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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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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11-06 11:25

아청 박혜정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내 제자 중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나면 “행복해?”라는 질문을 한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서인지 그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행복하다 것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지만 그래도 정확한 뜻을 알기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라고 한다.    “난 가르치기 힘든데 뭐가 행복하다고 묻는 걸까?” 그런데 막상 물으면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예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왜 이런 질문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기가 나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달장애인들은 하는 행동이 다 같지는 않지만 자기의 특성을 잘 살리면 뭔가 일반인보다 나은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을 잘하는 것 같고 암기력도 그 부분에서는 일반인보다 더 낫기도 한 것 같다. 그들이 가진 강박(한 가지에 집착하는 특성) 등을 강점이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것을 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발달 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 하트 오케스트라가 밴쿠버에 온 적이 있다. 그들이 연주할 때는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연주 중에 시차 때문인지 아님 평상시도 그런지는 몰라도 꾸벅 꾸벅 졸고 있다가 자기가 연주 할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연주를 한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또한 팀파니를 치는 학생도 참 인상적이었다. 곡을 외워서 하기보다는 지휘자 손 움직임을 보면서 박자와 마디 수를 손가락으로 계속 세면서 자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틀리지 않고 정확히 연주를 했다. 그 단원 중에는 플루트 전공으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서 다니는 학생도 있었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께 "연주하는 것을 보면 보통 아이들과 똑같아요." 라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다 힘든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요." 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화가 나면 자기 팔을 물기도하고, 샴푸 병이 예쁘다고 엄청 많이 주문을 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한다. 같은 곡을 1000번 정도 연습을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단장님께 여쭈어 보았다.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시지 왜 어려운 오케스트라를 창단 하셨냐고. 그랬더니 다른 어떤 작업보다 그들에게는 오케스트라가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곡을 연주하려면 다른 파트가 나올 때 내 파트가 없으면 그 동안 참고 기다려야하는 것을 통해 사회성을 많이 배운다고 했다. 개인 솔로도 어렵지만 남들과 함께 연주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잘 해내는 것을 보면 다들 대단하다.
  우리 포트무디 청소년 교향악단 단원들과 한국 성남 청소년 교향악단 단원이 함께 한국에서 이번 여름에 공연을 했다. 그 때 발달 장애를 가진 드림위드 앙상블도 찬조 출연을 했었다. 그들은 10명이 전부 클라리넷으로 성부를 나누어 불고 거기에 선생님 1분이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함께 연주를 했는데 너무 멋진 연주를 들려주어서 놀랐다.
  그 중 우진이라는 단원이 있는데 그 엄마에게 어떻게 클라리넷을 하게 되었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동생이 먼저 클라리넷을 배웠는데 형인 우진이는 장애가 있어서 배울 엄두도 내지 못 했다가 막상 시작부터 해 보니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단다. 중간에 하기 싫다며 떼를 쓰는 위기도 있었지만 그 후 장애인 예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계원예고에 정원 외 입학을 해서 백석예술대학에까지 진학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고 하셨다. 그 후 하트 하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을 하다 일반 아이들과 함께 성남 청소년 교향악단에서도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지금의 드림위드 앙상블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조직해서 인가를 받고 전문단체로 활동을 하기에 이르러 이제는 많은 발달장애인들의 롤 모델이고 희망이 되었다고 한다. 소음이 화음이 되기까지 엄청 난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정기연주회도 하고 해외 공연도 다닌단다. 처음에는 곡을 맞추는데 1년 정도가 걸렸는데 지금은 1달 정도면 맞추어진다고 한다.
  이 단체가 비영리법인인 사회적 기업의 예술단체로 거듭나면서 각자 월급을 받으며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자립을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해 나가는 것을 보니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한국 초청연주가 끝나고 며칠 후에 마침 드림위드 앙상블의 정기연주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클라리넷뿐만 아니라 트럼펫을 하는 연습생들의 순서도 있고 드럼, 피아노와도 함께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만 보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연주 전후에 행동들을 보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인 것이 보인다. 그런 장애를 극복하고 다들 훌륭히 해내었다. 연주가 다 끝나고 나야말로 “행복해?”하고 물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니 물어보지 않아도 얼른 “예”라는 대답을 들을 것 같았다. 그들의 부모님들의 표정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요즘 나의 제자도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교향악단에서 함께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이젠 거꾸로 내가 “행복해?” 라고 내 제자에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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