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부자 되기 프로젝트

김보배아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7-11 15:58

김보배아이 (사)한국문협 밴쿠버 지부 회원
  지난 5월, 빌 게이츠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말을 인용하여 그의 재산 중 99%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미 지난 25년 동안 1천억 달러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했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1,070억 달러(약 150조 원)로 추정되는 그의 재산 중 1퍼센트만을 남기고 모두 세상에 돌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어떤 책에서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내 잘못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돈에 대한 죄악시 아닌 죄악시 수준으로 나는 어려서부터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부모를 잘 만나서 고생도 안 해봤을거라고, 어쩌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한 것이 틀림없다고, 아니면 법을 어겨서, 또는 남을 속여서 부를 쌓았을 거라고 믿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졸부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여겼다.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하게 부정적으로만 판단한 이유는 내 가까운 곳에 부자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부자에 대해 부러움이 먼저 있었는데 나는 정말 솔직하지 못했다.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거리를 그렇게 찾아서 만들었다.
  돈을 어떻게 하면 벌까? 그런 생각은 별로 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집 한 칸 없었는데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이상하리만큼 약했다. 대신에 ‘돈이 없어도 행복해.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단편적인 사실을 전체로 일반화했다. 내가 정복하지 못한 분야였다. 아니, 엄두도 내본 적이 없는 세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주 엉뚱한 발상으로 누구나 부자가 될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내가 생각해 낸 부자가 되는 방법을 따라 하면 당신은 전 세계 1% 안에 드는 부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모님의 ‘자’서전을 쓰는 사람이 ‘되’면 된 ‘다’. 지금부터 김이 새서 이 글의 나머지를 안 읽을 분들이 분명 나올 테다. 이것이 상위 1% 안에 들 수 있는 까닭이다. 부모님의 인생을 기록하려는 사람이 그만큼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엄연히 부자 되기 프로젝트는 실행된 바 있다. 이민이라는 먼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친정엄마의 환갑이 있었다. 이민이란 걸 하고 나면 효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 분명했기에 엄마의 환갑을 특별하게 기념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엄마의 일생을 정리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드리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던 엄마의 레퍼토리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무용학원 원장님의 딸이었던 나는 걸음마 걸을 때부터 춤추는 걸 배웠다. 하지만 무용학원에 무용 배우러 온 애들보다 열심히 춤을 추지 않았다. 엄마의 문하생들이 열심히 춤을 추게 하려고 나는 종종 본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는데, 장고 북편을 두들기는 궁채로 알밤을 맞을 때가 많았다. 한 대 맞았을 때 별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눈물을 훔치며 뒤통수를 만져보면 정말 알밤만 한 혹이 만져졌다. 그래서 엄마를 위한 소책자의 제목이 정해졌다. <춤추는 궁구리채>. 궁채가 춤출 정도로 맞아 내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적고, 내 어린 시절 이야기도 적었다.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적었고, 내 학창 시절 이야기도 적었다. 엄마의 형제 이야기도 한 꼭지 들어갔다. 엄마의 아들 이야기도 한 자리 차지했다. 뭐니 뭐니 해도 엄마의 무용 이야기가 들어갈 적엔 흑백 사진도 여러 장 삽입되었다. 엄마는 한국무용은 물론이고, 남방무용도 할 줄 아셨고, 엄지손가락에 캐스터네츠를 끼워 따따딱 연주하며 탭댄스를 추는 정열의 플라멩고도 추는 분이었다. 우리 집의 가장 많은 수입원이 된 종목은 아무래도 사교춤이었다. 서울-대구-부산-찍고 돌아오는 지루박(지터벅)이 초보자들을 위한 과목이었다. 엄마는 키 큰 아주머니들에게 남자 스탭을 배우게 하여 남자 부족을 메꾸었다. 사실상 우리 무용학원에 내 동생 빼고 남자는 없었다. 나는 엄마가 수업할 때 옷 갈아입으라고 쳐 둔 커튼 뒤에서 숙제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장고를 쳐대고, 음악 소리가 들려도, 어쩔 도리가 없이, 불평 없이 공부해야 했다. 지루박의 뽕끼 넘치는 반주 음악보다는 내가 좋아했던 곡이 화려한 화장과 그전엔 없던 팝페라라는 장르로 파격을 준 키메라의 노래였다. 엄마는 경쾌하고 경이로운 고음으로 과연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인지 전자음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짜릿한 전율을 양산하는 ‘오페라떼끄(Operatheque C)’에 맞춰 자이브를 췄다. 차차차-차차차-차차차 라겐!!! 사교춤은 한 때 국가의 단속 대상이었고, 스포츠댄스라는 개명을 하고 올림픽 시범 종목이었던 적도 있다. 
  엄마는 1947년생으로, 세 살 되던 해에 전쟁을 맞았는데, 전쟁 속에서도 피난 다니는 중에도 춤을 배웠다. 왜냐하면 6촌 삼촌이었던 김윤학 할아버지 가족과 같은 동네에 살았고, 할아버지 무용연구소를 들락거렸고, 외할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춤을 배웠다. 할아버지는 1920년대 최승희 시절에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셨다 한다. 김윤학 할아버지는 그 시절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유명한 남자 무용가셨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무용을 배우러 가는 것을 못마땅해하여, 이불 빨래를 다 해놓으면 나갈 수 있다고 하면 눈 깜짝할 새에 해놓고 나갔단다. 학원에 들어갈 수 없을 때는 열쇠 구멍을 통해 춤 순서를 외웠다고도 했다. 할아버지는 전쟁 사변 가운데 전국을 돌면서 군대 장병들 앞에서 위문 공연을 했다. 엄마도 그 위문 공연에 따라갔고, 하루는 무용수들이 묵은 여인숙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모두 정신을 못 차렸는데, 엄마만이 멀쩡해서 혼자서 공연을 해냈다고 하는 일화가 있다. 
  ‘부자 되기 프로젝트’는 나중에 반전을 만들고자 내가 마케팅을 한 것이지만, 내 인생에 이민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의 환갑이라고 해서 그토록 기특한 생각을 했을 것 같지 않다. 그 누구라도 영화 같은 인생의 이야기가 없으랴마는 우리 엄마의 고단하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내가 기록해 놓지 않는다면 예술 하는 엄마의 진주 같은 인생이 너무 아깝다. 무용 시간보다는 국어 시간을 좋아했던 내가, 힘든 날이면 일기에 고민과 억울함을 폭풍처럼 쏟아냈던 내가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 되지 않았나 싶다. 엄마는 딸내미를 보러 한 번의 캐나다 방문을 하셨고, 나는 네 명 아이를 데리고 단 한 번 한국에 갔다. 엄마를 화상전화로만 보고, 손으로는 못 만진 게 어언 십 년이 되어 간다. 십 년 가까이 엄마에게 가고 싶어도 못 간 처지에 형편인 내가 한심하다. 왜 일찍 부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한심하다. 제 새끼 키우기에 버겁다고, 어렵다고만 했던 것이 한심할 뿐이다. 나는 늦었지만 이제서야 부자가 되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더 늦으면 정말 아주 늦어 질까봐 아슬아슬하지만 부자가 되기로 맘먹었다. 부자는 고사하고, 돈을 버는 사람이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돈을 벌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출근하고 있다. 퇴근하면 사람들을 만나서 사업 설명을 한다. 필요하면 제품 하나라도 배달하러 다닌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운전하는 동안에는 성공한 사업가들의 연설을 청취한다. 쉬는 시간에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1분도 짬이 나면 아까워서 운동시간을 모은다. 조금 먼 미래에 부자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엄마를 보러 한국에 가서, 엄마하고 같이 먹고 싶은 것을 며칠이고 사 먹을 수 있는 만큼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조금 더 보태서 함께 가고 싶은 곳은 며칠이고 갈 수 있을 만큼은 벌었으면 좋겠다. 나는 부모님의 자서전을 쓰고 부자가 되었다. 내가 부자가 됐다는 말은 농담이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는 부자 되기 프로젝트는 농담이 아니다. 진심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쥐의 습격 2026.08.28 (금)
크기가 크면 쥐, 작으면 생쥐다. 시골에 살면서 농부의 쌀을 훔쳐 먹으면 시골 쥐, 도시의 뒷골목을 쏘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먹으면 서울 쥐라고 한다. 복슬복슬 긴 꼬리를 하늘로 쳐들고 입안 가득히 도토리를 물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두려움 없이 오가며 핸드폰 사진기에 담기면서 사랑받는 귀여운 다람쥐가 있는가 하면, 단 1초라도 지켜본 자의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극혐의 들쥐도 있다. 낡은 우리 집 주방에 쥐가 출몰했다. 쳐다보기도,...
김보배아이
여름의 저편 2026.08.28 (금)
막차는 바람이었다조화 몇 송이바싹 마른 껍질처럼 걸쳐놓고멀어져 가는 소리도다가오는 발걸음도이제는 삐걱이는 수레바퀴다그 무엇도 기약할 수 없는빈자리성큼 다가서는 무덤 같다번호표 든 사람들지나온 발자국 비질할 새흙먼지만 메케하다부끄러워 헛기침 몇 번괜스레 눈시울이 젖는다네 차례든내 차례든결국은 한 움큼의 가루다만소슬바람에 펄럭이기만 하면 좋겠다펄럭이다가 펄럭이다가가루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백철현
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제로 제로 세븐(0-0-7)이 아닌 제로 제로 투(0-0-2), 요즘 내 생활에 활력을 주고, 나를 설레게 하는 숫자 조합이다. 2개월 전쯤 우연찮게 피클볼(Pickleball)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이름은 들어 봤지만,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별 관심이 없었는데, 피클볼을 접하고 나서는 이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무엇보다 무척...
지연옥
오늘은 문득 구름이 되고 파저 아래 오글오글끓어오르는 분노를 달래고채워도 채워도 허탈한 욕심에주저앉아 가슴 할퀴는 절망을손 내밀어 소망으로 일으키고 싶다 물오른 나무가 눈도 뜨기 전봄바람에 들뜬 매화 서둘러꽃 먼저 피우는 걸 보라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서둘러야 하는 거야가쁜 숨 없이 어찌 열매 얻겠는가?일어나 불태우라 바람이 재촉하는구나 그래, 노을들인 가슴에도분명, 꽃망울은 있으렸다참아온 꿈 나만의 색으로...
한부연
마지막 남기는 말 2026.08.21 (금)
변호사와 마주 앉아 마지막 갈 날을 준비한다 잿빛 머리로 가는 해지는 날이 아니라 불쑥 찾아올지 모를 위험 같은 그날을 위함이다네가 없는 독백의 말들이 하얀 상자 속에 나란히 눕는다임박한 죽음이 빚어내는 절정의 드라마도 가슴 할퀴는 울컥함도 없는 빽빽하게 줄 선 말들의 유희 그 마지막 마침표 아래거기가 종점이다익숙하지 않은 죽음 앞에 마지막 글자로 선명해지는 삶소중한 것들이 말갛게 드러나는 일이다 희극도 비극도...
김영선
유(有, 있음. Being/Existence)와 무(無, 없음, Nothingness)는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평면적으로 생각하면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관찰자가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만져서 대상을 감지할 수 있을 때 ‘있다’고 여긴다.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을 때는 ‘없다’라고 한다. 우주공간은 비어 있다고 여기는데 사실상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 실제로 비어 있기 때문이...
심현섭
죽기 전에 서너 번쯤은 한국을 다시 찾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문이 계속 미뤄졌고, 어느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엇보다 아내가 두 차례 큰 수술로 쇠약해져 장시간 비행이 어려웠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둘째 딸과 사위가 큰 결심을 했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을 예약해 준 것이다. 요금은 일반석의 거의 네 배에 달했지만, 덕분에 180도로 젖혀지는 좌석에서 편히 앉고, 눕고, 업그레이드된 기내식을 즐기며...
이현재
백작약 꽃 2026.08.20 (목)
울 엄마 시집오던 그 길에 백작약 꽃꽃잎은 하늘 보고 하얗게 수줍음 띤저 멀리 뭉게구름 순백 향 꽃잎 싣고흰 치마 바람결에 나비로 날아올라그 꽃잎 고웁게 따서 백작약 꽃 수 놓아한평생 고달픈 인생 하염없이 닦았네
강애나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