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24-12-06 16:33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1970년대. 당시 서울대 교수 한 분이 미국의 유명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다. 달라도
귀했고 더구나 국내에서 송금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라, 이런 사정을  이해한 그 대학에서
숙소까지 마련 해 주었는데 그 숙소가 대학 기숙사였다.  마침 사정이 비슷한 인도에서 온
교수와 방을 함께 쓰게 되었단다. 문제는 아침 7시30분 경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그 인도
교수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난 뒤라 인도인 특유의 카레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얼마를 그렇게
지내다 그 이상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루는 그 교수가 샤워 하기전에 먼저 샤워를 해치웠다.
그렇게 하기를 며칠, 어느 날 예의 샤워를 하려고 한즉 그 인도인 교수가 어느새 자기보다
일찍 샤워를 마치고 기숙사 내 미팅 룸으로 간 것을 발견했다. 그 때 이 서울대 교수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아하, 나는 몰랐지만 나에게에서도 냄새가 났고 저 교수는 그게
싫었구나. “
     역시 1970년대 말 필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발령이 나서 그곳에서 집을
구하는데, 당장 들어가서 살아야 할 집이 마침 인도인이 살던 곳이어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당시 그곳은 하도 집 얻기가 힘들어 할 수 없이 그 집을 얻었는데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카레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카펫 청소는 물론, 특히 부엌은 바닥부터 캐비닛까지
박박 문지르며 그 냄새를 지우려했는데 한동안 그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를 지내고 보니 적응이 되었는지 카레 냄새를 잊고 지냈다. 그 후 3개월 뒤 집사람이
뒤따라왔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카레 냄새가 상당히 역하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 아니 그
냄새가 석 달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다니.
     시간을 돌이켜 일제시대. 그 당시 교육을 받은 선생님께서 일본인들이 툭하면
한국사람을 보고 “ 죠센징 마늘 냄새요 “ 아니면 “ 죠센징 기무찌 ( 김치 ) 냄새요. “
했다는데 그 때는 그저 그 친구들이 우리 한국인을 깔보느라고 습관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했지 실제 우리 몸에도 우리만의 독특한 체취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내가

인도인이 살던 집에 직접 살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런 냄새란 제 3자가 상대방이 지닌,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맡고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알기 어렵다. 
     서양 사람들의 겨드랑이 냄새가 우리에게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겹지만 그들끼리는
잘 느껴지지 않듯이. 역시 암스테르담 시절, 100여년 이상이 된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 보니
그 당시에는 물론 에어컨이 있을 리 만무했다. 여름이라고 해봐야 서울의 초가을 날씨
정도지만 그러나 한 며칠은 상당히 더운 날이 계속되기도 한다. 그런 날에는 사무실 안은
찜통 더위와 화란 직원들의 겨드랑이 냄새가 믹스되고 보니 많은 인내가 필요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 또한 말은 안 했지만 우리 한국인 직원들의 김치 냄새를
맡고는 좋게 해석해서 그들의 세계에는 없는 독특한 냄새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1980년대 홍콩 근무시절. 업무 이외에 우리 그룹과 관계가 있는 공무원아저씨들의
접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과의 하나였다. 그들이 갖은 핑계를 대고 해외로 출장을 나오면
반드시 들려가는 곳이 홍콩이었다. 물론 쇼핑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면 우리는 저녁 식사는
물론 2차까지 잘 접대하고 이튿날 쇼핑까지 봐줘야 했다. 우리는 단골 중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당시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마오타이라는 술로 건배를 들었다. 위스키 종류로는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등등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대통령 닉슨과 모택동이 북경
만찬장에서 건배를 들었다는 그 유명한 마오타이는 그들에게 언감생심이었다. 중국과 수교
전이어서 국내에서 마오타이는 적성국의 술이었다. 냄새가 역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홍콩에서 그 유명한 마오타이를 마셔봤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중국요리와 마오타이로 흠뻑 젖은 몸을 두리안 ( 역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열대 과일이며 
한국에서는 과일의 왕으로 특히 남성들의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났으며 아주 귀했다. 물론
80년대 이야기다. ) 으로 디저트를 대신했다. 이렇게 대접받고 돌아간 그들은 한 동안 이런
경험을 우리 회사와 공유했다. 그 때 홍콩 출장에서는 그 귀하다는 마오타이와 두리안으로
정말 대접 잘 받았다고.
     정작 문제는 이튿날 나타나곤 했다. 이렇게 전날 과음을 한 무리가 우황청심환을
사겠다고 아니면 웅담을 사야 한다고 해서 노천시장을 누비면 홍콩의 그 습한 더위에 온
몸이 금방 땀으로 흠뻑 젖는다. 여러 명이 흥정을 한답시고 좁은 가게 안으로 들이 닥치면
주인이 물건을 팔려고 우리 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슬슬 피한다. 가까이 오라면
홍콩말로 무어라고 하는데 전혀 알아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들을 호텔로 바라다 주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부재중 보고를 하려던 여직원이 질색을 한다. 그리고 대뜸 “ 너
어제저녁에 두리안 먹고 마오타이 마셨지?.” 그렇다고 하며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내 몸에서 그 두 가지 냄새가 지독히 난다는 것이었다. 와우!,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 땀에 그 냄새들이 배어 나온 것이었다. 그 역한 마오타이 냄새와 두리안 냄새가
상승작용을 하며. 
     비슷한 시기에 호주의 시드니에서 근무하던 우리 직원은 더욱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퇴근해서 아파트 복도로 들어섰는데 자기집 문 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다가가니 그 층 주민 여러 명이 그의 아내에게 무어라고 한 마디씩

하더란다. 알고 보니 그의 아내가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청국장을 끓였는데 그 냄새에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엇인가 썩는 (? )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가 그 무언가 썩는 냄새에 대해 극구 사과해서 주민들이 모두 돌아간 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관리인이 최후의 통첩을 한다. “다음에 한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이 아파트에서
내 쫓을 거요! “그 놈의 청국장 한 번 먹으려다 하마터면 아파트에서 쫓겨 날 뻔 한 것이다.
     이제는 이곳 밴쿠버에서의 이야기다. 수년 전 어느 한인교회에서 봉사 차원으로
헤이스팅스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주 1회 식사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을 불러 교회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봉사는 단 2번으로 막을 내렸다.  봉사를 자원한
권사님들과 장로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음으로는 더 하고싶지만 그들의 냄새 때문에 도저히
그런 봉사는 못하겠다고 손을 든 것이다. 그러나 길 건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유니온 가스펠 미션 ( Union Gospel Mission ) 이라는 단체에서는 수 십년을 주 몇 회
그들에게 계속 식사를 제공해 오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세대는 재래식 화장실 경험이 전무하겠지만 우리처럼 그런 화장실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안다. 처음 그 화장실에 들어가면 상당히 역한 냄새가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곧 그 역한 냄새는 사라지고 우리는 평안함을 느끼곤 했다. 냄새와
후각의 상관 관계 (? )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들꽃 2026.03.19 (목)
이름은 알아 무엇하랴 그저 좋은걸 나이는 물어 무엇하랴 그냥 예쁜걸 고향은 또 물어 무엇하랴 아마도 남촌일걸오직 하나 그 예쁜 얼굴로 그 여린 몸으로 왜 나왔는지 이 거친 들판에
늘샘 임윤빈
살면, 살아진다 2026.03.19 (목)
2025년 정기연주회 때의 일이다. 그 해는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한국을 다녀오자마자 “유엔젤 보이스”라는 한국팀의 초청 공연이 있어 슬퍼할 틈도 없이 매우 바쁘고 힘들었다. 한국에서 공연 팀을 초청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인프라가 높은 수준이어서 웬만해서는 초청 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나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이탈리아로 연주하러 갔을 때 초청된 입장에서 보면 이탈리아가 선진국이라는 기대치가...
아청 박혜정
봄에 기대어 2026.03.19 (목)
살면서 줄일 것이 늘어만 간다.많이 가지려고 한 것도 아닌데 꼭 필요한 걸까 생각해보면 추려낼 것 투성이다. 책과 LP를 사 모으는 건 때마다의 즐거움이고행복한 취미 생활이었다. 그렇게 쌓인 책더미를 보면 뿌듯했는데 그것도 지금은짐스럽게 느껴져서 정리대상이 되고 있다.전공어로 된 소설책을 이민오면서왕창 처분했다.남긴 책들도 한번씩 더 읽게 된 것 이외는중고서점에 팔고 나눔도 했다. 그렇게 남은 책은 나름 내게 인생...
고희경
봄을 기다리다 2026.03.19 (목)
얼레에 감긴 실처럼길고 긴 겨울더러 추운 몇 날은시린 손 비비며온기를 만들고그래도 몸이 녹지 않으면따뜻한 기억을 불러가만히 껴안고 잤다올 듯 오는 듯하면서도더디기만 한 봄남녘 여기저기에 매화꽃 피워 놓았다는데그 바람 얼른 올라와섬강 뒤덮은 얼음 녹이고언 내 몸에도 온기 나눠 줬으면
정금자
고독한 그녀 2026.03.13 (금)
고독한 그녀 오늘 그녀가 생각나네 언제가 되어야 나는 그녀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 틈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얘기하는 그녀 잘 익은 과일 속의 아주 작은 씨앗 모양 사람들 홍수 속 태풍의 눈 중앙에서 빈짝반짝 거리는 그녀 도심 한가운데서 너무나도 태연히 존재하는 병원 부속 화장터 마냥 당연한 하지만 동시에 짧은 수수께끼 같은 그녀의 모습 화장터 연기 모양 슬프게 자신의...
박락준
나의 천사들 2026.03.13 (금)
 3년이면 탈상을 한다는 말이 실감 나던 어느날, 나는 아들이 사는 밴쿠버로 이사 왔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처분하고  미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형제들과 한국, 그리고 유럽으로 성지 순례를 다니며 40여 년 함께 살았던 남편과의 삶을 조금씩 정리하게 되었다.  임종이 가까워 오면서 그는 아이들 걱정은 한 마디도 없었고 다만 나에게, ‘어떻게 살래?’ 를 혼잣말처럼 되뇌이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글이나 쓰며 살아라’ 고 유언 같은...
김춘희
   누군가의 철없는 행동에 자꾸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정도는 눈치껏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불평을 멈추고 행동해라', '예의를 갖추고 어른스럽게 굴라'며 나는 주위 사람들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못마땅해 한다. 십 대가 된 아이들에게, 혹은 서툰 신입 교사들을 향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의 비난과 질책을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나도 완벽한 어른이 되지 못한, 여전히 서툴고 모순된 존재라는 사실에 종종 가슴이...
권은경
암모나스 2026.03.13 (금)
군용 담요로 막아둔 겨울 창숲 사이로 스며든 별빛이내 몸에 점자처럼 박혔다 그 빛을 따라 떠오른 언덕에서흰 여우 털의 왕자가 산토리를 켰다흩어지는 음표마다내 눈 속에서 작은 우주가 흔들렸다 여섯 다리의 암모나스가평평한 등에 나를 올려외할머니의 숨결 같은낮은 자장가를 흘렸다 소나무 잎 위에서 터진박하 냄새의 별 열매가내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보이지 않는 무지개 길들이시간의 틈을 열었다 머물 수 없다는 걸...
강애나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