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 신인 시상식에 다녀와서

늘산 박병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4-07 16:58

지난 28일 한문협 밴지부 신인 시상식에 다녀왔다.
본인이 아름다운 캐나다 발행 때 아내와 더불어 글 쓰는 이로 캐나다 전국을 같이 누빈 김해영 회장과의 인연도 있지만 밴문협은 초기에 본인이 회원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신인으로 등단한 두 분의 시인과 두 분의 수필가가 상패를 받았다. 네 수상자의 작품과 최근에 등단했던 새내기 네 등단자의 글 발표도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김회장의 심사평이다. 하나의 문학 작품을 보는 듯했다. 아주 좋았다.
 
모든 회원은 당연히 등단한 문인들이다. 그런데 글 쓰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글에는 글쓴이가 스스로 고민한 흔적이 배어 있어야 하는데 초등학교 학생 작문 쓰듯이 일차적인 이야기로 일관하였다면 어찌 독자들이 그 글에 이끌리며 감동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일반적인 이야기로 글을 이끌어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화장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게 어디 아름답다 하겠는가.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면 글이 탁해진다. 화장은 한 듯 만 듯 절제를 해야 예쁘다.
 
본인의 솔직한 고백을 하나 한다. 등단하기 전에는 글을 아무렇게나 써서 신문사에 보냈다. 그런데 우연찮게 등단을 하고 나니 글쓰기가 어려워지더라는 것이다. 등단된 사람이 이걸 글이라고 발표하나 낄낄거리는 독자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시는 잘 모르지만 시나 수필이 같은 창작품이라는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수필이란 무엇인가. 내 삶에서 우러난 진실 된 나 자신 내면의 소리다. 또 철학이 배어진 진솔한 자기 고백이 아닐까 한다.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과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된다. 그래서 한편의 시나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나만의 소리를 찾아내는 노력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 예를 들어 보자.
오래전 한국 대산련 오지 탐사대의 안내를 맡아 3막 4일, 밴쿠버 아일랜드 서편에 있는 눗카(Nootka) 트레일을 탐방한 바 있다. 그 산행기가 서울의 조선일보 ‘山지’에 발표되기도 하였는데 그 마지막은 이렇다.
 
‘메아리를 모르는 바다, 불러도 대답할 수 없으니 그는 영원히 고독할지 모른다’
 
이 산행 수필을 미주문학에 보냈더니 당시 모스코바 대학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던 수필가이자 평론가인 김효자님이 평하기를;
‘물론 이글은 기행성 수필이기 때문에 여행지 곳곳의 정경(情景)과 묘사(描寫)가 문맥의 주류(主流)를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화자(話者)는 글의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의 문맥을 변용(變容) 함으로써 기타 문맥 전체를 창작 패턴으로 이화(異化)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 곧 박병준님의 수필 ‘메아리를 모르는 바다’는 이 글 맨 앞에서 예시한 박영보님의 ‘보고 싶은 아이’와 더불어 창작 수필의 예시적인 패턴으로 주목을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메아리를 모르는 바다’다.
이 말이 어디 어려운 말이던가. 아주 쉬운 말이지만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 한 줄을 찾아 며칠을 고민했다. 그때 슬라이드로 찍었던 사진을 확대해 들여다보고 눈을 감고 바다를 바라보던 감정을 불러오고 끙끙 대다가 찾아낸 대목이다.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어찌하여 이 대목을 찾았지? 볼 때마다 행복해 진다. 이게 글 쓰는 이의 보람이요 기쁨이다.
 
본인이 등단하기 전에 발표한 수필이 하나 있다. 이렇게 시작한다.
 
'본토 인디언들의 말에 의하면 창공에 날던 새가 깃털 하나를 떨어뜨리면 제일 먼저 독수리가 보게 되고 사뿐히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사슴이 들으며 곰은 그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다'
 
어떤 지인이 수필집을 내었는데 이 대목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자기 글로 만들어 놓았다. 전화를 하여 “어찌 남의 글을 도둑질 했느냐”고 하였더니 죽을 맛이다.
그 작가가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행복할까? 아니다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부끄럽지 않다면 그는 이미 문인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글을 발표해 놓고 행복하지 않다면 글 쓴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밴쿠버 유명한 여류시인의 시에 ‘사랑이란 말속에 들어가 눕고 싶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역시 어려운 단어의 모임인가 말이다. 쉬운 말이지만 이 한구절로 그 전체의 시가 살아난다. 읽는 사람도 기쁘고 본인도 읽을 때마다 행복해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찾아낸 표현들이 두 세 곳 글속에 자리한다면 그 수필은 생명력을 지닌다. 독자들의 박수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보지 않아도 보인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한다. 잠을 설치기도 한다.
 
새로 등단한 분들은 자기 글에 한없이 행복해지는 글쟁이가 되기를 바란다.
글에서 고민한 흔적을 보고 싶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세월은내가 붙잡지 않아도저 혼자 흘러가고내마음은살아온 날들을하나씩 되돌아본다.젊은 날의 불꽃은이미 먼 데서 식었지만그 불꽃이 남긴 온기는아직도 내 안을 비춘다.나이 든다는 것은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조용히 내려놓는 일.기억이 흐려져도내가 살아낸 시간들은어디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두려움이 찾아와도나는도망치지 않기로 한다흐려지는 날이 찾아와도내 마음만은흐려지지 않기를.남은 날들만큼은조용히,그러나 단단하게나로 살고...
이봉란
내 나이에 숫자 하나가 덧붙여갈수록 감사도 늘어가고 대상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육십육 년의 햇수 안에는 호흡이 없는 무생물체를 향해서도 고마움을 전할 때가 종종 생긴다. 얼마 전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던 사물을 대상으로 짧은 시 한 편을 끄적거리다가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본래의 용도 외에 생각이 깊어질수록 숨겨진 의미가 적지 않아 경이로운 감정마저 들었다. 그것은 마치 눈앞에 보이는 길을 향해...
줄리아 헤븐 김
이솝 우화(寓話) 2026.09.03 (목)
“이솝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학교 교과서나 만화를 통해서 재미있게 듣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였지만 이야기 속에 가르침을 깨닫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솝 이야기”를 따로 읽거나 들은 기억이 전혀 없지만 대화 중이나 매스컴을 통해서 “이솝우화”라는 단어를 가끔 들은 일이 생각나고 역시 그 내용이 주는 교훈이 참으로...
김의원
자욱한 물안개가 초벌로 지나간 뒤물감이 마르기 전 아롱아롱 피어나는산 빛과 대비를 보며 반사광을 묶는다 저 넓은 팔레트 안 오롯이 담겨있는색깔들 젖은 칠에 마른 선 긋기까지농담이 배어 나오며 담아내는 사유들 삶의 얼룩처럼 흘러내린 물맛*처럼행간과 쪽 사이에 깔린 그림자까지귀얄로 툭 던진 붓질 수채화 한 폭 뜬다 *물맛-수채화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맺히는 자국
이상목
쥐의 습격 2026.08.28 (금)
크기가 크면 쥐, 작으면 생쥐다. 시골에 살면서 농부의 쌀을 훔쳐 먹으면 시골 쥐, 도시의 뒷골목을 쏘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먹으면 서울 쥐라고 한다. 복슬복슬 긴 꼬리를 하늘로 쳐들고 입안 가득히 도토리를 물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두려움 없이 오가며 핸드폰 사진기에 담기면서 사랑받는 귀여운 다람쥐가 있는가 하면, 단 1초라도 지켜본 자의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극혐의 들쥐도 있다. 낡은 우리 집 주방에 쥐가 출몰했다. 쳐다보기도,...
김보배아이
여름의 저편 2026.08.28 (금)
막차는 바람이었다조화 몇 송이바싹 마른 껍질처럼 걸쳐놓고멀어져 가는 소리도다가오는 발걸음도이제는 삐걱이는 수레바퀴다그 무엇도 기약할 수 없는빈자리성큼 다가서는 무덤 같다번호표 든 사람들지나온 발자국 비질할 새흙먼지만 메케하다부끄러워 헛기침 몇 번괜스레 눈시울이 젖는다네 차례든내 차례든결국은 한 움큼의 가루다만소슬바람에 펄럭이기만 하면 좋겠다펄럭이다가 펄럭이다가가루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백철현
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제로 제로 세븐(0-0-7)이 아닌 제로 제로 투(0-0-2), 요즘 내 생활에 활력을 주고, 나를 설레게 하는 숫자 조합이다. 2개월 전쯤 우연찮게 피클볼(Pickleball)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 이름은 들어 봤지만,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엔 아이들 장난감 같지 않을까 생각하고 별 관심이 없었는데, 피클볼을 접하고 나서는 이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무엇보다 무척...
지연옥
오늘은 문득 구름이 되고 파저 아래 오글오글끓어오르는 분노를 달래고채워도 채워도 허탈한 욕심에주저앉아 가슴 할퀴는 절망을손 내밀어 소망으로 일으키고 싶다 물오른 나무가 눈도 뜨기 전봄바람에 들뜬 매화 서둘러꽃 먼저 피우는 걸 보라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서둘러야 하는 거야가쁜 숨 없이 어찌 열매 얻겠는가?일어나 불태우라 바람이 재촉하는구나 그래, 노을들인 가슴에도분명, 꽃망울은 있으렸다참아온 꿈 나만의 색으로...
한부연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