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쉽고 즐겁게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25 11:13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 박혜정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박혜정씨가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교향악단을 창단한 이유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성남시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와 동요작곡가로 활동해온 박 씨는 2002년 밴쿠버에 첫발을 내디뎠다. 박 씨는 2004년 이영철 목사로부터 밴쿠버 한인 청소년센터에서 운영하는 밴쿠버 한국 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를 부탁받았다. 이후 그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문화적 기회를 주고자 2008년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교향악단을 창단했다.

 


 

오케스트라를 꾸리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하거나 이미 재학 중이면서 음악인을 꿈꾸는 아이에서 잘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실력으로 악기를 다루지만 음악에 대한 즐거움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아이까지. 만난 아이들에게 음악을 친구처럼 편한 존재로 인식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박 씨의 목표였다.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완성도 높은 음악을 추구하는 오케스트라도 좋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래의 음악인으로 성장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한 분야에서 자신감을 느끼고 훌륭한 인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악기를 다루는 실력도 성장 배경도 달랐던 아이들은 청소년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1.5세~2세로 캐나다에서 정착해 생활하는 아이들의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이들은 서로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소통하기 시작했다.

"지원이나 후원 없이 청소년교향악단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많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보람도 커요. 교향악단이란 테두리 내에서 서로 이해하는 친구가 되고 서로 염려하는 모습을 보면 음악적 성장이나 문화 참여보다 더 의미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에게 음악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 연주도 나섰다. 대표적인 봉사 연주회는 매년 연말 참전용사 보훈병원 버나비 조지 더비(George Derby) 센터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음악회다. 한 번으로 끝날 수 있었던 연주회가 정기적인 봉사 연주회로 바뀐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창단 첫해 조비 더비 센터에서 연주회를 열었어요. 어르신들을 위한 연주회였죠. 연주회가 끝나자 많은 분이 호응해주셨어요.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계셨죠. 연주를 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관객 한 분이 다가와 '다음에 아리랑을 연주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 왔어요. 깜짝 놀랐죠. 아리랑이라니… 이후 이날 자리해 준 어르신 대부분이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날 공연을 인연으로 매년 연주회를 열고 있어요. 물론 아리랑도 준비해 들려 드리고 있죠."

조지 더비 센터의 봉사 연주회는 아이들에게도 값진 경험이 됐다. 아이들에게 봉사 연주회는 통해 한국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 지난해 12월 3일 조지 더비 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 교향악단의 크리스마스 음악회 모습. /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박 씨는 쉽고 즐거운 클래식을 추구해왔다. 아이들과 관객이 클래식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귀에 익은 클래식을 연주하거나 한국 음악을 공연 일부로 선정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편견이 있어요. 심오하게 다가가려고 하기 때문이죠. 작곡가가 누구고 몇 번 교향곡이고, 배경은 무엇이고… 지레 겁부터 먹고 음악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아요.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면 되는 음악인데 말이죠. 거부감을 좀 줄여보려고 귀에 익은 쉬운 음악, 그리고 한국이 동요나 민요 등을 섞었어요. 이후 많은 분이 좋아하고 편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그런 모습을 '학예회'라며 폄하하는 분도 있죠. 정통 클래식이 아니라는 거죠."

박 씨는 아직도 클래식 음악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가요처럼 가까운 음악이 클래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클래식은 쉽고 즐거운 음악이에요. 음악을 듣기도 전에 '어렵다' 느끼는 사람 대부분은 작곡가나 음악의 배경과 같은 이론적인 지식에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들리는 대로 느끼고 즐기면 클래식도 가요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입니다."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교향악단은 네 번째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정기연주회는 6월 3일 오후 7시 30분 밴쿠버 음악학교(Vancouver Academy of Music)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번 정기연주회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지만 작은 모금함이 입구에 설치될 예정이다. 북한 아이들과 산모를 돕기 위한 모금함이다.

"정기연주회를 통해 북한에서 굶주리고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과 산모를 돕는데 필요한 성금을 모금할 생각이에요. 콩우유나 영양소가 1개를 공급하는데 드는 비용이 3센트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1달러만 해도 30명 넘는 어린이와 산모에게 공급할 수 있는 셈이죠. 그래서 당일 연주회를 통해 성금을 모아 퍼스트 스텝스(Frist Steps·대표 수잔 리치)에 전달하기로 했어요."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2012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일시 : 6월 3일(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밴쿠버 음악학교(Vancouver Academy of Music) - Koerner Recital Hall
1270 Chestnut St., Vancouver
문의 : (604) 817-1779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한인 참전용사 6·25 수기 정리해 출판한 밥 오릭씨
“저는 한인 참전용사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어릴 때 참전하게 된 것이고…”  “우리말을 모르는 한인 후대에게 6·25와 우리의 경험을 역사로 전할 수 있게 정말 큰...
피아니스트 김지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밴쿠버를 연주하다
음악은 즐겁다. 배움의 깊이와는 그닥 상관 없이 음의 높낮이에, 박의 빠르고 늦음에 몸이 알아서 반응해 주니 말이다. 이 단순한, 그래서 더욱 끌리는 음악의 존재 이유를  젊은...
시인 권천학씨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삶이 반짝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 혹은 그 비결을 독자들에게 살짝 흘렸다. “생굴에다 싱글 몰트를 쪼로록 끼얹어서는...
이화여대 약대생 김태연, 최지윤씨
직접 접한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는 그 느낌부터가 달랐다. 현장에 있다 보니 책 몇 권, 혹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이 더욱 선명하게...
노래 <밴쿠버> 발표한 김성환씨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장래 희망은 자연스레 가수로 정해져 있었고, 기타줄을 제법 튕기게 된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는 자그마한 카페 무대에도...
꽃제비·탈북자·한반도인 그리고 캐나다 의원 인턴보좌관 이성주씨
사회가 구성원에게 정당한 보호와 대우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종말이나 대재앙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구 사회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그 상황이 실제한다고 보기보다는...
전미 대학선수 랭킹 1위 김수빈 큐스쿨 통과
“피가 마른다”는 표현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출전권 확보를 놓고 벌이는 대회, 아니 정확히 묘사하자면 전투에 훨씬 더 가까운 “큐스쿨”....
퍼시픽 선라이즈 푸드 대표 백성렬씨
"북미에서 밴쿠버에 일식당이 가장 많아요. 서양인 입맛에 일식이 잘 맞거든요. 잘 맞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캘리포니아롤 때문이에요."10일 오전 11시 메이플 리지에서 만난 백성렬 퍼시픽...
생소하지만 친숙한 영어 평가 시험 ‘셀핍’
언어 능력 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초청이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 이민 카테고리에서 언어 능력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는 시민권 신청에도...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 밴쿠버 방문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이 20일 밴쿠버를 방문했다. 이날부터 22일까지 “통일 우리의 희망, 한반도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2014 미주 청년컨퍼런스>에...
책 <이민자의 에세이, 잃어버린 여름날의 사모> 펴낸 장성순씨
이민자라면, 범위를 조금 더 좁혀 오래된 이민자라면, 누군가로부터 한번쯤은 듣게 되는 질문이 반드시 있다.“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태어난 곳을 떠나 이곳까지 와서 살게 된 것...
[한국] 지난 11일 오전 11시 정각.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사이렌과 총성이 울리자 1200여명이 묵념했다. 같은 시각 미국·캐나다·터키 등 20개국에서도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는 시간 부자, 지구별을 탐사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한반도 남단에서 “대~한민국”이 가슴 벅차게 연호되던 2002년의 일이었다. 이후 2년 동안 이 둘에게 서로는 그저 아는 남자, 아는 여자였을 뿐이었다. 그러다...
스튜어트 뮤어 리소스 웍스 대표 이사
“천연자원산업이 BC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천연자원산업 발전은 장기로 진행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뿐 아니라 시민들이 천연자원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노벨물리학賞수상자 나카무라 슈지 교수 인터뷰
[한국]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기업에 들어간 덕분이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그저 그런 샐러리맨이 됐을 것이다.”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10월 18일 첫 독주회 여는 한인 1.5세 피아니스트 한여울
오는 10월 18일 한인 1.5세대 한여울씨(영어명 모니카 한·1990년생)의 피아노 독주 무대가 마련된다. 지난 2월 있었던 밴쿠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콘체르토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
단편 애니메이션 ‘귀머거리와 바람’의 황규일 감독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이 있다. 그의 유일한 벗은 함께 사는 강아지뿐이다. 항상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소년은 바람에 날린 모형 비행기를 쫓아 집을 나선다. 그리고 세상과 마주한다....
우리 모임, 유권자연합회(KCVF) 최강일 회장
모자이크 사회로 불리는 캐나다에서 “코리안”이라는 조각이 차지하는 면적은 그리 넓지 않다. 범위를 밴쿠버로 한정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밴쿠버의 한인 인구 비중은 2%에...
줄리안 판티노 캐나다 보훈부 장관
“한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후대에서도 기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10일 버나비 센트럴 파크 내 평화의 사도비를 방문해 헌화한 줄리안...
한국 정부 지정 해외명예전승자 한창현 한국전통문화예술원 원장
밴쿠버 거리에 문화 관련 행진이 있으면 어김없이 한국의 장단을 울리며 공연하는 사물놀이패가 있다. 십중팔구는 한국전통문화예술원의 한창현 원장이 이끄는 놀이패다. 한창현 원장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