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시간(時間)

우제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12-01 16:05

우제용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진다고 말한다.
마치 인생의 모래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울어져 모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시간은 전혀 다르다.
아직 모래시계의 윗부분이 가득 찬 채 천천히, 그리고 지루할 만큼 느릿하게 모래알이 떨어지던 시절 —
나에게 그 시절은 바로 10대였다.
 
국민(초등)학교 시절의 하루는 끝없는 여정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 그 작은 꿈조차, 마치 지구 반대편으로 흘러가는 바람처럼 멀고 아득했다.
시간은 정지된 물처럼 고여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답답함을 삼킨 채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느리던 시간 속에서도 여름방학만큼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처럼 재빠르게 사라졌다.
 
어릴 적 시간은 그렇게도 모순적이었다.
10살에서 20살까지의 10년은 길고 넓은 평야와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나는 언제쯤 스무 살이 되어서 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며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이제 고희가 넘어선 자리에서 시간을 뒤돌아보니, 그 길고 긴 평야는 순식간에 지나쳐버린 한 장의 풍경화처럼 아득하게 멀어져 있었다.
세월은 내 곁을 천천히 지나가는 듯 보였으나, 결국 긴 여정을 한순간에 휘감아 버린 바람이었다.
 
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
달라진 것은 시간의 속도가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나의 위치였다.
물의 흐름을 바라보면 끊어진 적 없는 한 줄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끝없이 흩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물방울의 움직임일 뿐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도 결국 마음속에서 조각나고 이어지는 감각의 연속이다.
 
어릴 적 나는 세상의 모든 사소한 신비들 앞에서 걸음을 멈추던 아이였다.
주전자에서 쏟아지는 물이 왜 ‘쪼르륵’ 하고 여러 겹의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잠자리의 눈은 왜 그렇게 큰 채로 몸 옆에 달려 있어서 앞과 뒤를 동시에 바라보는지,
나는 그런 질문들을 가슴에 품고 세계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끝없는 수수께끼였고, 시간은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긴 기다림이었다.
그 시절 나는 과학자도 되고 싶었고, 시나리오 작가도 되고 싶었고, 예술가도 되고 싶었다.
심지어는 만화 속에 나오는 독수리 5형제처럼 지구를 지키는 상상도 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시간은 그렇게도 넉넉했고, 무엇이든 품어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현실 속을 걷다 보니, 시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모자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남아돈다.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늘 짧고 빠르게 지나가지만, 목표가 흐릿한 사람에게는 시간이 무겁고 느리게 흐른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고 말하면서 네 시간 자는 잠도 아꼈다고 했다. 이처럼 확고한 목표를 가진 사람의 시간은 숨 가쁘게 달리고, 그 흐름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조각해 나간다.
 
반면 목표를 잃은 사람에게 시간은 길고 지루한 길목이 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개미를 보며 배우라고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의 삶 속에는 ‘시간을 미루지 않는 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닮아서, 손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이 유한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몫을 건져 올린다.
 
누군가는 그 물결 위에 배를 띄우고, 누군가는 그 흐름 앞에서 멈춰 선다.
그러나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사용하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간속에서 흘러가는 물결과 싸우고 있고, 해가 기울어지는 속도와 경쟁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나님이 공평하게 주셨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고 몫이라고 생각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들아 2026.03.27 (금)
탯줄이 우리를 연결해 주고그 고리마저 흔적만 남기고 떨쳐냈지만오묘한 사랑의 영향은 계속 흘러 가고 다리 마디마디 여물어지고가느다란 팔 두터워지는 너를 보며내 가슴속 사랑이 차곡차곡 쌓아 가는구나 영글지 못해 귀여움이 오동통한손등에 달콤한 과일 향 맡으니사랑이 배불러 차오르며 새근새근 잠든 너의 코끝을 마주대면숨소리는 희망을 알리는 알람 되어사랑의 기적을 전달해 주는구나
김윤희
까치까치 설날은 2026.03.27 (금)
까치걸음으로 살금살금, 할머니 방에 들어간다. 오동나무 반닫이 3층장을 조심스레 연다. ‘이거, 내 색동저고리!’ 손가락을 꼽아본다. 설날까지 몇 날이나 남았나.  동지 지나 섣달이 들면 할머니는 가마솥에 장작을 때 하루 종일 조청을 고셨다. 안방 아랫목이 설설 끓어 콩댐으로 길들인 노르스름한 장판이 탈까 봐 놋대야에 찬물을 담아 이리저리 옮기셨다. “아가”하고 부르시면 나는 냉큼 달려가 장독대 뚜껑을 뒤집어 들고 섰다....
김아녜스
선택은 중요하다 2026.03.27 (금)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선택을 시작한다.일어날 것인가, 조금 더 누워 있을 것인가. 창문을 열 것인가, 그대로 둘 것인가. 커피를마실지, 물로 하루를 시작할지. 그런 사소한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모여 인생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선택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늘 그래왔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하루를 산다. 그래서 가끔은 삶이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 어디선가 밀려와 떠내려가는...
우제용
청개구리 2026.03.27 (금)
예쁘기도 하여라봄 풀 돋아난 마당여가 저기 고운 초록색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청개구리어른 엄지손톱만한 쬐그만 것이윤기나는 작은 나뭇잎처럼파라솔 위에도 제라늄 화분에도 붙어있다열린 현관으로폴짝 아기 신발코에 앉아사방을 두리번 두리번꼬리치는 강아지 기척에 놀라포올짝 현관 문 위로 뛰어오르는높이뛰기 선수볼롱 볼롱 턱 부풀리며 숨 할딱인다고놈, 참, 어디서 왔을까?신기하가도 하여라
임완숙
들꽃 2026.03.19 (목)
이름은 알아 무엇하랴 그저 좋은걸 나이는 물어 무엇하랴 그냥 예쁜걸 고향은 또 물어 무엇하랴 아마도 남촌일걸오직 하나 그 예쁜 얼굴로 그 여린 몸으로 왜 나왔는지 이 거친 들판에
늘샘 임윤빈
살면, 살아진다 2026.03.19 (목)
2025년 정기연주회 때의 일이다. 그 해는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한국을 다녀오자마자 “유엔젤 보이스”라는 한국팀의 초청 공연이 있어 슬퍼할 틈도 없이 매우 바쁘고 힘들었다. 한국에서 공연 팀을 초청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인프라가 높은 수준이어서 웬만해서는 초청 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나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이탈리아로 연주하러 갔을 때 초청된 입장에서 보면 이탈리아가 선진국이라는 기대치가...
아청 박혜정
봄에 기대어 2026.03.19 (목)
살면서 줄일 것이 늘어만 간다.많이 가지려고 한 것도 아닌데 꼭 필요한 걸까 생각해보면 추려낼 것 투성이다. 책과 LP를 사 모으는 건 때마다의 즐거움이고행복한 취미 생활이었다. 그렇게 쌓인 책더미를 보면 뿌듯했는데 그것도 지금은짐스럽게 느껴져서 정리대상이 되고 있다.전공어로 된 소설책을 이민오면서왕창 처분했다.남긴 책들도 한번씩 더 읽게 된 것 이외는중고서점에 팔고 나눔도 했다. 그렇게 남은 책은 나름 내게 인생...
고희경
봄을 기다리다 2026.03.19 (목)
얼레에 감긴 실처럼길고 긴 겨울더러 추운 몇 날은시린 손 비비며온기를 만들고그래도 몸이 녹지 않으면따뜻한 기억을 불러가만히 껴안고 잤다올 듯 오는 듯하면서도더디기만 한 봄남녘 여기저기에 매화꽃 피워 놓았다는데그 바람 얼른 올라와섬강 뒤덮은 얼음 녹이고언 내 몸에도 온기 나눠 줬으면
정금자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