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완기 / 사단법인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큰 아이가 결혼 6년만에 쌍둥이를 출산하였다. 나이 들어가며 가슴 설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토록 가슴이 설레고, 기뻤던 순간이 근래 있었던가 싶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만남’의 연속인 셈이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일가친척의 사랑과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직장 동료를 만나고,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를 만나고 그리고 마침내
손주를 만나게 된다. 물론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그 가운데 헤어짐의 아픔도 늘 함께 하는
것이지만, 이 복된 만남의 순간에는 온전히 기쁨이요, 충일한 생명의 원동력이 식었던 피를 뜨겁게
달구는 것만 같다.
병원에서 3일을 지낸 아이들이 마침내 퇴원하는 날, 코로라로 병원 출입은 통제되고 카톡
사진으로만 아쉬움을 달래던 차에, 카 시트에 나란히 누워 집에 온 손주들을 맞이하며 저절로
기도가 드려졌다. 그리고는 불현듯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에게는 ‘지혜로운 집’의 의미로 ‘智宇’라는 이름을, 손녀에게는 ‘지혜롭고 아름다운’의 의미로 ‘
智妸’라는 이름을 지어 두 아이를 위한 축복기도를, 아들을 향한 이삭의 축복 기도로 드렸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창
27:28)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 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네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창
27:29)
만 6년여를 내 앞에서 손주 자랑을 삼가하던 속 깊은 친구에게서 따뜻한 축하 영상이 날라오고,
지인들의 봇물처럼 이어지는 축하 메시지와 전화를 받느라 한동안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
가운데에도 같은 단체 회원의 인연으로 지내온 목사님 내외분께서 보내주신 축하의 말씀은 따로
잘 정서하여 손주들 머리맡에 놔 두었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 (눅 2:52)
손주들 과의 만남 덕분에, ‘삶’이란 말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삶’을 분철하여 보면 ‘ㅅ
ㅏ ㄹ ㅁ ‘의 형태가 되는데 결국은 ‘사람과의 만남’ 혹은 ‘살면서 만남’은 아닐까 혼자만의 억지
생각을 해본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살면서 좋은 만남만 이어지고,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사랑과 축복을 받고 나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끝으로 한 무명 시인의 손주 사랑을 담은 시 한편을 소개한다.
손주의 첫 뽀뽀, 쪼-옥 /
입술 닿은 볼에서 가슴으로 동그라미 그리며 /
손끝 발끝까지 퍼져나간다 /
숲이 흔들린다 /
지진이 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민완기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