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기고] 눈 오는 날의 풍경 2024.02.05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어린 시절 나는 눈을 참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동생과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코끝과 손끝이 발개져서 집에 들어오면 갑작스레 따뜻해진 공기에 손발이 가려워 피가 맺힐 때까지 긁어 대곤...
[기고]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2023.08.21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아니, 급해졌다. 그리고 이런 내 성격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한 성격은 사회생활을 통해 변해버린 것으로, 원래의 나는 아주 느긋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마저도 아주 오래전 학창 시절의...
[기고] 불혹(不惑)이 넘어 운전하며 2023.05.29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제 캐나다 밴쿠버 생활 6년 차에 접어든 나는 캐나다 운전에도 얼추 익숙해졌다. 아주 많이 다른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운전했던 것에 비해 처음 밴쿠버에 도착해 운전 문화가 아주 약간 다르다고 느꼈다. 한국,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기고] 1996년 그리고 2022년 2023.02.21 (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캐나다에서 살며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운전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학교, 운동, 종교 그 모든 활동은 집에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대중교통도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다양한 수단이나 노선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기고] 엄마 손은 약손 2022.12.14 (수)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 한동안 감기가 유행했다. 이 감기라는 놈이 얼마나 독했는지, 코로나보다 더 오래 여러 아이가 멈추지 않는 기침과 고열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주일 내내 기침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지루한...
[기고] 질풍노도의 옆에서 2022.07.18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열 두 살이 지난 큰아들이 요새 부쩍 짜증을 잘 내곤 한다. 아무래도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같다. 평소 천성이 착하고 따뜻한 편이라 엄마인 나에게도 곧잘 “사랑해요.”라며 의사 표현을 잘하던 아이가 갑작스레 차갑게 대하거나 기존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기고] 눈을 치우며, 고마워하며 2022.01.24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얼마 전 눈이 연이어 많이 온 날이었다. 유독 몸이 좋지 않아 피곤한 아침이었던 터라 게으름을 부리고 있던 터였다. 눈이 워낙 많이 왔고, 기록적인 영하의 날씨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눈을 치워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누워있는 내내 처리하지 않은 일이...
[기고] 고무줄 놀이를 이야기하며 2021.10.12 (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이모, 이모는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어요?”친한 언니의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는 오징어 게임 열풍을 겪으며 한국 과거의 놀이가 궁금했나 보다. 무엇을 했던가? 나는 어떤 놀이를 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에게...
[기고] 친구야, 놀자! 2021.07.05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친구가 우리 집을 찾아와 도어 벨을 누르며, ‘친구야 놀자’라 소리쳐 나를 부르던 것이라 꼽을 수 있다. 막 사교활동을 하면서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던 기억이라...
[기고] 검정 고무신과 갱조각엿 2021.03.01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캐나다에서 어린아이들과 살아가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원하던 것을 얻기도 하지만, 또 많은 것을 잃는다. 그중 하나가 한국인으로 서의 정체성이리라. 특히 어린 아이일수록 나와 가지는 문화적 배경의 간극이 진짜 좀 크다. 즉...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일상에서 누리던 것들과 멀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져 갔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정원을 가꾸고, 빵을 구우며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윤의정 / 캐나다한국문협 회원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 콕 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와 여러 자잘한 부침이생기더라.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무것도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 꽤 힘들었을 법도 하다. 자기들끼리 도...
[기고] 아끼는 삶 2020.04.27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어릴 적 맞벌이인 부모님 덕분에 우리는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다.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나로 이루어진 우리 형제자매는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는데, 그래서인지 엄격하기도 하고 조금은 옛스러운 교육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이해할 수 없던...
[기고] 죽는다는 말 2019.10.07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지난해 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던 터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조금은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들, 어서 홈 리딩 숙제해! 뭐하니?”“엄마, 어서 빨리 와보세요! 여기요! 보여 드릴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한 것이 있어요.”“아들, 엄마 너무 바빠. 지금저녁 하잖니? 할 말 있으면 그냥 와서 말해. 그리고 너 빨리 홈 리딩 숙제하라니까,선생님께서...
[기고] 내 마음 줄까요? 2019.02.12 (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는 아마도 짜증이 몹시도 났나 보다. 육아에 지쳐서, 타지 생활이 버거워서 나도 모르게 날이 선상태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일에 바르르 화가 나서 목청을높였다.“조용히 해!”아들 둘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까르르...
[기고] 훔쳐내다 2018.09.17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아야, 여기 좀 걸레로 훔쳐라.”어린 시절 징그럽게 나를 따라다니던 망령과도 같은 말이다. 쪽진 머리의 할머니는꽤 자주 저렇게 명령을 하시곤 했다. 그것도 나와 내 여동생에게만. 어른이 말하는데토를 달수야 없으니, 어기적 기듯이 걸어가 할머니에게서...
[기고] 현관 등을 갈다 2018.05.07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현관에 등이 나갔다. 센서 등인데, 집 안에 있을 땐 전혀 불편함이 없다. 들어오는 순간, 그리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깜짝 놀랐다. 어둡다. 신발을 신으러 혹은 벗으러 들어선 현관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아, 등 갈아야겠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