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테이블은 봄에 폈다. 여름 내내 펴져 있었고, 지금도 그대로 펴져 있다. 한 번도 앉지 않았다.
의자는 봄에 서로를 마주 보게 돌려두었다. 마주 앉아 이야기라도 나눌 것처럼, 둘을 바짝 당겨 붙여 두었다. 여름내 그 자세 그대로, 아무도 앉지 않은 두 의자가 서로를 마주 본 채 비어 있었다.
의자 위로 먼지가 앉았다. 먼지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앉는 법이 없어서, 바람이 몇 번이고 지나가고 볕이 몇 번이고 들었다 물러간 뒤에야 겨우 얇은 막을 이루는데, 그 긴 시간 동안 줄곧 나는 안에 있었다.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펴 둔 것들이 바깥에서 볕과 먼지를 다 받아내는 동안, 그 안쪽 그늘에 앉아 내다보기만 했다.
바비큐 그릴에는 거미줄이 생겼다. 거미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자리를 귀신같이 알아서, 여름내 한 번도 불을 피우지 않은 뚜껑과 손잡이 사이에 제집을 지었다. 나보다 먼저, 그 자리가 비어 있으리란 걸 알았다.
세차용품은 상자를 뜯지도 않은 채 현관 한 켠에 있다. 차는 봄에 앉은 꽃가루와 여름내 앉은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쓴 채, 닦아 주기를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주차장에 서 있다.
강아지가 물장구치며 놀라고 사둔 풀장은 상자째 뒷마당 구석에 있다. 여름이 오면 잔디밭에 펼쳐 바람을 넣고, 호스로 물을 받아, 더운 날 강아지가 첨벙대는 걸 지켜볼 생각이었다. 물이 채워지고 볕에 데워지고 강아지 털이 젖는, 그런 여름 하루를 몇 번쯤 그려도 보았다. 그러나 상자는 끝내 뜯기지 않았고, 접힌 풀장은 한 번도 바람으로 부풀어 오르지 못한 채, 제 안에 여름 대신 빈 공기만 납작하게 품고 있다. 강아지는 상자 안에 제 몫의 여름이 들어 있다는 걸 모른다. 조르는 법도 없다. 종일 집 안에만 있는 나를 따라 방에서 방으로 옮겨 다니며, 내가 앉으면 발치에 눕고 내가 누우면 곁에 몸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를 다 쓴다. 아픈 사람의 하루에 맞추어 제 하루를 그만큼 줄인 것을, 그런 줄도 모르고.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고, 그렇게 여긴 적도 있다.
텐트는 빌려달라는 사람에게 빌려주었고, 돌려받지 못했다. 돌려달라 말을 꺼내는 일조차 기력이 드는 일이라, 그냥 그 사람의 창고에 있게 두었다. 어차피 펴지 못할 텐데, 남의 창고에서 개켜져 있으나 내 창고에서 개켜져 있으나 다를 게 없다고 여겼다.
창고는 여름 초입의 모습 그대로 고여 있다. 문을 열면 갇혀 있던 여름 공기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그 안에서는 끝내 쓰이지 못한 것들이 천천히 상해가는 냄새가 난다.
봄에 마당 한 켠에 심어둔 것 하나는, 내가 돌보지 않는 사이에도 저 혼자 자랐다. 여름 동안 키를 올리고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끝물이라 잎끝부터 누렇게 마르고 꽃이 진 자리마다 씨앗을 맺었다. 그 자리에서 한 계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다 살아낸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멈춘 이유는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 먼지는 보이고, 거미줄도 보이고, 뒤집어쓴 꽃가루도 보이는데,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게 만든 것만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디가, 하고 묻는다. 팔인지 다리인지 짚어 보일 자리가 있으면 좋으련만, 짚을 데가 없다. 안이라고밖에 달리 이를 말이 없어서, 대개는 아프다는 말을 그냥 삼킨다. 삼키고 나면 아픈 사람이 아니라 그저 게을러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어떤 날은 그편이 차라리 설명하기 쉽다.
하려던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차용품을 골라 샀고, 테이블을 펴 두었고, 풀장 상자를 뒷마당까지 옮겨두었다. 거기까지는 갔다. 다만 무언가를 시작하면 몸이 그 일을 기억할까 봐, 정확히는 그 일로 조금 더 아파질까 봐, 뻗던 손을 도로 거두었다. 그렇게 준비된 것들 앞에서 준비된 채로, 여름 하나가 통째로 지나갔다.
이제 가을이다. 아침 공기가 먼저 달라지고, 볕이 드는 각도가 낮아지면서, 정원에 펴 둔 것들을 하나둘 접어 들여야 할 때가 왔다. 한 번도 앉지 않은 의자를 접고, 한 번도 밥상이 되어보지 못한 테이블을 접는 일. 그것이 올해 정원에서 하게 될 유일한 일이 될 것이다. 쓰지 못한 것을 개켜 넣는 것으로 한 철을 마감하는 셈이다.
접기 전에, 먼지는 닦지 않을 생각이다. 닦아내면 이 여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아무 일도 없지는 않았다. 다만 그 일이, 바깥에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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