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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내 새끼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0-30 00:00

얼마 전 시내의 거리를 지나는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 그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거의 반은 욕설로 채워진 그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 노래의 후렴구도 아니고 참으로 무지막지한 욕들이 난무하는 내 새끼들의 모습, 볼썽 사납고 듣기도 고약하다.

웬만한 일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욕에도 순기능(順機能)이 없는 건 아니다. 욕은 때와 상황에 따라 그냥 일상적인 말에 정감을 더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할머니가 손주를 보듬고 아이구 내 새끼 하는 거며, 오랜만에 만난 여고 동창생끼리 눈물 그렁그렁한 눈을 예쁘게 흘기며 나쁜 년 하는 정경에서는 욕이 욕인 게 아니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욕의 순기능으로는 언어학 연구의 훌륭한 자료가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욕도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변화한다. 자연히 언어와 욕에는 그 시대가 담기게 된다. 그리고 언어학 일설에 의하면 고등언어일수록 욕이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관점으로 보면 우리 말은 고등언어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분류되고도 넘칠 거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비중 있고 설득력 있는 욕의 순기능을 말하자면 해소(解消) 기능일 텐데, 욕은 일상의 말처럼 ‘하는 거’가 아니라 ‘뱉는 거’이기 때문이다. 뱉는 것, 다시 말해 토(吐)한다는 것은 막힌 것을 뚫고, 응어리를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흥분, 또는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담배를 권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러면 그 사람은 담배 한 모금 피우며 흥분과 긴장을 삭힌다.
그런 경우 니코틴이나 타르 같은 담배의 성분이 신경을 자극하여 흥분과 긴장을 감소시킨다기보다는, 담배를 피움으로써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무의식적 심호흡,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숨을 깊게 마셨다가, 다시 깊은 곳에서부터 한껏 숨을 뱉어내는 가운데 일시적인 진정효과가 이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욕은 일상적인 말하기와는 달리 뱉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해소작용이라는 순기능을 부여할 수 있겠다. 이를 바꿔 말하면 욕은 흥분상태에서 뱉어지는 것, 일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튀어나가는 것이 된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본디 말이라는 것은 생각이 정리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욕의 뱉어지는 속성상 사고(思考)와 신중함은 애초부터 배제된다. 따라서 해소작용이라는 욕의 순기능은 전폭적으로 수용되지 않게 마련이다.

일상적인 말과는 달리 이미 조절 또는 통제가 상실된 욕은 그래서 탈을 낸다. 주절주절 욕이 달린 일상은 볼썽사납다는 문제보다 더 큰, 의사소통과 사고에서의 신중함이 사라지는 문제를 드리운다. 격(格)이 사라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 하물며 마구 욕하는 내 새끼들의 모습에서는 더욱 낙담할 수밖에 없다.

말과 글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 고귀한 생명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우리의 말과 글이 수난을 당함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또 나라의 지도자들부터 앞장선, 욕에 버금가는 해괴한 말장난들에 정신이 사납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은 휘청거리는 우리 말을 보살필 때가 분명하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애송하는 조지훈(趙芝薰. 본명은 동탁(東卓))의 시 승무(僧舞)의 시작 부분이다. 위대한 시인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한 우리 말의 아름다움은 저 높은 경지를 넘고 더 넘어 아예 황홀경에 다다른다. 황홀한 시어(詩語)를 함께 지니는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캠퍼스에 새봄이 앉는 첫 강의 시간이면, 이 위대한 시인은 칠판에 커다랗게 써서 자신을 소개했다는데, 또한 백미(白眉)다.

趙芝薰 訓(조지훈 훈)하다.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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