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세계 흔들 소녀의 스윙, 밴쿠버에서 시작된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8-21 13:05

LPGA “CN 캐나다 여자 오픈’ 출전 15세 고보경

‘CN 캐나다 여자 오픈’의 막이 올랐다. 밴쿠버 그린의 정복자가 결정되는 것은 오는 26일이다.

청 야니, 스테이시 루이스, 크리스티 커 등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LPGA에서 막강 화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계) 여전사들의 플레이도 만끽할 수 있다. 최나연, 박인비, 유소연, 미셸 위 등이 우승 사냥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능숙한 사냥꾼들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고보경양(영어명: 리디아 고)으로, 이번 골프 축제의 최연소 출전자다. 고양은 6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에 정착했으며 현재 나이는 만 15세, 말 그대로 ‘소녀’다. 21일 코퀴틀람 한 한식당에서 고보경양을 만났다. 이날 자리는 밴쿠버 한인회가 마련했으며, 이용훈 회장, 김영필 이사장, 정기봉 수석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 고보경양은 “다섯 살 때 이모가 장난감 골프채를 선물해 줬는데, 그것을 가지고 놀다가 자연스럽게 골프와 친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우승해야죠, 소지섭과 동반 라운딩 하려면”
고보경양의 이력을 보면 ‘어리다고 놀리지 마세요’라는 노랫말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역대 두번째 어린 나이로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점령한 것이 가장 돋보이는 성과다. LPGA가 아마추어 랭킹 1위인 고양을 주목한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소위 잘나가는 선수 뒤에는 엄격한 부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고양의 집안 환경은 조금 다르다. 어머니인 현봉숙씨는 “아이를 다그치는 것보다 늘 잘한다, 잘했다고 칭찬해 준 것이 보경이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칭찬이 이 어린 소녀를 춤추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이 느슨한 것은 결코 아니다. 11학년인 고양에게는 운동 이외에도 학업이라는 과제가 있다. 그런데 이 소녀, 별로 힘들지 않다는 눈치다.

“친구들은 보통 7과목을 공부하는데, 저는 4과목만 듣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큰 부담은 없어요.”

부담은 주변 사람이 느낄 정도다. 학교에 다녀야 하는 주중에도 하루 네다섯 시간 훈련에 매달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거의 하루 종일 필드에서 자신의 샷을 다듬는다.

소녀 골퍼의 우상은 미셀 위다. 이유를 물으니 ‘예뻐서’라는 다소 가벼운 답변이 돌아온다. 두번째 이유에는 자신의 목표를 담았다.

“공부와 운동을 제대로 병행하는 모습이 저한테는 늘 자극이 돼요. 저도 미셸 위처럼 좋은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물론 프로 무대에도 도전할 계획이구요.”

꿈에 대해 얘기할 때는 진지한 모습이지만, 나이는 쉽게 속일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또래 아이들처럼 고보경양 역시 연예인에 푹 빠져 있다. 요즘 동경의 대상은 소지섭이다. 휴대폰 배경 화면도 소지섭의 사진으로 채워뒀을 정도다.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한 이 배우가, 고보경양에겐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사고 한번 쳐야 되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 이모가 소지섭을 꼭 만나게 해주겠다고 공언했어요. 그 약속이 지켜질 지 모르지만, 어찌됐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참가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만큼, 고보경양 또한 당당한 우승 후보다. 다른 선수들도 경쟁자로서의 고보경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21일 저녁을 함께 한 한인회 임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건넸다.

“보경아, 어리다고 주눅들지마.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사고 한번 치는 거야! 알겠지?”

이번 대회를 끝내고 고보경양은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통하는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할 예정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11 밴쿠버에서 사제 서품 받은 구장한 신부
한때 그는 세상의 기준에 맞는 성공을 원했다. 빠른 속도로 저축 잔고를 늘리고 싶었고, 은퇴 후에는 세계 곳곳을 한적하게 여행하는 삶을 꿈꿨다. 그는 이 목표대로 충실히 살아왔다....
"지금도 몸이 떨려..." 연평도 포격의 영웅, 해병대 정상헌씨
2010년 11월 23일. 조용하고 한적하던 대한민국 서해의 작은 섬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다. 갑작스런 북한의 포격으로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한 처참한 사건이었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10, 6·25참전유공자회, 박영길옹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는 건 그의 몸이었다. 60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는 그 때의 혈투를 떠올리면 여전히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세월도 그의 상처를 온전히 보듬지 못한 것이다. 전쟁...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9 김지한·수 김 부부
이민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대개 “다름”과 “싶음”으로 간단하게 정리되곤 한다. “각박함을 벗어나 뭔가 다른 삶을 살고...
"돈은 잃어도 친구는 못 잃어" 고교 동창과 17년째 동업, 고승범씨
랭리의 유명 아이스크림 전문업체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프레이저 하이웨이(Fraser Hwy.)를 지나가면 특유의 화사한 분홍색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가게가 관심을 끄는 더...
모두미술인협회 고요한·김희정 화가 부부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8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내 마음 속 세계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화폭에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민을 결심했다. 낯선 땅에서라면 작품 활동에 더욱...
모텔운영 9년차 베테랑의 여유가 묻어나는 이중헌씨
1999년 밴쿠버로 이민 온 이중헌(58)씨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업가다. 20년 가까이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이씨는 바쁜 일상에 가족과 사이가 멀어지자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7
몇몇 이민자들에게 있어 캐나다는 때론 외사랑의 대상이다.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서다. 이처럼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민자가 캐나다와 연애할 가능성은...
"서커스할 때 살아있음 느껴요"
짙은 어둠 속에서 작지만 단단한 체격의 청년이 저글링 연습에 한창이다.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간간이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유독 눈에 띈다. 태양의 서커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6 늘산 박병준
2015년은 그에게 밴쿠버에 정착한 지 정확히 만 40년이 되는 해다. 그 세월과 함께 어느새 팔순을 앞두게 된 그는 예전과 지금의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무덤덤하게 고백한다. 우선...
에버그린컵 18세 이하 男단식 우승
미래의 테니스 황제를 꿈꾸는 한인 유망주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버나비 알파고등학교(Alpha Secondary School) 9학년에 재학 중인 앤드류 오(한국명 오승환·15)군. 오군은 지난 15일부터...
“내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내 것이다”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5
몇몇 처세술 책들의 주장처럼 성공을 위한 공식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마다 성공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인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친구 딸이...
웨스트젯 인턴 사원 이동근씨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항공권을 발권하는 고객들을 도와주는 말끔한 차림의 한국인 남성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웨스트젯(WestJet) 인턴 사원 이동근(26)씨. 이씨의 부드러운 말투와 친절한...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4 한국전통예술원 한창현 원장
고된 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행군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연극 무대만을 동경하는 무명의 배우, 팔리지 않을 시집에 애착을 보이는 시인, 쾨쾨한 냄새가 배어있는 작업실과 연애...
친절한 미소가 아름다운 바틀디포 김병수씨
버나비 메트로타운 인근 바틀디포(Bottle Depot) 가게. 가게 안을 들어서자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더러운 빈병들 사이에서 시종일관 웃으며 구슬땀을 흘리는 이가 눈에 띤다....
외국인도 인정한 빵맛, 빠리아저씨 임종주씨
버나비 노스로드(North Rd.) 한인 상가에 빠리아저씨가 산다. 올해로 5년째 이곳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종주씨(62)가 바로 빠리아저씨다.빠리아저씨 빵집에서는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빵...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3 “운동이 보약, 피클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운동은 이름난 보약이다. 이미 그 약효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만 봐도 그렇다.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묵은 때를 벗겨낸 듯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고, 트랙 위의 사람들은 막힘...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2 바이올린 연주자 겸 동요 작곡가 박혜정씨
순탄대로만 걸어왔다는 고백은 흔치 않다. 세간의 부러움을 사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도 크고 작은 걸림돌을 찾아보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공했다는 혹은 그런대로 잘...
20대 청년사업가 김진기 정진트레이드 대표
학창시절 겁 없이 뛰어든 인형 판매. 호기심에 처음 시작한 일이 10여년이 지나면서 어엿한 직업이 됐다. 정진트레이드(JungJin Trade) 김진기(29) 대표. 김 대표는 올해로 벌써 13년째...
요들송의 대가, 김홍철
써리에 위치한 성 김대건 천주교회 부설 대건문화센터는 “문화센터”라고 불리기에 전혀 민망하지 않은 장소다. 그 이유는 이 곳이 진행 중인 혹은 진행할 예정인 프로그램만 슬쩍 봐도...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