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새해에는…

아청 박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12-30 11:15

아청 박혜정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 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새해가 되면 우리는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새로운 결심을 해 본다. 새해에는 새로운 결심 중에 하고픈 것에 미쳐보면 좋겠다. 여기에서 “미치다”라는 뜻은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비정상적인 상태”의 뜻 보다는 “무언가에 몰입하여 매우 열심히” 라는 뜻이다. 젊었을 때는 전공이외에 한 가지에 시간을 내서 미쳐보기가 쉽지 않다. 졸업 후 사회 초년생이 되면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결혼을 하면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고 그러다 보면 관심이 가는 것은 있어도 한 가지에 미칠 정도로 힘을 쏟기가 어렵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그 때는 한 가지에 미쳐보면 좋을 것 같다. 골프에 미치면 누워있을 때 천장에 골프공이 떠다닌다고들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고…. 사진에 취미가 있다면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생활 속에서 멋진 장면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출사를 통해 머리도 식히고 멋진 사진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 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데 사진클럽에서 만난 낯익은 분이 주유를 하다 트렁크에서 카메라를 꺼내 순간 포착하는 것을 보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새해에는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한 가지에 몰두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요즘에 하이킹에 조금은 미쳐있다. 건강 때문에 시작한 것인데 일주일에 2-3번 하이킹을 가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힘들다고 반응을한다. 그래서 이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 비가 오면 우산과 우비로, 눈이 오면 아이젠(크렘폰)이나 스노우 슈즈가 있으면 해결된다. 얼마 전 하이킹 멤버 중 한 분이 “언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가? 미쳤어.” 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다른 때 같으면 이상하게 들렸을 텐데 ‘오히려 기분이 좋은 것이 남에게 미쳐 보인다니 나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주 때 영화 “Sound of Music” 중에 나왔던 “MY FAVORITE THINGS"를 연주했다. 그 곡의 가사를 보면 ”자기가좋아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개에게 물려도, 벌에 쏘여도 슬프지 않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곡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그렇게 좋고 비싼것이 아니다. 장미 꽃잎에 맺힌 빗방울, 새끼 고양이 수염, 따뜻한 털장갑, 바삭한 사과 파이, 달밤에 높이 나는 갈매기들 등이다.

그 곡을 연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찾아보았다. 순수한 것으로 채워진 가사를 보니 더욱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동심으로돌아가서 산타를 기다렸던 순수함으로 생각해 보면 많을 것도 같은데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 “힘든 일이 있거나 기분나쁜 일이 있어도 난 국수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라고 말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단순한 것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도 새해에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해 주는 무언가를 찾아보면 비오는 밴쿠버의 우울증을 쉽게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몇 년 전에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낮은 자리에서 깊은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자” 라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라는 말이 좀 더 실용적으로 적용이 된다면 위의 문장은 문장을 되뇌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러 나옴이 느껴진다. 겸손하게 낮은 곳에서 그냥 있음으로써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나도록 처신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얼마나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은 그 정도의 나이가 아니어서 깊이 생각 해 본 적이 없기도 하다. 이 이슈(ISSUE)는 은퇴할 때쯤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한 번 곱씹어보려고 한다.

새해 2020년에는 무엇을 해 보겠다고 작심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천천히 준비하고 생각해서 낮은 곳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며 자기에게기쁨을 주는 일에 미쳐본다면 큰 어려움 없이 밝고 힘찬 2020년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천국의 삶 2024.05.27 (월)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경이다. 일어나자마자 수영가방을 챙겨 들고 가까운 스포츠센터인 짐(Gym)으로 운동과 수영을 하러 간다.   봄이 무르익어 어느덧 가로수들이 짙은 연녹색이며 꽃나무들이 한창이다. 1시간 30분 정도 체력운동과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차장 한켠에 인도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중 한 명이 30~40대로 보이는데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은 좀 예리하게...
이종구
  오월 화창한 봄날에 충남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추사고택秋史古宅을 찾아갔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주택일 뿐 아니라, 조선 말의 문신으로 실학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를 마음으로 만나고 싶었다. 옛 주택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앞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에 낮게 솟은 740m의 용산이 배산背山이 되고, 삼교천을 임수臨水로 삼은 추사 고택은 충남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돼 있다. 이 집은 추사의 증조부...
정목일
풍경 소리도 기도 2024.05.27 (월)
절 집 처마 끝물고기 한 마리느릿느릿 헤엄치고대웅전에 든 나의 벗엎드려 드리는 기도그 염원 깊고 깊은데앞 산 푸른 허공에걸렸다흩어지고흔적도 없다다시 밀려오는 구름에자맥질하는 물고기허공이 물속인 듯물속이 허공인 듯달강달강 기도하는달강달강 풍경소리
정금자
보리누름 2024.05.22 (수)
감꽃 피는 긴 해에새털구름 깔리고봄 가뭄 길어지니냇물허리 잘록한데찔레꽃향기 퍼지는하얀 봄날 어신 때아지랑이 현기증을풋보리로 넘은 고개풀칠 힘든 살림에해는 어찌 더디던고애틋한 배고픈 설움서로 기대 씻은 봄
문현주
어느날 갑자기 2024.05.22 (수)
2024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이다. 캐나다 생활 32년만에 정말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한국 생활 9년만에 캐나다로 돌아와서 당분간 지내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후 나와 아내는 그분들에게 “금방 거주할 곳이 없으면 호텔 대신 우리집으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였더니 서로 좋겠다고 하여 우리 두 가정은 7개월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살기로 하였다.  이렇게 이야기가 된 지 보름만에 그들 부부는...
김유훈
주문 2024.05.22 (수)
토요일 오후 퇴근 길에 스타벅스 커피점을 지나면서 음료를 주문하려고 들렀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각자 원하는 음료를 시켰는데, 아내와 큰 아들의 간단한 메뉴 선정과는 달리 딸아이의 기다란 메시지 답장이 왔다.‘그란데 사이즈로 차가운 차이 라떼 한 잔.추가 선택 사항으로는 얼음은 약간, 차이 펌프는 2번만, 블론드샷으로 에스프레소 추가, 그리고, 귀리 우유’메시지를 다 읽고도 한...
정재욱
할머니의 우산 2024.05.22 (수)
얼룩진 우산 만큼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무거운 짐도 마음의 짐도 잠시 내려 놓는다낯선 할머니 한 분버스를 타려는 한 아주머니 우산을 챙겨주고비 옷 입고 서 있는 내게도 자꾸만 기우려 주신다하나 둘 씩 버스는 떠나가고할머니는 누군 가를 기다리는지내리는 사람들 눈치를 살핀다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그치고저녁 햇살이 정류장을 비추자불그레진 할머니는 갑자기 환하게 웃으신다구부정한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우산을...
유우영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