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봄날 씨를 뿌린다
흙을 덮고 일어서는데
둥글고 붉은 씨알이
금세 흙을 떨치고 나와
쪼그리고 앉아 본다
어디서 나타났을까
크고 튼실한 알곡 한 톨
힘을 다해 턱에 올려 물고
반짝이는 까만 등허리로
길을 여는 개미 한 마리
기다릴 새도 없이
싹틀 기회를 놓쳐버린
안타까운 마음 가득 담아
독한 심술 부려보지만
떨어낸 알곡 다시 부둥켜
막힌 길 돌아가는 개미
집으로 가는 길목
군살 없는 그 허리 위로
솟아올라 굽은 잔등이에
저녁 햇살 소복이 내려와
자꾸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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