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 꽃
샛결바람 따스히
감 꽃이 떨어져요
장독대 물들이고
담장아래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가요
밭일 나간 엄마에게
막내소식 들려주려
바삐 바삐 떠나가다
가지 끝에 결린 바람
맴을 돌다 사분사분
감 꽃만 흩날려요
샛결바람 따스히
떨어진 감 꽃이 내 마음 물들이고
발치 아래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가요
2. 목걸이
실에 꿰어 만든 목걸이
엄마 기다리다 길어진
모가지에 드리우고
쌉살 떨떠름한 감 꽃을
물어 뜯어먹어요
뽀얀 엄마 목덜미에
친친 베어 두고 싶은 꽃잎들이
갈색으로 멍이 들고
시들 해져도
자꾸자꾸 떨어지는 감 꽃 속에
엄마 모습 떠올려요
실에 꿰어 만든 목걸이
엄마 기다리다 길어진
모가지에 드리워요
3. 아기감
감 꽃이 진 자리
아기 감이 열렸어요
엄마를 기다리다
그리움이 동그랗게
보고 싶은 엄마 닮아
그리움이 납작하게
동글납작 어여쁜
아기 감이 열렸어요
감 꽃이 진 자리
그리움이 열렸어요
4. 감 따던 날
가을 빛 하늘 아래
감이 익어가고
밤이 여물어 가고
덩달아 나도 철이 들어가는 걸까
따묵 따묵 매달린 뺨을
주황으로 물들이고
구름 사이 얼굴을 내민
햇살이 정겨워라
이마의 땀을 훔치고
긴 장대로 하늘을 찌르듯
발돋움하던 동심
뽀얀 시상(柹霜)을
쓰윽쓰윽 닦아내고
떫은맛 한입에
부르르 가을을 삼켰다
5. 감 삭히기
떫은맛 숨기고
아랫목 품에 안겨
달게 달게 익어가던 그리움
들켜버린 장난처럼
입안 가득 퍼지던 떫은 웃음
이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추억의 단맛
6. 까치밥
하얗게 눈 덮인 마당
붉은 점 하나 매달린 가지 끝
먼 산 바라보듯
찬 서리 맞고 서 있네
아랫목 항아리 속 달디 달았던 맛
담요 속 온기와 웃음소리 그리며
붉은 가슴 뜨겁게
겨울 하늘 물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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