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창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반갑다. 해가 길어지고, 따뜻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서서히 생활에 작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낯선 새소리에 창문을 열고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목을 길게 빼본다. 머리 위에 뾰족한 부채를 단 레드 카디널인지, 푸른 깃털이 매력적인 블루 제이인지, 귀여움을 뽐내는 워블러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다가올 계절을 품고 자연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가까이 와 있다는 것만이 분명하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때 오는 편안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언제부터 인가 내 게는 캐나다 생활이 주는 매력과 장점을 찾아 곱씹는 버릇이 생겼다.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대자연의 위엄 앞에서 나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생김새와 문화가 다른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알아갈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냉엄하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자유롭게 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봄에는 하이킹, 여름에는 캠핑, 가을에는 단풍을 즐기고, 겨울에는 동네 어디에서나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며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캐나다는 다양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매료 시키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이민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굳이 남들이 다 예상할 수 있는 이유를 들먹이며 나는 왜 스스로에게 캐나다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입하고 있는 것일까? 환하게 비추는 조명 아래에서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던 무대도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지면 그전에 보이지 않던 이면을 드러내게 된다. 새로운 땅에서 예상하지 못한 삶을 살며 나는 치열하게 느끼고, 생각하며 밝은 면 뒤에 깔려있는 어두움과 직면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민자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균열이 있다.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삶의 무게가 만든 틈새,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듣는다. 기대와는 다른 처지에 놓였음을 감지할 때면 캐나다에 살면서 누리게 된 혜택과 가치를 습관처럼 되새긴다. 노래하는 새의 실상도 파악하지 못한 채 파랑새이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마음일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은 지금 나의 상태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고 진행되어 가는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면서도 가난한 마음으로 진리를 찾고, 삶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는 소박한 일상에서 내 영혼의 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나를 괴롭히며 불편하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어제보다 나은 내게 되게 할 것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맑고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생각한다. 멀리서 행복을 찾으려 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 삶을 온전히 누리리라.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권은경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