였다. 1960년 미국 대권주자 TV토론의 결과는 TV를 소유한 중산층의 힘을 알린 최초의 사건이었다. 당시 정치 신인이던 존 F. 케네디가 TV토론에서 거물급인 리처드 닉슨 부통령을 대선에서 누른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TV는 선거에 중요한 도구가 됐고, 공약의 중심에는 중산층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1968년 캐나다 최초의 여야 대표 TV토론회에서 승자는 당시 여당, 자유당(Liberal)의 피에르 트뤼도(Trudeau) 당대표였다. 경력으로 봤을 때 트뤼도는 65년 연방하원의원(MP) 초선 후 67년 법무장관에 임명된 정치 신인이었다. 경쟁 상대였던 로버트 스탠필드(Stanfield) 진보보수당(PC)대표는 노바스코샤주의 3선 주수상 출신으로 자유당을 꺾고 ‘분위기가 무르익은 정권교체’를 실현할  인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TV와 중산층의 바람이 판도를 바꿔놓았다.

트뤼도가 67년 자유당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일종의 팬덤인 ‘트뤼도매니아(Trudeaumania)’가 형성됐다. 중산층의 젊은 자녀, 특히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이들은 트뤼도를 열렬히 응원했다. 당시 중산층의 젊은 자녀는 베이비붐세대(the baby boomers·1946~65년생)에 속했다. 트뤼도는 가끔 파격적으로 형식을 깨는 모습을 보이며 연일 TV전파를 탔다.  급기야 일부 방송에서 트뤼도를 소개할 때 “잘 생기고,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는”이란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특히 총선 전날 퀘벡주에서 퀘벡분리주의자들이 트뤼도가 참석한 행사 연단을 향해 돌을 던질 때, 트뤼도는 물러나지 않았고 이 장면은 고스란히 TV에 중계됐다. 중산층은 ‘위험을 직면하는 지도자상’이라며 열광했다. 결국 트뤼도는 이후 총리로 연속 3선. 스탠필드는 연속 3패 후 은퇴했다. 지지를 배경으로 트뤼도는 새 헌법재정을 통한 국가정체성 확립과 복지제도 확대라는 공을 세웠지만, 동시에 막대한 빚더미와 장기 침체라는 과도 남겼다. 

요즘 ‘TV소유는 중산층의 자격’이라는 기준은 이제 통하지 않지만, TV토론은 여전히 총선에서 중요한 위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TV토론방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기존 방식대로라면 야 3당 대표를 모두 상대해 싸워야할 여당·총리는 기존 방법은 캐나다 방송사 3사·CBC, CTV, 글로벌에 독점권을 준다며 새 방식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1968년 피에르 트뤼도 총리를 담은 당시 타임지 표지. 사진=캐나다 국립 도서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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