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처음 시작할 때보다 아주 강해지셨습니다.”
헬스 트레이너가 철봉에 매달려 다리를 끌어올리는 자세를 끝낸 내게 건넨 말이다.
분명히 ‘강하다’란 단어를 사용해서 내 몸이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일어났음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철봉에 매달리기조차 힘들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이젠 몸
이 흔들리지 않고 제법 안정된 자세로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남짓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한 결과라서 왠지 뿌듯함과 벅찬 감정이 차 올랐다.
내가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두 달 전부터 였다. 갑자기 생리현상에 문제가 생겨 병원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일 주일간 항생제를 먹고나서 회복이 되었지만, 그
끔직하고 지옥같은 경험을 한 이후에 내게 많은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몸
하나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건강관리에 소홀히 한 결과였다. 쉽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생활 습관에 머물러 있다가는 더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이제 내
스스로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먼저 매일 아침 한 잔씩 마시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끊기로 결정했다. 아침 출근 때 졸리는 것을
뿌리치고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커피지만, 카페인 섭취가 내 몸에선 좋지 않은 결과를 나타낸 것
같아서였다. 그 다음으로 점심식사의 양을 반으로 줄이고, 즐겨먹던 과자와 달달한 스낵거리도
줄였다. 레몬즙이 들어간 물을 마시고, 야채와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려고 신경을 썼다. 8년 동안
보지 않았던 패밀리 닥터와 피검사 예약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헬스 트레이너로 부터
강습을 받으며 근력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상 생활의 변화를 주기 위해선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더 많은 수고와
노력,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힘들고, 하기 싫고, 귀찮고, 조금만 더 미루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한다. 내 몸이 편하지 않고, 내 몸을 불편하게 할수록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차를 이용하기 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흰 쌀밥 보단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하는 현미나 잡곡으로 바꾸고, 패스트 푸드보다 된장이나 김치 같은 발효음식을 먹고, 자기
전 핸드폰의 유혹을 뿌리치고 책 한 줄을 읽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불편함 뒤에는 내 삶의 변화와 보상이 따라온다. 헬스 트레이너가 나에게 건넨 칭찬 한 마디가
내 인생의 성장과 기쁨으로 바뀐다. 이것이 바로 불편함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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