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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7-12 10:11

민완기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기해년 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예순 셋이 되는 세월을 살고 있음에도 태어나 처음 겪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음은 마냥 슬퍼해야 될 일인지, 감사해야 할 일인지 한번 자문해보게 된다. 


지난 주일 아침 2차 백신 접종을 마치고 귀가한 몸으로 만 이틀간을 체감온도 48도의 불볕 더위와 싸우며,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리는 일이 생겼다. 도대체 선풍기도 쓸 일이 별로 없었던 밴쿠버에 살면서 이런 전쟁 같은 더위를 겪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던 일이었다. 한반도 크기만한 빙하가 녹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떠내려간다는 뉴스를 그저 기사로 무심코 읽어만 오다가 이번 기습 무더위에 제대로 한 방 당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실상을 온 몸으로 시청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19는 또 어떠했는가? 작년 3월 전세계가 팬데믹의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1년 6개월여만에 다시 대면 예배가 재개되는 순간까지, 크고도 많은 변화들이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사랑하는 지인과 이별의 인사도 나눌 틈이 없이 가슴 아픈 이별을 맞아야만 하였고, 미리 잡아둔 자녀의 결혼 날짜를 미루고, 또 다시 미루다가 결국은 양가 가족끼리만의 아주 작은 스몰 웨딩을 가져야만 하였다. 한 달에 한번씩 하던 이발은 근 세 달을 족히 넘기고, Zoom으로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기간 동안 내내, 당연히 교회와 세탁소에는 한 번도 발걸음을 못하였던 것만 같다.


국경이 폐쇄되어 인근 벨링햄 나들이가 막혀있는 동안, 유일하게 인파가 밀려드는 곳은 골프장들로 한동안 한국처럼 치열한 부킹 전쟁이 벌어지곤 했으니, 우리가 지금 사는 곳이 과연 하늘아래 지상 천국 밴쿠버가 맞기는 하는지… 


감사하게도 7월 1일부터 리스타트 플랜 3단계로 들어가, 대면 예배의 인원제한이 없어지고, 마스크 또한 권고사항으로 변경되었다. 백신접종을 마친 이들은 이제 공공 실내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웃 주민을 방문 할 수도, 타 주의 여행도 가능해 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마스크를 벗는 것이 Re-start는 아니리라. 이제 오롯이 남은 나의 삶의 Re-start Plan을 세워 실천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6.25때 전쟁은 전쟁도 아닌’ 이 상황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가지의 실천은 필요하다고 본다. .


우선은 버려야 할 것이다. 풍랑을 맞은 배는 짐을 버려야만 살 수 있고, 겨울을 맞는 나무는 모든 잎을 버리고 서야 새 봄을 맞는다. 즉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삶의 나쁜 습관과 꽉 들어차 더 이상 좋은 것이 들어 설 수 없는 욕심을 비워내고 홀가분하게 되는 것이 마스크를 벗는 일보다 아마도 먼저 일 것이다.


그리고 남은 한가지는 끝까지 나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다짐 이리라.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맡은 일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걸어가겠다는 마음이, 곤두박질친 상황의 밑바닥을 찍고 다시 위로 솟구칠 수 있는 동력이 되리라고 생각해본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뜰 것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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