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늙어도 은퇴 못해··· 짠내 나는 60년대생들

이혜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5-30 09:24

유튜브서 ‘여전히 일하는 60년대생’ 다룬 영상 주목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마처 세대).” ‘이중 부양’의 짐을 어깨에 맨 채 은퇴하지 못하는 60년대생의 삶을 다룬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여러 세대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60년대생들은 이들의 삶에 동질감을 느꼈고,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KBS 시사직격에 지난 28일 ‘대기업 은퇴하고도 가족을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60년대생의 노후’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 30일 현재까지 89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으로 꼽혔는데, 특히 중년층 사이에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되며 많은 이들이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율(약 860만명)을 차지하며 우리나라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으며 단련된 60년대생이 여전히 경제활동을 접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제작진은 60년대생을 두고 8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경제가 도약할 때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민주화를 위해 힘썼으며, 90년대에는 IMF 금융 위기도 겪은 세대라고 설명했다. 중년에 들어서는 부모 부양과 자녀교육을 도맡아 이중고에 시달렸지만, 배고픈 시기도 견뎌냈던 강인함으로 그저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들 등록금에 대리 뛰고, 독박 육아에 시어머니 부양까지

영상은 새벽 1시 시급 6000원 정도의 대리운전 일을 하는 63년생 이한수(가명)씨가 콜을 놓칠 세라 바삐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4인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씨는 대출금, 월세, 식비, 아들의 대학원 등록금까지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이한수 씨는 “십수년 대기업 다니다가 조기 퇴직하고 고깃집을 차렸다가 망했다”며 “나이 제한 없이 고생하는 만큼 일하는 직업을 구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밤을 꼬박 새우고도 목표 콜수를 채우지 못해 퇴근하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는 “지금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노후를 생각할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매일 지키는 생활 수칙은 ‘나를 위해서는 하루에 만원 이상 쓰지 않기’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의 손주를 떠안게 된 60년대생 여성 A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A씨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여 등교 시키고 있다. 양육비를 받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26년동안 집에서 모셔온 시어머니도 여전히 A씨 부부가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들을 저희 부부가 맡아서 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조금 있다”며 “부부만 살림하면 괜찮은데 한 달 전에 시어머님이 요양원에 가셨다”고 했다. 보험료 등 여러 지출로 통장 잔고는 매달 바닥을 보이고, A씨는 다니던 직장의 월급으로도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의 ‘마처 세대’는 60년대생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0년대생은 이전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챙겨야 하는 세대”라며 “입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후세대에 대한 지출이 전 세대보다 매우 컸던 특징도 지닌다. 이중 부양의 책임이 60년대생에게 있지만 그 부분은 사회에서 주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세대별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60년대생들은 “애들은 다 컸지만 시골 양가에 팔순 어른들이 계셔 은퇴를 못한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20대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가장이다. 방법을 몰라 그냥 열심히 산다. 인생 참 쉽지 않다” 등의 공감을 표했다. 자녀 세대는 “자식에게 그렇게 퍼주지 말라고 해도 자식 힘들면 매번 도움 주는 부모님께 항상 죄송하다” “자식에게 피해 끼치지 않으려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다” “마음이 아프다. 이제 자신을 위해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계로도 증명되는 고된 일생

60년대생의 고된 일생은 통계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경제적인 이유로 직접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0년 사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2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1만3000명 늘었다. 이는 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20년 전인 2003년 2월에는 185만6000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2월에 273만4000명으로 늘었고, 올해 2월에는 10년 전의 2.1배인 570만명대로 올라섰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60대에 진입하면서 고령층 인구 자체가 급증한 영향도 컸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 고령층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실제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고용률도 높아졌다. 지난 2월 60세 이상 고용률은 42.8%로,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2003년 2월(32.0%)에서 2013년 2월(32.8%)까지 10년 사이 0.8%포인트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42.8%로 10%포인트 대폭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수의 약 40%가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 등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고령층의 고용률 상승에는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이전 금액 감소, 고령층의 생활비 빠르게 증가, 공적연금 및 자산소득은 변화가 없는 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55~79세 인구 가운데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7.1%)’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4.7%)’가 뒤를 이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임신 소식을 알린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규진씨./인스타그램에세이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의 저자 김규진씨가 임신 소식을 밝혔다. 국내 레즈비언 부부가 임신 사실을 밝힌...
[1000만 실버 시대] 美·日처럼 고령 자산가 급증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72세 김종은(여·가명)씨는 약대를 졸업하고 40년째 현직 약사로 일하고 있다. 4년 전까지 직접 약국을 운영하다, 남편과 사별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법제처가 알려주는 만 나이 계산법.(출처=법제처)28일(한국시간)부터 전 국민 나이가 한두 살 어려진다.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滿) 나이’로 통일하는 내용의 개정 행정기본법과...
6·25전쟁 73주년 행사 개최
‘6·25전쟁 제73주년 행사’가 25일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참전 용사 등 각계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참전 용사 250여 명이...
23일 원내대표단 등 회식, 다음주부터 상임위별로 방문
오염수 방류 대응 관련 당내 태스크포스(TF)인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성일종 위원장 페이스북국민의힘이 일본...
中국적 가입자 4년새 20만명 늘어… 장모까지 피부양자 가입 받아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건강보험과 관련해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했다.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현지...
대동맥 수술 명의 죽음에 추모 물결
서울아산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주석중 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18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박상훈...
안전 위해 경찰 700명 배치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페스타가 열린 가운데, 한낮 더위에도 전세계에서 찾아온 팬클럽 ‘아미’들로 한강공원이 북적였다. 주최측은 이날...
[아무튼, 주말] “키 작으면 도태된다” 남발되는 성조숙증 치료
“돈은 많이 들지만, 아이 키를 몇 cm라도 더 키우는 게 후회가 덜할 듯해서요.”엄마 A(42)씨는 7개월 전부터 초등 5학년 아들을 서울 한 유명 성장 클리닉에 데려가 ‘성장 치료’를 시작했다. “더 어릴 때 대학 병원에 갔을 때는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고 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소셜미디어 사칭 계정에 “딸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가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뮤코리피드증을 앓고 있는 딸을 뒀다는 A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재서 총신대 前총장, 임기 4년 마치고 물러나
최근 4년 임기를 마친 이재서 전 총신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교정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년 국내 첫 시각장애인 대학 총장이 된 그는 “절망을 견디다 보면 상상하지...
4일 오후 7시46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의 한 도로를 주행하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전주에서 도로를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이종배 서울시의원, 선관위원 전원 검찰 고발 감사원 감사 못받겠다고 버틴 선관위 ‘검수완박’에도 시행령 바뀌어 검찰 수사 대상
‘선관위 자녀 특혜채용’에도 감사원 감사는 못받겠다고 버티고 있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됐다.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란 이야기가 여권에선 나왔다.최근 선관위에서는 여러 구성원들이 자녀는 물론...
[아무튼, 주말] SBS ‘동물농장’ 출연 논란 1000만 반려 인구 겨냥?
“동물농장이 아니라 정치농장? 이럴 거면 차라리 폐지하라!”일요일인 지난달 28일 SBS 예능 ‘TV 동물농장’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비난 글이 쇄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또래살해’ 피의자 정유정./부산경찰청범죄 수사물을 다룬 방송과 서적에 몰입한 20대 여성이 살인 충동을 느껴 실제 또래 여성을 살해했던 것으로 1일 드러났다.부산...
유튜브서 ‘여전히 일하는 60년대생’ 다룬 영상 주목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 '이중 부양'의 짐을 어깨에 맨 채 은퇴하지 못하는 60년대생의 삶을 다룬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여러 세대의...
[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모두까기’ 논객 진중권, 환 갑에 돌아보는 25년
서울 마포구 자택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진중권. 4년 전 이 넓은 테라스가 마음에 들어 17평짜리 빌라를 매입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이 남자는 독설가다. 좌든 우든 인정사정없다. 한때...
추신수 선수와 김동현 선수. /김동현 인스타그램야구선수 추신수(40·SSG 랜더스)는 자신이 격투기 선수 김동현(35·활동명 마동현)의 하반신 마비 재활 치료비 전액을 후원하기로 한 사실이...
새벽 산정상서 음악 맞춰 ‘체조’ “사람 나이로 일흔···건강하길”
우면산 체조견 모찌가 26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전망대 위에서 체조 음악에 맞춰 두 발로 서서 시민들과 함께 체조를 하듯 움직이고 있다. /신지인 기자26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아무튼, 주말] 카톡 ‘조용히 나가기’ 도입, 단톡방에서 해방돼 보니
한국인 셋이 모이면 단톡방이 생긴다. 술잔 부딪치다 또 만나자며 만들고, 여행지에서 인연이 돼 만들고,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또 만들고.... 모두가 웃으며 들어가지만 나오기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감옥,...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