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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글을 구상하며 진통과 산통을 거듭하는 순간은 참 버겁기만하다. 적잖은 세월 글을 읽고, 또 써 왔다고는 해도 언제나 그 시간 앞에서는 길 잃은 양이 되고, 잔고 없는 통장을 들고 출금기 앞에 서 있는 듯한 초라함이 느껴지고,  지도와 네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차 몰고 나선 심정이 되곤 한다. 내 손에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 펜이라도 하나 들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속이 쓰려 올 때까지...
민완기
이달 말이면 이 땅에 태어난 지 60번째 생일을 맞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그날이 노래 제목과 같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었으면 하지만, 사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돌아보면 내세울 만큼 딱히 이룬 것이 없고, 그나마 시간만큼은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왔다는 자괴감에 그만 마음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움츠러들고 만다. 사실 요즘은 ‘갑장이’들을 만나면 반갑고 서로 위로가 되는 듯하여 동갑 모임이나 동갑끼리 운동을 자주 하게...
민완기
소설이건 동화이건, 심지어 때로는짧은 시의 경우까지도 작가들은 보통 자기를 숨긴 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narrator)를 작품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 점은 참으로 문학의묘미가 아닐까 싶다. 삶을 꼭 자신의 육성으로만 이야기하여야 한다면 때로 얼마나 부담스럽고 때로 얼마나부끄러운 일이 많을까? 그러나 전지전능한 神과도 같이 작가는 한 인물을 가공하여(혹은 창조하여) 그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꼬집고 타이르고 때로는목놓아 울 수도...
민완기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민완기
날줄과 씨줄 2018.10.01 (월)
바지를 한 벌 사서 데님을 맡겼다. 옷 수선이 끝나 찾아 들고 오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천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촘촘히 교차되며 참으로 일사불란한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그 문양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날줄과 씨줄이 교직되어있고, 참으로 정교한 그 한번씩의 엇갈림을 통해 채워지는 우리 ‘삶’ 전체를 그 안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살면서 불가항력적인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될 수 없는...
민완기
길 그리고 글 2018.05.01 (화)
주말 모처럼만에 문협 모임에 나가 오랜만에 반가운 문우들과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다. 첫 화두로 나눈 것이 한국어의 순 우리말 가운데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중요단어들은 대부분이 1음절이며, 또한 ‘ㄹ’받침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다리로 걸으면 ‘길’이 되고, 손으로 써 내려가면 ‘글’이 되며, 생각을 담아 입을 열면 ‘말’이 되는 것이다. 내 정신을 ’얼’이라고 하며 내 모습은 ‘꼴’이라 하니 둘이 만나 하나를 이루면...
민완기
또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금년 한 해 있었던 일들과 신세진 모든 이들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본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결국 살아온 만큼 다른 이들에게 지불해야 할 대가가 큰 것임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하물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신세와 사랑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 하루와 내일과 또 내년 한 해를 한번 더 허락(?)하시는 그 분께 나는 과연 무엇을 드려야 할까? 그야말로 생때같은 자식을 먼저 보내고 찢어지는...
민완기
행복했던 순간들 2017.07.29 (토)
출석하고 있는 교회 소그룹 모임중에,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각자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저마다 한참을 고민 고민하며 생각하다가 자기 순서를 기다려 발표를 하는데, 대부분은 연애시절,  결혼하던 날, 자녀 출산하던 날, 회사에서 승진하던 날 등의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주님을 영접하던 날이라고 대답하신 분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셨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행복하였을까?...
민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