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동 과 서 (東 과 西)

정관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9-26 16:19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음직한 “ 정글 북 ” . 그 유명한 책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 Rudyard Kipling:  영국의 소설가겸 시인. 1865년 -  1936년,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 ) 은 이렇게 말했다 동 (東)은 동이요 서 (西)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 (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rain shall meet. ).  필자는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라는 책의 저자이며 지금은 사라진 대우그룹의 창업자인 고 김우중 회장의 말씀을 따라 세상이 좁다 하고 이 세상을 누비던 1970- 80년대에는 키플링의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당시의 일본을 가보면 그들은 이미 서구의 물질문명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는 듯했으며 홍콩을 가보면 그곳에서는 두세 사람 건너 외국인들로, 동서양의 인종들이 뒤섞여 잘 살아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필자가 느낀 점은 홍콩은 이미 “동양 속 서양 “느낌이었으며 그리고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밴쿠버에서는, 이곳은 분명히 지리상으로는 서양인데, 특정 장소에서는 동양인들이 피부가 희고 눈이 파란 서구인들 보다 더 많이 눈에 띄기도 한다.
      1970 - 80년대 홍콩이 이미 동양 안의 서양이었다면 이곳 밴쿠버는 서양 안에 있는 동양의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 잘 적응하였는지 필자는 이 곳에 살면서도 외국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특별히 없었다. 물론 이것은 이민 온지가 이미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러다 바로 엊그제 위에서 언급한 키플링의 동은  동이고 서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라는 말을 통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날 로히드몰 근처 어느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주차면이 두 개가 남아 있어 그 중 하나에 주차를 하고 일을 보고 나오니 바로 옆에 주차하였던 흰색 포드 F- 150 픽업 트럭이 차를 빼려고 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 트럭을 모는 사람은 백인 중산층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때 그는 너무 급했는지 아니면 방심하였는지 후진을 하다 그의 차 뒤 타이어가 필자의 차 후미를 스쳤다.  차 후미에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필자는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였으며, 그 백인 운전자도 그것을 느꼈는지 일단 차를 완전히 뺀 후, 약 20m 정도 떨어진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를 들여다보고 난 후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필자는 당연히 서로 사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것을 본 그 백인 운전자는 알았다는 듯하더니 차를 타고 그냥 가 버렸다.  엄청 화가 났지만 그 차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필자에게 바로 옆에 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친절히 그 흰 차의 플레이트 넘버를 알려 준다. 그런 고마운 사람이 가끔씩 등장한다.  감사를 연발하며 혹시 차량 번호를 잊을까 메모지에 적어 놓고 집에 돌아와 ICBC ( BC주 자동차보험회사) 에 연락한다. 담당자에게 흰색 뺑소니 차 이야기와 그 차량 번호를 이야기해 줄 때는 그런 사람은 벌을 좀 받아야 한다고 기고만장 하기도 했다.  
      당연히 담당자는 그 차량을 수배해서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ICBC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흰색 F-150 운전자와 통화를 하였는데 그도 사고를 알았고 자기 차를 체크해 보니 아무 상처도 없었으며 또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내가 보낸 손짓이 내 차도 아무 상처가 없으니 그냥 가라는 신호였다고 주장했다고 하였다.  그게 아니고 필자는 분명히 나에게 와서 함께 피해 정도를 확인하자고 보낸 신호였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니 그럼 다시 한번 그 사람에게 확인하겠다고 한다.  곧 이어 온 전화는 역시 그 백인 남성은 필자가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냥 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고 강력히 주장한단다.     
그날 일단 전화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내가 한 행동을 차분히 되짚어보니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그때 내가 그에게 보낸 수신호가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 ( 한국에서는 ) 는 누구를 나에게 오라고 손짓할 때 손등을 위로 향하고 손바닥과 손가락은 아래로 향하고 손등을 수 차례 구부렸다 편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똑같이 누구를 나에게 오라고 호출할 때 손바닥을 위로 향해 손가락과 손등을 구부렸다 편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필자의 수신호는 그에게 그냥 가도 좋다고 한 통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내 참! 그렇게 수십 년을 해외로 나다니고, 살았으면서도 그 간단한 수신호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다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그래서 그때의 차 수리비용 ( 큰 비용은 아니었다 )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 키플링의 말이 맞았다. 이와 관련해서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동서양의 인식 차이를 들어보게 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많았다. 역시 동은 동이요 서는 서였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교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메트로타운 스카이 트레인 플랫폼에서 일이다. 제법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았던 날이었는데 앞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어 자신이 전동차에 타는 김에 그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 전동차를 탔다. 그런데 차 안에서 본 그의 표정은 별로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응당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던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궁금했다. 그 후 우연히 이곳에서 오래 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분을 만나 위의 이야기를 했더니 그 영어 선생 말은 그 때 그 휠체어 탄사람이 자력으로 오르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했단다. 그가 자력으로 해도 안 될 때 또는 그가 도와달라고 말 할 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좋은 일 하고 욕 먹는 경우인데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서양에는 의외로 많다고 한다. 
      필자 또한 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해변에 줄지어 놓인 해변간이침대 ( Beach Cot ) 에는 강렬한 햇볕을 피하기 위하여 필요시 차양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어느 날 햇볕이 너무 뜨거워 차양을 내리니 옆의 침대에 누워 햇볕을 즐기던 영국에서 온 부부가 불평을 한다.  자기네는 햇볕을 쪼이려고 그 먼 영국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차양을 치면 자기네는 어떻게 되냐는 이야기였으나 그 속에는 왜 자기네와 상의하지 않고 네 멋대로 차양을 내리느냐는 의미도 읽혔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이미 차양이 드리워진 곳의 해변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햇볕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햇빛이 강한 날 야외 공원에 나가 보면 그늘에 들어가 쉬는 사람들은 필자를 비롯하여 거의 모두가 동양인들이다.  대체로 서양인들은 햇볕 쬐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특히 햇빛이 강한 날 골프장에 가보면 동양 여성 골퍼는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가리고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골프를 치는데 반해, 서양 여성 골퍼의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아니 거의 없었다. 
      피서라는 말에도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피서라고하면 글자 그대로 더위를 피해간다는 의미의 피서이지만, 이곳 서양 ( 영어권 ) 에서의 피서는  <BEAT THE HEAT> 라며 직역하면 더위를 때려눕히다(?) 이며 의역하면 “더위를 이긴다” 로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키플링은 이런 것 보다 더 깊은 동 서양의 차이를 말했지만 하여튼 모국이 아닌 외국 그것도 서양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이미 23년을 살아온 필자의 느낌이다.  역시 “동은 동이요 서는 서” 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빠, 뭐 보고 있어?”이른 아침, 아빠가 텃밭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풀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아빠 등에 기대며 물었어요.“아고, 우리 호야 깼구나. 더 자지 않고?”“어? 텃밭 풀이 다 어디 갔어요?”내 키보다 훌쩍 자란 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우와! 텃밭에 풀이 다 없어져 보기 좋아요. 어젯밤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봐?”“우렁각시? 하하 맞네. 착한 우렁각시.”아빠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정순
바람 2026.01.30 (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만나서 마음속으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진다. 바람을 쐬러 산책길에 나선다. 머리카락, 피부에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본다.바람은 보이지 않으나 감촉을 느끼게 한다. 하루에 한 번씩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어야 생기가 날 듯하여, 오후가 되면 산책길에 나선다. ‘바람을 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운동장을 몇 바퀴 걸으면 마음속으로...
정목일
이민 삼십 년 2026.01.30 (금)
이민자 낯선 땅에 뿌리내리려 할 때마다사람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눈금을 들이민다고향이라는 눈금, 학교라는 치수그들은 나의 과거를 재는 것이 아니라자신들이 밟고 올라설 사다리의 높이를 가늠하는 중이다골목마다 교회 숲을 이루는 도시절 향기는 댓돌처럼 차고 문지방처럼 높다교회의 찬송은 매끄러운 비단처럼 반짝인다사람들은 나를 그 화려한 그물 속으로 초대한다거절의 벽을 허물고 들어가 앉은 식탁 위에서나는 비로소 이방인의 허기를...
전재민
산에는산길에는해 오르고 달 오르는 길이 새롭다 산은철따라 외로움이 피고 지는꽃들의 터전 그리움이 울어넘는산새들의 고향이다 미움도 사랑으로 옷을 갈아 입는아라리 산길 산에 오르면제 마음 봄이되어발걸음이 가볍다 산은오를수록 제 안의 저를 알아가게 하는무언의 스승 그 산길에 오르며 배움이 깊다
유병옥
동쪽의 거리 2026.01.23 (금)
독도가 앞서 밝아올 때울릉도의 등줄기인왕산의 오래된 벽봉황산의 그림자남한산성의 돌땅끝마을의 끝내 닿지 않는 손성산일출봉새천년 해안 샛바람길의 비린 새벽정동진. 호미곶사람들은산과 바다도시의 모서리마다각자의 동쪽을 세운다나는이름 하나 들고서 있었다간절곶아주 오래전간절함이 먼저 와우리 사이에 서 있었고말은해보다 늦었다빛이 오기 전 오빠는부르지 않아도 이미동쪽에 있었다가장 얇은 그 새벽나에게 동쪽은한 사람...
김회자
한글은 계시였다 2026.01.23 (금)
세계가 한국을 바라본다. Kpop의 박동, 드라마의 서사, 영화의 감정, 음식의 향기까지. 그러나 그 모든 ‘K’의 중심에는 조용히 빛나는 한글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오래 살고 나서야 비로소 깊이 깨닫는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도, 기술적 발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정신이 글자의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타난 계시였다.우리 민족의 역사는 단군의 건국 이념에서 시작된다. 홍익인간—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라. 이 네 글자는 한 나라의 뿌리가...
심정석
 제목은 거창하게 대화의 기술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대화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며 느낀 점들을 개인적으로 피력해 보고자 한다.  사람이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놓고 싶고 이런저런 상담도 하고 싶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 사람과는 말을 섞기도 꺼려진다. 남의 말을...
이현재
태풍 2026.01.23 (금)
난 바다 어디쯤외눈박이 눈을 하고달려오는 바람 하나거침없는 생이 부럽다 나 그렇게뜨겁게 산 적이 있었던가그렇게 겁 없이사랑한 적 있었던가 젖은 머리 풀고 질주하는구름기둥 끝에 매달려짧고 굵게 살다 죽는비결 한 수배워야 할까 보다
정금자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