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아일랜드 소도시 여행, 빅토리아에서 토피노까지-
권순욱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권순욱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아버님~ 이달 말, 아이들 방학을 기해 구현이와 구민이가 아빠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남자들만의 ‘father & sons’ 여행을 계획해 봤어요. 7월 21일, 주일부터 26일 금요일까지 6일간이고 여행지는 Vancouver Island입니다. 아이들과 은지 아빠 그리고 아버님, 모두에게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은 데 …. 가능할까요? 꼭~ 시간 내셔서 함께 여행하실 수 있음 좋겠어요. 아버님 스케줄 보시고 연락해 주시면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보내드릴게요.”
새 아기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할아버지는 OK, 멋진 여행이 될 것 같구나.”
나의 답변이었다.
우리 일행은 광활한 자연이 감싸고 있는 멋진 자연환경이 선사하는 치유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이젠 성년이 다 된 손자들과 아들이 상당 기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준비해 온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집안엔 여자들(집사람, 새 아기, 막내 손녀)만 남겨둔 채 …
가깝지만 그렇다고 자주 들리지 못한 밴쿠버 아일랜드로 5박6일 동안 나름대로 일정에 맞춰 계획서를 만들었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마을, 원시림이 살아 숨 쉬는 울창한 숲, 질 좋은 와인과 사이다를 생산하는 와이너리, 럭셔리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 등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나도 이젠 나이 탓에 되도록 운전대 잡기를 꺼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여행은 손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하며 페리와 자동차로 중간중간 쉬어가며 가는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처음 목적지인 빅토리아 숙소에 도착했다. 유명 관광명소 중의 하나인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The Fairmont Empress Hotel)에서 짐을 풀었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자, 고전미가 묻어나는 역사적인 건축물로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항구를 끼고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물의 도시로 유명한 빅토리아는 인구 35만 명의 소도시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이 이곳에 건설한 전형적인 영국풍의 도시이자 ‘정원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호텔에서 나와 1897년에 지었다는 청동색에 돔형 지붕의 BC 주 의사당(Parliament Building)을 지나 빅토리아 여행의 중심지인 이너하버(The Inner Harbor)로 발길을 옮겼다. 요트와 수상비행기, 페리, 수상버스, 빨간색 투어 버스와 고풍스러운 마차가 분주히 오가고 있으며, 아마추어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의 소규모 공연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피셔맨즈
워프(Fisherman’s Wharf) 근처에서는 물개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손자가 가리키는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밥스 피시 앤 칩스’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 후 정원 도시 빅토리아의 트레이드마크로, 선큰 가든, 로즈 가든, 재패니즈 가든, 이탈리안 가든의 네 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부차드가든(The Butchart Gardens)을 다녀왔다.
저녁 무렵에는 빅토리아 허드슨 빌딩에 새롭게 오픈한 빅토리아 퍼블릭 마켓(Victoria Public Market)을 둘러보았다. 생산자들이 그들의 고객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곳으로 음식 관련 발표, 책 사인회, 영화 설명회, 지역 음악가들의 공연 등 크고 작은 이벤트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튿날은 호텔 조식 후 나나이모를 거쳐 큠즈(Coombs)에서 불상을 보며 동양적 인상을 받기도 했다. 지붕에 잔디가 깔린 가게(농산물 마트)에서는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다음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도넛 가게에서 시나몬 트위스트를 먹으며 옛날 먹던 꽈배기를 생각했다.
몇백 년 된 나무들과 우거진 숲에서는 피어나는 향기가 그윽한 맥밀런 주립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다음 장소인 윌리크릭에서는 사랑의 열쇠(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자물쇠를 잠그고 간다)를 보며 우리 일행도 기념으로 남길 것을 찾아 예쁜 인형 하나를 매달아 놓았다. 다음에 오면 어떻게 변해있을지를 궁금해하며…
다음은 퍼시픽림 비지터 센터(Pacific Rim Visitor Center)를 둘러보았다. 곰, 늑대 등 야생동물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100m 거리를 유지하고, 아이는 가까이에 둘 것과, 동물이 다가오면 몸을 최대한 크게 하고 소리는 치지만 절대로 도망치지 말 것을 알려주었다. 콕스베이비치(Cox Bay Beach)에서 해변이 보이기 시작하자 함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해변 근처에 손자들이 좋아하는 캠핑장이 있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여러 곳을 거쳐 오는 동안 시장기가 나서 가는 길에 ‘타코피노 레스토랑(Tacofino)’엘 들렸는데 이 또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약 30분동안 기다리니 차례가 와서 주문한 뒤 이름을 부르면 가서 가져와야만 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비프타고,그린거즈 포쿠 앤 김치 그리고 피쉬브리또 였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우리 일행은 캐나다의 가장 서쪽 끝에 있는 밴쿠버섬, 그중에서도 최서단에 있는 퍼시픽 국립공원의 땅끝마을인 유클루릿(Ucluelet)에 있는 숙소를 향해 둘째 손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유클루릿 (Ucluelet)은 인구 약 1600여 명의 작은 도시이다. 원주민 말로 “안전한 해변의 사람들”이란 뜻을 의미하는 이곳은Barkley Sound의 북쪽에 있다. 이곳 주민들의 생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패스트푸드 식당(Fast food restaurant )도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한다.
그곳에 여정을 풀고 남은 여행 일정에 따라 여러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손자들이 예약한 순서에 따라 여행 일정에 올랐다. 다음 날 Maquinna Provincial Park and Hot Springs Cove 일정엔 선박과 수상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약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청년이 6년 전 독일에서 여행을 왔다가 토피노가 너무 좋아 계속 머물면서 지금은 피앙세와 함께 지낸다는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다. 가는 길에 물보라를 뿜어대는 고래 구경(Whale watching)도 하고 바다와 연한 자연 온천에서 즐겁게 지내고 돌아오는 길엔 시간에 맞추어 기다리고 있는 수상 비행기에 올라 주위의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외딴 해변, 울창한 산악과 보기 드문 야생동물들로 가득한 이 한적한 섬은 인상적인 자연환경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토피노에서 우크루렛까지 아름다운 백사장을 끼고 있는 롱비치는 퍼시픽 림 국립 공원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운이 좋으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를 볼 수 있으며 먹이를 찾아 해안가로 어슬렁어슬렁 내려온 흑곰을 만날 수도 있다. 또 서핑, 고래 구경, 하이킹, 카약, 낚시, 카누, 스키, 자전거나 산책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서해안이니만큼 일몰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해서 해질 때를 기다렸다.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순간순간 바뀌는 일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거친 파도로 생긴 물안개(Sea Mist)가 햇살을 받아 더없이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빚어낸다. 바위에 앉아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는 연인들, 그들도 우리처럼 환상적인 일몰로 오늘 하루를 장식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 사람들이리라.
나만 몰랐던 서핑의 성지, 토피노(Tofino) … 토피노는 밴쿠버 아일랜드 서쪽 해안의 퍼시픽 림 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인구 1,800명이 사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작은 마을이지만 엄청난 자연을 품은 토피노는 서핑이 가능한 해변이 35km에 달한다고 한다. 물의 온도는 연중 10°C를 유지해 수트(Wetsuit)를 입으면 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서핑 명소는 체스터맨 비치(Chesterman Beach), 콕스 베이(Cox Bay), 롱 비치(Long Beach) 세 곳이다. 이 중 체스터맨 비치는 올해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가 50’ 중 한 곳이라고 한다. 특히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서핑 스쿨이 많다는 것도 토피노의 큰 장점이다. 현지인들에게 ‘서핑의 걸음마는 토피노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열매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세월에 대한 그리움, 지금의 삶에 대한 반성, 그리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다짐과 같은 내면의 성숙을 도와주는 열매이기도 하다. 야곱이라 불리던 이스라엘은 나그넷길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즈음에 자신의 살아온 삶에 대하여 다음 같이 표현하였음을 되새겨 본다.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넷길의 세월이 일백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넷길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창세기 47장 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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