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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과 변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0-16 00:00

나는 지금 밴쿠버에 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았고, 밴쿠버에 산지는 이제 6년이 다 되어 간다. 이것은 숫자가 가리키는 단순한 세월의 흐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내 환경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된 환경의 최전방에는 '거리'가 있다. 한국과 캐나다, 시속 800킬로미터 이상으로 나는 비행기로도 10시간이 넘어야 도달하는 그 거리를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다. 동북 아시아의 한반도 삼천리, 그나마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인식 안에서 이역만리가 안기는 거리감은 추상적으로도 조차 수용되어지기 힘들다. 그것은 6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전혀 좁혀지지 않는, 좀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물리적 변화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지만 거리에 관련한 내 인식의 수용한계는 아무래도 1000킬로미터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생활의 환경이 바뀌는 것은 그에 따른 행동양식의 변화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자신의 삶이 도달하려는 곳에 이르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삶에의 또 다른 관점이 형성되는 화학적 변화다. 구도(求道)에 목마른 사람이 굳이 깊은 산 속의 암자를 향해 떠나는 까닭도 환경의 변화가 단순한 물리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이런 변화들은 때때로 내 개인적인 의지를 넘어서 새로운 환경이 내게 선사하는 반복적인 충격, 또는 충돌에 의해 이루어 진다. 물론 내가 환경에 길들여지고 있음을 자인하기엔 아직 이르다. 내 기존의 형성은 자존심에 등을 기대고 있다. 그에 기인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조건반사적으로 반(反)하려는 기운이 더욱 도도해진다. 그래서 아직 많은 것들과 충돌한다.

충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에의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발로는 경계심에 있다. 새로운 환경은 막연하고 불투명한 경계심을 내 안에 조성한다. 그 경계심으로 인하여 흔들리거나 주저 앉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잡힌다. 그러나 버텨내려 애쓸수록 한계는 좁혀진다. 주저앉고 싶을 때 더욱 그리워 지는, 사람이다.

강박 관념을 내려놓고 마음을 흠뻑 기대는, 흔들리고 주저앉는 모습마저 뒤끝 깨끗하게 담을 수 있는 사람에의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밴쿠버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 같다. 세월이 더욱 흐른 뒤, 언젠가는 이런 무의식적 자존심이 끝내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 충돌의 시절에 대항한 나만의 객쩍은 외침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혹시 그런 때가 와도 난 어깨를 늘어뜨리진 않겠다.

어차피 변화는 일어날 것이고, 다만 변화의 내용이 내가 주목하는 방향에 근거할 것이다. 난 내게 새롭게 드리워진 환경의 외면(外面)을 파악하려 애쓰지 않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연연치 않겠다. 파악이나 방법은 핵심이 아니다. 껍데기의 문제다. 차라리 외로움과 충돌하겠다. 끊임 없이 충돌하며 빚어질 내면(內面)의 화학적 변화에 주목할 거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에서 희망을 본다. 충돌의 결과에서 끝내 환경에 길들여지는, 굴복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준엄한 고독 앞에 머리 숙이는, 성숙한 순응(順應)의 깨달음을 이룰 것 같은 희망이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본다. 외로움은 그저 감정상태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생명현상 가운데 하나다. 지독한 외로움이 나에게 주는 생명적인 현상의 변화마저도 내 삶을 든든하게 지탱하게 하는 것으로 환원시킬 자신감이 아직은 있다.

시시때때 변하여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밴쿠버의 하늘, 새소리에 잠을 깨는 밴쿠버의 아침, 그리고 점점 가슴으로 닿는 밴쿠버의 커피 향(香)은 나에게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요소들로 작용한다.

지독한 낯섦과 가슴을 에는 외로움이여 날 비껴가지 마라,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닥쳐오라.

*필자 김기승씨는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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