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모, 이모는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어요?”
친한 언니의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는 오징어 게임 열풍을 겪으며 한국 과거의 놀이가 궁금했나 보다. 무엇을 했던가? 나는 어떤 놀이를 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에게 설명해주려고 했다.
“음…… 딱 하나만 하고 논 건 아니야. 이것저것 하고 놀았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지?”
“고무줄이요? 고무줄로 어떻게 놀아요?”
아이는 고무 밴드 같은 작은 것을 손으로 가지고 노는 것으로 상상하더라. 그게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던 것이라 했다. 무리를 이루어, 검은 색 굵은 고무줄을 차례를 바꾸어 잡고 한 줄, 두 줄, 세 줄을 만들어 뛰어 놀던 것을 설명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고무줄을 잡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에 맞추어 정해진 대로 고무줄 위에서 감고, 뛰고 하면서 노는 거라고 하는데, 나 스스로도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YouTube 동영상을 찾아보기로 했다. 검색을 해보니, 몇몇 영상들이 나오긴 하는데 설명이 충분치 않고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완전히 아이에게 이해시켜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동영상을 틀어서 보여주며 아이에게 좀 더 설명을 덧붙였다. 조금씩 아이가 이해하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희한하게도 쓸 만한 동영상 대부분은 내 또래의 어른들이 추억을 되살리며 웃고 떠들며 찍은 것들이었다. 우리가 즐기던 그 또래의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즐기며 새롭게 찍은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더 이상 즐기지 않는 놀이가 되어버렸나 보다.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요새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궁금함도 일었다. 아마 우리 아이들이 그러하듯 과거 놀던 것과는 다르게 좀 더 디지털화 된 그 무엇인가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요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과거에 우리가 놀던 놀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듯하다. 아이 같은 경우도 여기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어려서 캐나다로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긴 요새 아이들도 예전 놀이를 경험해본 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긴 했다. 그래서 과거 엄마 세대가 놀던 것들이 무척 신기하고 생소하기도 했던 듯하다. 고무줄 놀이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서 어떻게 고무줄을 구하며, 또 누가 같이 해줄지 난감하긴 했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귀엽게 느껴져 웃음이 났다.
다음 날, 아이는 집에서 달고나 뽑기를 해 먹었다고 하더라. 한국적인 것이 정말 세계적인 것이 되어가는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문화를 즐기는 것이 너무 보기 좋다. 처음 외국에 발을 디딜 때, 한국을 설명하기 어려워 박찬호, 김연아 등의 유명 선수를 예로 들어 설명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한데,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다. 그리고 문화 발달의 수혜를 누리게 된 이로써 감사함도 느낀다. 또한 과거의 것을 알게 되며 아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 좋더라. 여전히 아이들은 우리에게 배울 것이 있고, 그것을 통해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 한국인으로서, 캐나다에서 커가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참으로 다행이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윤의정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