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10월 단상(斷想)

권순욱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27 09:07

권순욱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특히 햇살 좋은 날 더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인가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40여 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나올 무렵 한창 인기몰이하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매년 10월이면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라서 한국에서는 ‘잊혀진 계절’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이용은,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최고 인기 가수상과 최고인기 가요상을 석권하는 등 대스타로 발돋움했다. 10월만 되면 공연 스케줄이 폭주했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로 시작하는 가사는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로 끝을 맺는 곡이다.
 
   또 하나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멋들어진 이 노래는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라는 아름다운 가사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자주 들리고 불려 온 이 노래 또한 10월의 마지막까지 장식해 준다. 10월만 되면 유독 라디오 방송에서 신청 수가 높아지는 명곡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BGM으로 자리 잡았다. 풍성한 바리톤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멜로디가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가을 풍경을 상징하는 가사가 달콤하고 아름다워 10월에 결혼하는 커플들의 축가로도 불린다.
 
   그리고 10월 31일이 되면 중요한 역사적 사실로 떠오는 것은 종교 개혁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06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대학교의 교회 정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붙였으며, 성서를 독일말로 번역하여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게시물이나 중요한 일을 교회 정문에 붙이는 관행에 따라서 이해한 것이다.
 
   다음으로 10월 31이면 생각나는 것이 성인 대축일(All Saint’s Day)에 해당하는 중세 영어 All Hallow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10월 31 All Hallows Eve에 포함해 여기서 Halloween(할로윈)이란 이름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름에서는 기독교의 향기가 나지만 할로윈 축제는 사실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다. 미신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할로윈 축제를 기독교에서 수용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할로윈을 경험한 것은 1982년 밴쿠버 주재원으로 온 그해 10월 31일 이었다. 처음 보는 행사라 궁금하기도 해서 10살 된 딸아이를 앞세워 이 집 저 집 다니며 사탕 봉지를 얻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문 앞에서 Trick or Treat을 외치면 집주인은 Treat으로 대답하면서 사탕 봉지를 딸아이가 마련한 작은 자루에 넣어준다. 여기서 Treat은 대접하거나 한 턱 내라는 동사인데 Trick, 만약 우리를 대접하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Treat or Trick은 켈트족 본 고장인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지역에 국한되었던 풍습인데,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Jack O’ Lantern  (Jack of Lantern)과 함께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이다. 마스크와 특별한 복장은 사자의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자 위장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재미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사탕과 관련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작년에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梨泰院壓死事故)를 잊을 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 또는 10·29 참사로 불리는 이 사고는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에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이다. 당시 이태원에는 할로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으며,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1995년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014년 299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다음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로 기록되었다.
 
   할로윈데이는 사고가 일어나기 12년 전부터 영어 학원 등을 시작으로 대중화 되었다고 한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장소에서부터 시작된 할로윈 행사는 마케팅에도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할로윈데이는 한국의 비공식 기념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태원에는 6.25 전쟁 이후 인근에 미8 군사령부가 있었다. 그 후 점차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과 쇼핑의 명소로 발전하였다. 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된 이후로 미군 출신 고객이 줄어들고 나서부터 이태원은 한국의 젊은 층이 할로윈 축제로 선호하던 장소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행사 방문객이 줄었다가 2022년 거리 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다.
 
   압사 사고 이전 경찰은 촛불 집회 투여로 인력 부족과 밀집된 인파로 인해 군중 통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압사 사고는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해밀턴 호텔 앞을 낀 거리에서 발생하였다. 소방 당국은 11시 19분부터 축제 중단을 요청했다. 10월 30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용산소방서장 최성범의 브리핑에 따르면 인명 구조를 위하여 소방, 구청, 경찰 등 총 인력 2,421명이 동원되었으며, 장비는 총 233대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재난 의료지원팀은 14팀으로 222명이 지원되었다.  2022년 11월 1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으로 남성이 55명, 여성은 101명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었다. 사상자는 2022년 11월 5일 오후 6시 기준 부상자는 중상 33명, 경상 164명이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할로인 사탕에 대마 성분이 함유된 사탕을 준 어른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53세의 여성과 60세의 남성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할로윈 기간에 사탕을 얻으러 온 아이들에게 대마의 항정신성인 THC(Tetrahydrocannabinol)가 들어 있는 사탕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으로부터 사탕을 받은 아이는 총 13명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사탕은 초콜릿, 캔디류로 간식과 함께 지퍼백에 담겨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보면 그해의 10월 마지막 날은 추억이 담긴 음악과 종교 개혁 등 역사적 기념을 담은 의미 있는 날들이었으나 불행한 이태원 할로윈 참사와 위니펙의 대마 항정신성인 THC의 슬픈 날로 기록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것들이 아직도 나를 슬프게 하고 있다.  
Sandy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맨 아래 칸 서랍 2025.12.01 (월)
맨 아래 칸 서랍이즈음 옷장의 맨 아래 칸 서랍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내 어제의 그림자들이 매미 허물같이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바람이 분다내가 거쳐온 삶의 간이역들이 펼쳐진다순진한 젊은 별바라기의 풋꿈도자갈길에 땀 흘리던 이민(移民)의 한여름날도오래전에 잃어버린 시(詩)를...
안봉자
내가 살던 낙동강 상류에는 유달리 풀꽃이 많았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그 풀꽃을 따서 강물에 띄워 보내며 들찔레 새순을 꺾어 먹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 이웃에 초등학교 선생 한 분이 계셨다. 어린 내 눈엔 그분이 늘 우러러 보였다. 강마을, 농촌에서 태어나 비범한 재주도 없을 것 같아 소년 적 꿈이래야 고향 초등학교 훈장이 되어 풀꽃처럼 사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어려서 나는 책 읽기를 좋아 했다. 그 때는 읽을 책도 많지...
권순욱
시간(時間) 2025.12.01 (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진다고 말한다.마치 인생의 모래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울어져 모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하지만 젊은 시절의 시간은 전혀 다르다.아직 모래시계의 윗부분이 가득 찬 채 천천히, 그리고 지루할 만큼 느릿하게 모래알이 떨어지던 시절 —나에게 그 시절은 바로 10대였다. 국민(초등)학교 시절의 하루는 끝없는 여정이었다.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 그 작은 꿈조차...
우제용
세월이란 길 위로시간은 물결처럼 흘러가고천천히 스며드는 듯 하다가도돌아보면 한순간의 빛처럼 멀어져 간다 머물 줄 모르는 그 흐름 속에서소중했던 날들조용히 견뎌낸 순간들은가슴 깊은 곳에고운 흔적으로 남아추억이 되어 숨 쉰다 아쉬움이 스치는 기억함께 웃음꽃 피우던 날들의 온기아직도 마음속에서 잔잔히 물결치고참 따스했고 참 고왔던그 멋진 순간들조용한 기쁨이 되어지금도 내 손을 잡아 준다 세월의 길 위에서날 웃게...
나영표
선택 2025.11.24 (월)
  2016년 2월 12일, 나는 에어 캐나다의 서울행 비행기에 있었다. 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급하게 자리를 하나 구해서 다음날 출발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급한 대로 나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다. 밤을 헤치고 달려서 도착한 오랜만의 인천 공항은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한 한국어로 물어물어 공항을 빠져나왔다. 연락받고 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구들의 도움으로 도착한 장례식장에서 생각과 달리 눈물이...
예종희
한 해를 보내며 2025.11.24 (월)
한 해를 보내며                     로터스 정병연 지나온 세월이여 그대는 내 마음에 깊이 머무네푸른 하늘 아래 서서 햇빛이 내리는 곳에서 나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열심히 피어났노라 흔들린 꽃잎 위에 지나온 시간이 내려앉고 기쁨도 슬픔도 모두 빛이 되어 나를 채웠네오늘도 감사하노라 여기까지 걸어온 길 땀과 눈물로 일군 날들 모두가 축복이었음을 이제 한...
로터스 정병연
  요즈음 예전에 손주들과 같이 지내며 찍은 사진들을 보면 남편도 나도 그때는 이렇게 젊었었구나 하고 새삼 놀란다. 10년 전 사진을 보면 완전히 젊은 청장년 같고, 불과 2, 3년 전에 찍은 최근 사진들도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아니, 언제 이리 늙어진 것인지 세월이 날아가는 것 같다.   청 중년에서 장년으로 되면서 늙어 간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70세가 넘으면서 거울 속에 비치는 많은 흰머리와 약해진 피부 탄력에...
김현옥
소망의 씨앗은청춘 언저리에 쌓여들썩거리는데노안의 이 가슴은씀벅씀벅 아리다 뭉게구름 몽실 그리움 피우고낙심의 구름 회색 물로 울먹이고절망의 구름은 먹물을 토해 놓고무거워진 솜털 기다림으로 말린다 하늘에 사는 구름도저리 갈팡질팡하는데땅에 사는 우리네오죽하겠는가 우리, 그저바람 먹고 구름 보고꽉 찬 욕심에 쓰린 가슴 뒤집어로키의 침묵 속에 부려 놓고까짓거 나를 잊는 것도 좋으리나를 지우면 너가...
한부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