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일상에서 누리던 것들과 멀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져 갔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정원을 가꾸고, 빵을 구우며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무료하기만 하던 하루하루가 점점 더 기존과는 다른 일상으로 바뀌어 갔다. 물론 여전히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예전의 일상을 그리며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여러 취미 중에서도 유독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베이킹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스턴트 이스트를 쓰지 않고 밀가루 자체가 발효되어 발생하는 천연 효모로 빵을 만드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자연이라는 곳이 참으로 신기한 곳이라 생각이 들었는데, 보이지 않는 효모들이 밀가루와 물과 만나 숨을 쉬고 빵을 부풀리고, 맛있는 빵을 완성하게 한다. 한편으로 우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어려움에 놓여있는데, 자연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그리 바삐 움직이고 있던 것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보이는 것들, 단편 적인 것 들에만 사로잡혀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연 효모로 빵을 굽는 과정은 인스턴트 이스트의 그것보다 몇 배나 더디고 느리다. 저 스스로 몸집을 부풀리기를 기다리다 보니, 버거워 나가 떨어지는 죽은 효모들도 생겨나고 어떻게 든 역동적인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것들도 있다. 자연의 그 모습 그대로 부족한 것들, 죽어가는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나는 것들이 모두 한 공간에 존재한다. 인위적인 가공이 없던 원래의 모습은 아마도 그러했던 것일 터인데, 원래 그대로의 빵을 구우며, 기다리며 나는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만난 빵들은 또 그 몸집이 이스트로 부풀린 빵에 비해 작은 편이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는 빵들의 몸집에 적잖이 실망할 법도 한데, 그 맛과 풍미에 맛을 들이면 그 기다림이 참으로 의미 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첨가물이 가미된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깊은 그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아마 자연과 생명이 모두 그 안에서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라 그러지 않을까?
그렇게 매일 같이 빵을 구우며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자연 그대로의 맛과 멋을 담은 조금은 투박하고 조금은 소박한 빵을 만나기를, 누구보다 멋지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소박하고 담백했던 하루하루의 일상을. 지금은 일상의 깊은 의미를 배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리라. 그리고 그 기다림이 길어도 결국 그 끝엔 다시 멋을 품은 일상을 만나게 되리라. 나는 그렇게 오늘도 자연이 주는 빵을 구우며 자연이 돌려줄 우리의 삶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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