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늘 푸른 장년 시대

이원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3-05 13:30

캐나다한국문협회원 / 이원배
무술년 새해 KBS에서 신년 기획특집으로  "신 노년시대"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60대 후반의 노년기에 접어든 내게 혹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을까 해서 시청했다. 그런데 이제 갓 60이 되는 팔팔한(?) '58년 개띠' 생들의 노년 대처기가 주 내용을 이루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노인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는 나는 막냇동생 세대의 노년기 진입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노년층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소위 7080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전 후세대로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했던 연령층이다. 1958년 생들은 그 중반 정도에 해당된다. 그들이 금년에 환갑을 맞는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는 예전 노년층과 사뭇 다르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고,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문물을 가감 없이 받아 들이던 청바지와 통기타 세대. 중년에는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수출전선에서 활약하던 세대. 그리고 IMF의 아픔을 견뎌온 세대이다.
그들은 노후를 걱정하기 보다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여섯 아이들을 가졌던 부모세대의 가난과 아픔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한 두 명의 아이를 가지는 대신 세계무대가 아이들의 것이 되도록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현재는 소위 '낀 세대'가 되어 버렸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80세는 보통이고 90세, 100세 가까이 생존하는 부모세대를 부양해야 하고, 청년실업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자식세대를 걱정해야 한다. 은퇴가 가까웠지만 아래 세대에게서는 '올드패션' 즉 퇴물 취급을 받고, 위세대의 기득권은 물려받기에 아직 요원하다. 92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평생직업'이라고 여왕 직을 내놓지 않는 동안 아들 촬스는 70에도 그냥 왕자로 남아 있다.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 '신 노년'들이다.
직장에서는 물러났지만 살아야 할 날 들이 아직 많이 남은 주니어 시니어 세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앞서 말한 KBS 신년특집에서 독일의 민간사회복지협회 회장인 마하엘 뢰허씨가 노년을 맞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사회의 불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신의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장수시대의 신 노년층은 '쓸모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것, 즉 외국어를 배운다던가, 그림을 그린다던가, 글을 쓴다던가 하는 생산적인 것에 도전해야 한다. 춤을 배워도 좋고, 목공기술을 배워도 좋고, 노래를 배워도 좋다. 그렇게 배운 내용들을 발표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기쁘게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여생의 크나큰 보람이다. 젊을 때는 쓸모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이 들었다고 왜 그 쓸모를 포기하는가. 길을 잃고 헤매는 젊은이들에게 자기가 익혀온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나는 2013년부터 "캐나다 한인 늘 푸른 장년회"를 조직하여 주로 교양강좌 위주로 내 지식을 나누어왔다. 장년이라는 한자어는 길 장(長), 해 년(年), 즉 오래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30, 40대를 뜻하는 장년(壯年)과 발음은 같지만 뜻은 다르다. 내가 임의로 지어낸 말이 아니다. 2012년 한국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10월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장년)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식화 된 말이다. 고용관계법에서 그 동안 사용하던 고령자란 단어 대신 55세 이상 64세 까지를 장년으로 바꾸었다. 65세 이상은 종전처럼 노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나는 65세가 넘어도 스스로 '장년'이라 자신을 호칭한다. 늘 푸른 장년회의 설립목적이 "40대 이상부터 60대까지 중 장년층이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 보람 있고 행복한 노년을 누릴 것인가 고민하는" 데 있다.
   장년 세대.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변화하는 신 문명에 익숙해진 세대. 대화와 토론으로 목적달성을 도출하고 이해와 타협으로 슬기로운 공존을 이루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 이들 세대가 밴쿠버에서 차츰 늘고 있다. 기존의 세태에 물들이 않고 창의적으로 교민사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능력이 있는 세대이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후배세대를 이끌어주고 선배세대를 밀어 준다면, 항상 늘 푸른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늘 푸른 장년시대'. 그들이 이끄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침 이슬이여, 너는 어둠의 울타리에 걸어 놓은  내밀(內密)의 창(窓) 지순한 그리움의 초상이구나    춥고 습한 긴밤들을 눈물로 견디며 모든 고통의 순간들은 결국 숭고한 환희로 통하는 길이라는 지혜를 터득한 너의 맑은 이마여!                                           ...
안봉자
작은 아씨 2025.06.27 (금)
  어머니는 젖이 풍부하신 분이셨다.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도 일부러 젖을 떼려고 애쓰지 않고 아이가 먹겠다면 언제까지고 먹이려고 하셨다. 나도 거의 세 네 살까지 젖을 먹었다고 들었다. 내 밑에 막내 동생은 여섯 살이 넘도록 젖을 먹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들어와서는 어머니 품을 파고들어 젖을 먹었다. 주위 사람들이 젖을 떼지 다 큰 애를 무슨 젖을 먹이냐고 하면 어머니는 이제 더 먹일 아이도 없는데 나오는 젖을, 먹겠다는...
심현섭
그리움 2025.06.27 (금)
사그라져 가는 물안개 아침 햇살에 부서지고   파도가 뿜어낸 당신 닮은 은빛 숨결 물 비늘이 허공 위로 흩어지네   그대 향한 서성임이 아픔의 태산 되어 울고   요란한 살여울 지쳐 밀려온 그 자리 차디찬 빙산 이어라   볕 뉘 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당신 목소리에 오늘도 목이 메이네
김정임
바람이 전해준 말 2025.06.27 (금)
  캐나다 웨이에서 오클랜드 스트리트로 우회전 핸들을 틀자마자, 눈부신 초록의 나라가 시야에 확 펼쳐졌다.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되는 설국(雪國)의 첫 페이지가 떠올랐다. 하얀 눈의 나라로 들어가는 대신, 나는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 별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은 조금 지나면, 디어 레이크 파크 숲을 우측으로 끼고 돌면서 계속...
지연옥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Vancouver                                                   Poem by Lotus Chung Mother, brother, we’ve crossed the seaUnder Vancouver’s sky,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fullOn sunny days, let bursts of laughter bloomLet’s dress in hanbok and dance with grace In the immigrant’s suitcase, dreams and hopesAnd tucked inside, a single word in our mother tongueChildren, friends, be proud Embracing two cultures in our...
로터스 정병연
양상군자 시리즈 2025.06.20 (금)
30년 전 빅토리아에서 편의점을 운영할 때였다. 한 번은 내 가게에서 일하는 모하메드 (아프가니스탄인)가 어떤 아이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고 혼내 주었다고 한다. 그 아이 인상착의를 들으니 가끔 엄마 심부름으로 담배나 우유를 사러 오는 테미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잔돈 남은 것으로 사탕을 사 먹는 순해 보이는 4-5학년쯤 되는 남자아이였다. 며칠 뒤 저녁때쯤 그 아이와 친구가 사탕을 사러 들어왔다. 검은 큰 잠바를 입고 사탕과 초콜릿이 진열된...
이종구
   거센 물살을 이기며 본향으로 역류하는 연어의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영어의 바다에서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는 이들이 연어의 몸짓을 닮고 있다. 금년 한카문학상 응모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부터 영어도 잘 늘지 않고, 한글은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말을 살리고, 우리 글을 익히려는 한국문학 지망생들의 도전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이제 수상자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원배(심사위원장)
은사시나무 2025.06.13 (금)
유월의 숲나풀거리던 녹두 빛은  어느새 농록한 푸름으로 가득하다해질녘 노을 꽃피면붉은 비로도 옷 두른 나무들 사이늙은 은사시나무흰 버짐 가득 핀 맨살 드러낸 체 고단한 시간의 허물을 벗겨내고 있다영겁의 세월 지나는 동안이웃한 바람, 꽃, 새들에게힘껏 다정하였다고 정성다해 사랑하였다고구름으로 하늘편지를 띄운다고요한 유월의 숲겹겹이 까만 커튼이 드리우면슴벅거리는 황혼의 노을 데리고은사시나무 레테의 강가*에...
김계옥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