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
어미 거북이가 모래 속에 알을 낳고 두 달이 지나면 새 생명의 움직임이 꿈틀댄다. 새끼 거북이들이 생존의 무기인 이빨(carbuncle)로 알의 내벽을 깨는 시기이다. 이빨이 부러져 피가 흘러도 결코 같은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거북이들에겐 두터운 모래성의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간신히 해변에 머리를 내민 새끼 거북이들은 독수리와 갈매기들이 잠들 때를 기다려, 파도 소리와 빛의 파장을 쫓아 전력 질주를 시작한다. 드디어 새 생명을 이어갈 깊고 어두운 바다 밑을 향해 새끼 거북이들은 거친 파도에 몸을 싣는다.
11월로 접어들어 BC주 코비드 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록을 경신하다 급기야 주 보건 당국의 DR. Bonnie Henry는 두 개 지역에 대한 이동 제한을 발표했다. 밴쿠버 코스탈 헬스 지역과 프레이져 헬스 지역 주민들에게 이 지역 밖으로의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방위적으로 장벽을 세워 결혼식과 장례식을 포함한 소규모 집회, 여행과 외식, 친지들과 만남을 가로막으며 비대면 일상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코비드 19 이전의 자유롭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비드 19 팬더믹 위력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장을 펼치고 있다. 비대면 (Untact)의 장기화는 정보 통신 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발전의 가속화로 디지털 뱅킹과 원격 업무, 온라인 수업과 영상 회의, 기계 번역, 구글 검색, 스마트 폰 앱, 유튜브의 글로벌 디지털 팬덤(Digital Fandom), 온라인 쇼핑, 무인 계산대 등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더 나아가 고속 도로를 누비는 초고속 5G 자율 주행차와 하늘을 나는 에어 택시가 수년 내 현실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혁명은 정해진 미래로 나아갈 뿐 절대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원격 근무 체제와 AI를 이용한 의료 기술의 발전, 온라인 교육의 확산과 전자 상거래 보편화 등이 코로나 19 이후 확산될 전망이다.”라고 미래학자 제이슨 쉥커(Jason Schenker)는 말한다. AI 세계 질서는 소수 기업이 부를 독점하여 실업이 심화되고 사회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빨로 벽을 깨지 못한 새끼 거북이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알 속에서 죽어 갈 때, 밖으로 나온 새끼 거북이들은 본능적인 감지 장치에 의해 바다로 향한다. 바다에 뛰어든 새끼 거북이들은 만 이틀 동안 죽을힘을 다해 헤엄을 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큰 물고기들의 위협이 없는 저 깊은 바다 밑이다. 그들은 안전한 그곳에서 거북이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65세 이후엔 뇌 신경 세포 수가 줄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둔감한 나이라고 한다. 또한, 몸의 생물학적 퇴행은 익숙한 것에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는 요즘 아날로그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야 하는 경계에 있다. 내 안의 방어 기제를 허물어 디지털 시대를 생존에 유익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남편에 의지해 해결하던 다양한 온라인 상의 일 처리를 이제는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내게 있어 디지털 시대의 적응은 마치 새끼 거북이들이 사투를 벌이며 바다 밑을 향하는 생존훈련과도 같다. 드넓은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지금 주문을 외우고 있다. ‘한 걸음 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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