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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놀자! 2021.07.05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친구가 우리 집을 찾아와 도어 벨을 누르며, ‘친구야 놀자’라 소리쳐 나를 부르던 것이라 꼽을 수 있다. 막 사교활동을 하면서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던 기억이라 주체적으로 행동했던 나만의 경험이라 깊게 남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불행히도 그날따라 난 우리 집에 놀러 온 다른 친구와 재미있게 노느라 그 친구와 놀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거절을 당한...
윤의정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캐나다에서 어린아이들과 살아가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원하던 것을 얻기도 하지만, 또 많은 것을 잃는다. 그중 하나가 한국인으로 서의 정체성이리라.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나와 가지는 문화적 배경의 간극이 진짜 좀 크다. 즉 내가 아는 한국과, 내가 아는 한국어, 내가 아는 한국 문화는 아이들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못내 아쉽다.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윤의정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일상에서 누리던 것들과 멀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져 갔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정원을 가꾸고, 빵을 구우며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무료하기만 하던 하루하루가 점점 더 기존과는 다른 일상으로 바뀌어 갔다. 물론 여전히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예전의 일상을 그리며 기다림의...
윤의정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 콕 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와 여러 자잘한 부침이생기더라.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무것도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 꽤 힘들었을 법도 하다. 자기들끼리 도 자꾸 싸우고별거 아닌 것에도 쉽게 화를 내며 짜증을 냈다. 당연히 아이들은 매일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만갔다. 엄마인 나는 그런 모습이...
윤의정
아끼는 삶 2020.04.27 (월)
어릴 적 맞벌이인 부모님 덕분에 우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다.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나로 이루어진 우리 형제자매는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는데, 그래서인지 엄격하기도 하고 조금은 옛스러운 교육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이해할 수 없던 일들도 있었지만, 당시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도 많았다. 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 호호 불다가 입에 잠시 머금고는 식혔다며 입에 쏙 넣어 주시기도 하셨고, 당신의 사고방식으로 남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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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말 2019.10.07 (월)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지난해 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던 터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조금은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불쑥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했던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먹거리들을 사러 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카트에...
윤의정
“아들, 어서 홈 리딩 숙제해! 뭐하니?”“엄마, 어서 빨리 와보세요! 여기요! 보여 드릴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한 것이 있어요.”“아들, 엄마 너무 바빠. 지금저녁 하잖니? 할 말 있으면 그냥 와서 말해. 그리고 너 빨리 홈 리딩 숙제하라니까,선생님께서 숙제해오라고 아젠다에 써주셨잖아.”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3학년 아이와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들어와서 책 한자라도 보라는 나와 정원에 나가 들어올생각을 하지 않는 아들과 점점 목소리를 키우며...
윤의정
내 마음 줄까요? 2019.02.12 (화)
나는 아마도 짜증이 몹시도 났나 보다. 육아에 지쳐서, 타지 생활이 버거워서 나도 모르게 날이 선상태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일에 바르르 화가 나서 목청을높였다.“조용히 해!”아들 둘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까르르 대며 노는 모습이 정겨워야 하는데,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리고,답답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서 자꾸 고요한 평화 따위를 바라는, 설명할수 없는, 불 같은 마음이...
윤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