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내가 마지막 살 곳은 어디일까?

이종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3-07 09:11

이종구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태어나, 세 살 때쯤 되었을 때 부모님께서 서울 용산구 후암동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내가 다닐 적에는 국민학교라고 지칭했다) 후암동에서 다녔다. 그 시절에는 거주 지역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정받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역별로  학교 차이가 있었다. 나는 평판이 좋고 역사가 있는 삼광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운동회가 열리면 ‘서울의 찬가’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으며, 마음에 드는 소녀들을 쳐다보며 설레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였다. 특히 이웃집에 사는 고 씨 성이었던 동갑내기 소녀랑 손 붙잡고 다니고, 과외도 같이하고 지낸 경험이 새롭다. 
내가 살던 초등학교는 후암동 막다른 골목에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이웃들과 가까운 친척처럼 지냈고 명절이 오면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겁게 지냈다. 동네에는 인기 있는 연예인과 유명한 축구 선수도 있었다. 나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후암동 60번지에 살았다. 그 집은 적산 가옥(1945년 8.15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그들이 남겨 놓고 간 일본식 주택이었다. 돗자리로 된 다다미방도 있었고 옆집의 화장실 위치나 우리 집 화장실 위치나 같은 곳에 있었고 목욕탕 시설에 큰 욕조가 있었다. 
나는 방에 다락이 있는데 이불을 개어 놓는 장소였지만 다락에 올라가 숨거나 놀거나 한 기억이 난다. 대학에 재학 중에는 후암동의 영락보린원(고아원) 근처의 주택으로 이사하였다. 그곳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고 졸업 후에 진명여고에서 교사로 채용되어 여고 선생님이 되었다. 몇몇 여학생들이 놀러 오기도 하고 또 여학생들은 집에 와서 서류 정리와 성적을 계산하는 일도 도와주었다. 
그곳에서 결혼하자 분가했고 연희동 연립 주택에서 전세로 살게 되었다. 그런 몇 년 뒤 직장 근처 청운동에 위치한 시영 아파트에 살다가 그 집을 팔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면서, 다시 잠시 부모님 집으로 오게 되었다. 나는 부인을 부모님 댁에 며느리로 생활하도록 하게 놓아두고, 혼자 미국 위스컨신주 밀워키에서 2년간 지내다가, 돌아와 다시 후암동 집에서 살 게 되었다. 
얼마 후에는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서초동(예전에 말죽거리)으로 옮겨 살 게 되었다.  어렸을 적의 그곳은 시골이었다. 외갓집이 있는 말죽거리 분두골(현재 서울 교대 부근)로  놀러 간 적이 많았다. 봄방학에 가면 논에 들어가서 거머리가 종아리에 붙었던 징그럽던 기억이 있으며, 여름방학에 가면 집 근처 오래된 느티나무 위에서 쓰르람 쓰르람'하는 소리로 우는 매미 소리가 정겨웠다. 외할아버지가 가꾸시는 참외밭에 가서 참외도 따 먹고, 시원한 원두막에 올라가서 더위를 피하기도했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공청이라는 곳에서 외할아버지께서 묵묵히 새끼를 꼬고 계신 것이 기억이 난다. 
어머니께서 후암동 60번지 살 때 늘 화단에 꽃들을 심었다. 아마도 농촌서 자란 어머니께서 늘 자연을 동경하고 이런 꽃들을 좋아하고 즐거워하셨던 것 같다. 이 모든 외갓집의 시골 추억이 오늘날 나의 마음에 자리 잡아 도시의 아스팔트 같은 마음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내 가족은 서초동에서 10여 년 살다가 1993년에 캐나다로 이주를 했다. 처음에 정착한 곳은 캐나다의 서부 지역인 밴쿠버 아일랜드의 빅토리아시에서 20년 살았고, 현재는 밴쿠버 코퀴틀람에서 사는데 어느덧 70 고개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다음에 가서 살 곳은 어디일까? 내가 살아온 길 어디쯤 왔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세월이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리라. 오직 이를 아는 분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한 분이시리라! 생각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랙탈 2024.06.07 (금)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속칭 <버뮤다 연쇄살인>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다섯 번째 희생자 이후 불과 7주만에 발견되면서 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오늘 경찰은…” 고준호 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양손으로 뼈채 들고서 발라 먹던 고기를 잠시 내려놓고,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집어올려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연쇄살인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듣기에 고준호 씨의...
곽선영
이민자의 특징 2024.06.07 (금)
  ‘동양의 도학은 약육강식을 부도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철학은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인용한 것은 과거엔 이민을 운명, 팔자, 역마라 치부했다면 현재는 용기 있고 강한 자의 결단과 도전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의 방법은 초기엔 간호사나 재봉사 등의 기술이민이 주였다면 지금은 독립이민, 기술이민. 투자이민, 초대 이민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초기엔 전문직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민의...
이명희
나물 캐는 아낙의 시선 피하여길섶 풀숲 속숨어 핀 샛노란 민들레해를 사랑하여환한 꽃 피우고임 온기 느끼며 길가에 서 있다가흰 나비 애무하고 떠나간 뒤날개 단 홀씨 한 다발 들고초원 지나갈 바람 기다린다오! 바람이여저 멀리 하늘 끝에 계신 내 임에게로Please! send seeds beyond the cloudsto the end of the sky
김철훈
강물을 보네깊어지며 흐르는 거역 없는 몸짓을 보네하루를 다 날아온 고단한 태양을 눕히고어느 산기슭 떠나온 나뭇등걸도 함께 눕히고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나를 보네팔랑이는 잔물결들 사이로 얼핏 설핏 보네정(精) 때 묻은 부모 형제 다 두고태평양 큰물 건너오던 반세기 전 그날비단결 검은 머리 스물여섯 살 새아씨여!세월을 보네꿈, 좌절, 인내들이 들락거린 한 세월을 보네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서면서고향 떠나 멀리 또...
안봉자
세 번의 외과수술 2024.06.03 (월)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새롭게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을 산다고 했더니 어느 날 주위를 살펴보니 100세 이상 사시는 노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60세 환갑잔치를 요란하게 치르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환갑잔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100세 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료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이다. 이런저런 수술로 죽을 사람이 죽지 않고...
심현섭
감자 꽃 향기 2024.06.03 (월)
“할무니, 왜 이쁜 감자 꽃을 다 따분당께라우?” “꽃을 따내 줘야 밑이 쑥쑥 든다고 안 그러냐?”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까. 할머니를 따라 밭에 나갔다. 할머니는 밭을 한 바퀴 휘 둘러보시더니 감자 밭으로 가 감자 꽃을 따기 시작했다. 꽃은 꽃이고 밑은 밑일 텐데 어린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니 어미가 감자 꽃을 참 이뻐했느니라.” 하시더니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가? 순간 흐린 기억으로 어머니가 감자 꽃을 바라보고...
최원현
오 월 찬가 2024.06.03 (월)
상큼한 산들바람 손등 스치고 지나가면나무를 건너뛰던 다람쥐 나도 보아 달라하고 작은 무도회를 연캐나다 구스 공연 햇살도 왜 나는 안 봐주냐며무릎에 앉았다 눈으로 보아도 들리는 님의 소리처럼
전재민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