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동 과 서 (東 과 西)

정관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9-26 16:19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음직한 “ 정글 북 ” . 그 유명한 책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 Rudyard Kipling:  영국의 소설가겸 시인. 1865년 -  1936년,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 ) 은 이렇게 말했다 동 (東)은 동이요 서 (西)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 (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rain shall meet. ).  필자는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라는 책의 저자이며 지금은 사라진 대우그룹의 창업자인 고 김우중 회장의 말씀을 따라 세상이 좁다 하고 이 세상을 누비던 1970- 80년대에는 키플링의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당시의 일본을 가보면 그들은 이미 서구의 물질문명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는 듯했으며 홍콩을 가보면 그곳에서는 두세 사람 건너 외국인들로, 동서양의 인종들이 뒤섞여 잘 살아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필자가 느낀 점은 홍콩은 이미 “동양 속 서양 “느낌이었으며 그리고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밴쿠버에서는, 이곳은 분명히 지리상으로는 서양인데, 특정 장소에서는 동양인들이 피부가 희고 눈이 파란 서구인들 보다 더 많이 눈에 띄기도 한다.
      1970 - 80년대 홍콩이 이미 동양 안의 서양이었다면 이곳 밴쿠버는 서양 안에 있는 동양의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환경에 잘 적응하였는지 필자는 이 곳에 살면서도 외국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특별히 없었다. 물론 이것은 이민 온지가 이미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러다 바로 엊그제 위에서 언급한 키플링의 동은  동이고 서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라는 말을 통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어느 날 로히드몰 근처 어느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주차면이 두 개가 남아 있어 그 중 하나에 주차를 하고 일을 보고 나오니 바로 옆에 주차하였던 흰색 포드 F- 150 픽업 트럭이 차를 빼려고 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런 트럭을 모는 사람은 백인 중산층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때 그는 너무 급했는지 아니면 방심하였는지 후진을 하다 그의 차 뒤 타이어가 필자의 차 후미를 스쳤다.  차 후미에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필자는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였으며, 그 백인 운전자도 그것을 느꼈는지 일단 차를 완전히 뺀 후, 약 20m 정도 떨어진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를 들여다보고 난 후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필자는 당연히 서로 사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것을 본 그 백인 운전자는 알았다는 듯하더니 차를 타고 그냥 가 버렸다.  엄청 화가 났지만 그 차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필자에게 바로 옆에 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친절히 그 흰 차의 플레이트 넘버를 알려 준다. 그런 고마운 사람이 가끔씩 등장한다.  감사를 연발하며 혹시 차량 번호를 잊을까 메모지에 적어 놓고 집에 돌아와 ICBC ( BC주 자동차보험회사) 에 연락한다. 담당자에게 흰색 뺑소니 차 이야기와 그 차량 번호를 이야기해 줄 때는 그런 사람은 벌을 좀 받아야 한다고 기고만장 하기도 했다.  
      당연히 담당자는 그 차량을 수배해서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ICBC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흰색 F-150 운전자와 통화를 하였는데 그도 사고를 알았고 자기 차를 체크해 보니 아무 상처도 없었으며 또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내가 보낸 손짓이 내 차도 아무 상처가 없으니 그냥 가라는 신호였다고 주장했다고 하였다.  그게 아니고 필자는 분명히 나에게 와서 함께 피해 정도를 확인하자고 보낸 신호였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니 그럼 다시 한번 그 사람에게 확인하겠다고 한다.  곧 이어 온 전화는 역시 그 백인 남성은 필자가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냥 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고 강력히 주장한단다.     
그날 일단 전화로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내가 한 행동을 차분히 되짚어보니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그때 내가 그에게 보낸 수신호가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 ( 한국에서는 ) 는 누구를 나에게 오라고 손짓할 때 손등을 위로 향하고 손바닥과 손가락은 아래로 향하고 손등을 수 차례 구부렸다 편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똑같이 누구를 나에게 오라고 호출할 때 손바닥을 위로 향해 손가락과 손등을 구부렸다 편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필자의 수신호는 그에게 그냥 가도 좋다고 한 통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내 참! 그렇게 수십 년을 해외로 나다니고, 살았으면서도 그 간단한 수신호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다니.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그래서 그때의 차 수리비용 ( 큰 비용은 아니었다 )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 키플링의 말이 맞았다. 이와 관련해서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동서양의 인식 차이를 들어보게 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많았다. 역시 동은 동이요 서는 서였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교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메트로타운 스카이 트레인 플랫폼에서 일이다. 제법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았던 날이었는데 앞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어 자신이 전동차에 타는 김에 그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 전동차를 탔다. 그런데 차 안에서 본 그의 표정은 별로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응당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던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궁금했다. 그 후 우연히 이곳에서 오래 동안 영어를 가르쳤던 분을 만나 위의 이야기를 했더니 그 영어 선생 말은 그 때 그 휠체어 탄사람이 자력으로 오르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했단다. 그가 자력으로 해도 안 될 때 또는 그가 도와달라고 말 할 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좋은 일 하고 욕 먹는 경우인데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서양에는 의외로 많다고 한다. 
      필자 또한 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해변에 줄지어 놓인 해변간이침대 ( Beach Cot ) 에는 강렬한 햇볕을 피하기 위하여 필요시 차양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어느 날 햇볕이 너무 뜨거워 차양을 내리니 옆의 침대에 누워 햇볕을 즐기던 영국에서 온 부부가 불평을 한다.  자기네는 햇볕을 쪼이려고 그 먼 영국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차양을 치면 자기네는 어떻게 되냐는 이야기였으나 그 속에는 왜 자기네와 상의하지 않고 네 멋대로 차양을 내리느냐는 의미도 읽혔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이미 차양이 드리워진 곳의 해변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햇볕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햇빛이 강한 날 야외 공원에 나가 보면 그늘에 들어가 쉬는 사람들은 필자를 비롯하여 거의 모두가 동양인들이다.  대체로 서양인들은 햇볕 쬐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특히 햇빛이 강한 날 골프장에 가보면 동양 여성 골퍼는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가리고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골프를 치는데 반해, 서양 여성 골퍼의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아니 거의 없었다. 
      피서라는 말에도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피서라고하면 글자 그대로 더위를 피해간다는 의미의 피서이지만, 이곳 서양 ( 영어권 ) 에서의 피서는  <BEAT THE HEAT> 라며 직역하면 더위를 때려눕히다(?) 이며 의역하면 “더위를 이긴다” 로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키플링은 이런 것 보다 더 깊은 동 서양의 차이를 말했지만 하여튼 모국이 아닌 외국 그것도 서양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이미 23년을 살아온 필자의 느낌이다.  역시 “동은 동이요 서는 서” 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홍익인간의 개념 2026.10.09 (금)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마음둘 곳이 없을 때는부모님을 생각하세요.  헤어짐과 만남이 서로 갈등을 쌓아 놓을 때는설렜던 기억만 생각하세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감정이 내려앉을 때는깊은 계곡 맑은 물을 찾아보세요.  우리가 지금 세계의 어느 곳에서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면  또 그곳의 생활에 충실해하루의 일상이 바쁘게 회전하다가언뜻 어린 시절의 고귀하게 남아있는추억을 생각하고  더할 나위 없이...
송요상
에버그린 하우스는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오래된 요양 병동이다.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노란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오십 년이 넘은 낡은 건물은 새로 들어선 병동 맞은 편에 낮게 웅크리고 있다.    요양원이나 장기 요양시설에는 에버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 많다. 상록수는 사철 내내 잎이 푸른 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맑은 공기와 생명력이 가득한 상록수 숲의 인상과 달리 요양 병동은 잿빛 하늘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이주령
아파트 9층인 우리 집 거실에서 베란다 쪽 소파에 앉으면 사거리가 보인다. 건너편 아파트와 시내로 나가는 길이 교차되는 길이다. 그 사거리를 바라보며 가끔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신호에 따라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리다 멈추고 하는, 하등 신기할 것 없는 차량의 행렬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저렇게 많은 차들은 대관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새벽부터 밤중까지 끊임없이 굴러가는 지친 바퀴들은 언제 어디쯤에서 쉬게 될 것인가. '나는 바퀴를...
최민자
호모 사피엔스 2026.10.08 (목)
우쭐대는 글 들과 퍼즐처럼 늘어놓은 낱말들로 인간이 지성이라 쌓아놓은 성벽 위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을 뒤적이며 짐작으로 떠들고 떠들며 이름 부쳐놓고 이름 부쳐놓고 킬킬대는 호모 사피엔스  먼 길 돌고 돌아 여기 인공지능의 지성을 빌어 태초에 생명이 탄생하고 태초의 생명이 헤어진 길 그 헤어진 출발 선에서 다시 만나 모인다면 모든 생명들 한 동아리로 돌아가 그 최초의 언어로 말문의 장벽은 허물리고 그때 굶주린...
조규남
해외에 살면서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지 않게 되면, 한국에 갈 일이 점차 줄어든다. 전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겨들었는데, 작년에 어머님마저 돌아가시니 서글픈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당장 한국에 가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형제자매가 있어도 며칠은 괜찮겠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서로 불편하다. 그래서 묵을 곳을 인터넷을 통해 구했다.    예전에 엄마 집에 머물 때는 모든 것이 익숙해서 몇 년 만에...
박혜정
탈피 2026.10.02 (금)
검은 물속 바위 아래 웅크린가재 한 마리가 몸을 비틀고 있다살아남으려 껴입은 갑옷은 어느새숨을 옥죄는 감옥이 되었다터져 버릴 것 같은 몸을좁은 문틈으로 밀어낸다죽음의 동굴을 빠져나온다무방비하고 말랑한 새 몸가재는 벗어낸 뿌연 몸뚱이와 마주한다나를 지키던 세계를조각조각 씹어 삼켜새로운 갑옷을 만든다다음 죽음까지 또 한 번의 영원을 준비한다유명한 그림 속 붉은 가재를 떠올리다고개를 내젓고는청록의 꼬리를 접었다 펴물살을...
이인숙
꽃의 체온 2026.10.01 (목)
     인사동에 가면 '볼가'라는 찻집이 있다.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실내에 들어서면 창가에 풀꽃들이 도열해서 길손들을 반겨준다. 깜찍하게 예쁜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살며시 꽃잎을 만져본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꺾고 싶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소유욕이 발동을 하는 것일까. 꽃 앞에서 해 보는 생각이지만 내가 꽃잎을 만져보는 더 큰 이유는 생화인가 조화인가 알아보기 위해서다....
반숙자
감 2026.10.01 (목)
          1. 감 꽃 샛결바람 따스히 감 꽃이 떨어져요 장독대 물들이고 담장아래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가요   밭일 나간 엄마에게 막내소식 들려주려 바삐 바삐 떠나가다 가지 끝에 결린 바람   맴을 돌다 사분사분 감 꽃만 흩날려요   샛결바람 따스히 떨어진 감 꽃이 내 마음 물들이고 발치 아래 소복소복 눈처럼 쌓여가요   2. 목걸이 실에 꿰어 만든 목걸이 엄마 기다리다 길어진 모가지에 드리우고...
김호정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