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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인간문화재, 김덕수 초대제자 밴쿠버 온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6-09 11:38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71_한창현 한국전통예술원 원장
옛것에서는 고리타분한 냄새만 날 뿐이라고 단정해 온 사람들은 오는 6월 29일 이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게 될런지 모른다. 이날 한국전통예술원(원장 한창현)의 정기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축하하는, 한인사회가 이 땅에 보내는 반짝거리는 선물이 될 것이다.


“캐나다 건국 150주년, 한인사회가 이 땅에 보내는 선물은…”


생일 잔칫상이 어딘가 익숙하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먹어봤던 메뉴다. 지난 2013년 한국전통예술원의 공연과 올해 무대는 차림판이 거의 같다. 아는 맛이라서 그런지 기대가 더 크다. 늘 탐냈지만 주머니 사정상 선뜻 가지 못했던 고급 한정식집의 요리가 쉽게 연상된다. 4년 전 무대에 올랐던 줄타기 인간 문화재인 김대균씨가 밴쿠버를 다시 찾는다. 

줄타기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 58호다. 인간문화재 김대균씨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인물이기도 하다. 귀한 사람이 밴쿠버 공연에 자주 비춰지는 까닭은 한국전통예술원 한창현 원장과의 남다른 친분 때문이다. 한 원장은 송파산대놀이 이수자로서, 그의 아버지가 바로 이 분야의 인간문화재였던 고(故) 한유성 선생이다. 한 원장이 김대균씨와의 오래된 인연을 짧게 소개했다.

“김대균씨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제 선친은 무척 가까운 사이였어요. 두 분의 친분이 2세인 저희까지 이어져 온 거죠.”

한국의 전통 줄타기는 묘기만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장면을 통해 관객들의 쾌감을 끌어내는 서커스단의 곡예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화려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그래서 살짝 투박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줄타기엔 말 그대로 드라마가 있다. 줄을 타는 사람과 줄 아래 어릿광대와의 끊임 없는 재담에 관객들은 단순 구경꾼이 아니라 옆에서 얘기를 듣던 친구처럼 반응한다. 여기에 악사가 음악으로 흥을 돋운다. 한마디로 줄타기는 한국 전통 문화가 녹아 있는 종합예술이다. 이 고급요리를 올해에는 인간문화재가 선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밥상을 차린 한창현 원장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맛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줄을 타는 사람과 어릿광대 사이의 계속되는 재담이 줄타기의 매력이죠.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네 해학과 풍자가 자연스레 녹아 있는데, 설령 공연 때 영어 자막을 준비한다고 해도 이걸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일 거에요. 하지만 어린 세대들이 줄타기 공연의 분위기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되도 그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한정식 코스’가 줄타기 하나로 끝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포만감이 느껴질 때까지 올해의 만찬은 계속된다. 이 중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바로 ‘사물놀이’다. 이 분야의 명인인 김덕수 선생의 초대 제자들로 구성된 ‘사물광대’팀이 올해 무대에 오른다. 이들 또한 김대균씨와 마찬가지로 한국전통예술원의 지난 2013년 공연을 함께한 바 있다.

“사물광대팀은 장현진, 김한복, 박안지, 신찬선, 이동주, 이렇게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모두 대단한 실력자들이에요. 2013년 공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들의 무대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사물놀이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올해 한국전통예술원의 정기 공연팀은 캐나다데이 퍼레이드 행사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퍼레이드는 1일 노스밴쿠버, 2일에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있다. 사진 제공=한국전통예술원                                                           




이 밖에 올해에는 한국전통예술원 단원들의 길놀이가 애피타이저로 제공되고, 경기민요 전수자인 황선향의 무대와 한민족의 힘이 느껴지는 삼고무도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색다른 맛으로 원주민과 중국인 커뮤니티의 무대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처럼 차린 음식수가 많다 보니, 올해에도 재료비가 적잖이 들어갔다. 주인 입장에서는 늘 손해보는 장사다.

“인간문화재인 김대균씨의 경우에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나머지는 저희 측에서 항공료와 숙식비 등을 책임져야 해요. 여기에 극장 대관료다 뭐다 해서 돈이 또 들어가야 하죠. 이 모든 게 큰 부담이긴 하지만, 손님 부르면서 아무것도 준비 안 할 순 없는 노릇이지요.”

다행히 한창현 원장의 공연을 늘 후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에는 한인신용조합이 큰힘을 보탰다. 한 원장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밴쿠버에 이민 오고 나서 17년 동안 우리 문화를 이곳 사회에 또 한인 2세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경제적으로 벅찰 때도 있었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지요. 제게는 학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우리네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때문에 저는 이 길을 계속해서 갈 수밖에 없어요.”

인터뷰 말미에 한 원장은 한 사람이 상모를 돌리면서 춤을 추고, 또 악기까지 동시에 다루는 것은 한국전통문화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맛을 알게 되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겨날 것”이라며 “특히 어린 2세들이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용준 기자 myj@vanhosun.com


공연 일시 6월 29일 오후 7시 30분
장소 센테니얼 극장 2300 Lonsdale Ave. North Vancouver.
입장료 10달러, 현장 구입 가능
문의 (604)790-8762




송파산대놀이 이수자 한창현 원장.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사진 제공=한국전통예술원




   경기민요 이수자 황선향씨. 사진제공=한국전통예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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