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태양이 가까우면 호들갑스럽고
음식물이 열에 빨리 부화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사냥감만 겨냥한 채 얼마나 많이
우리는 어중간해 했던가
나사를 뽑다 말고
어설프게 남겨둔다든지
진입구가 통제된 극장 앞에서
암표상과의 흥정한달지
행인으로 드라마 한편 출현하고
온 친척이 눈을 비비며 찾게하는
검지와 엄지 사이의
밀어 넣다 만 방향 감각의 잔해
과연 대단하다
팽팽한 줄 위로 다리 한 짝 올려놓는 일만큼
찍찍이 위로 파리 날개 걸터앉은 일만큼
지구의 온난화로
프라이팬 생존이 위협받는 일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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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북반구도 적도 못지않게 뜨겁다. 개가 그늘을 찾아 바닥에 자빠지고, 말만 나오면 수영장이고
아이스크림이다. 대형 쇼핑몰과 은행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북적댄다. 더운 것이 진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30도도 높을 동네에서 40도 소식도 심심치 않다. 그런데도 물이 이제
겨우 끊는 온도라고 하는 것이 100도라면 40도는 여전한 새 발의 피다.
사람으로 태어난 모두는 100도라는 소망을 가지고 시작한다. 생의 첫 발걸음이 그렇고, 인생에
눈뜨는 소년 시기에 그렇다. 계절이 바뀌면 또 그렇게 새롭게 출발선에 서기도 하고 해가 바뀔 땐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다. 그 맛이 사는 맛을 더하는지도 모른다. 뒤엣것은 잊고 푯대를 향할 수
있다면 여전히 생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뒤돌아보면, 턱없이 높을 가능성을 허공에
남겨두고 그네가 흔들린 15도만큼만 살다가 진다. 가고 싶고, 갈 수 있었지만, 가지 못했거나 가지
않았다. 행복의 치수니, 척도니 이야기하지만, 성취감이 꼭 행복이라는 일치는 없다. 그것도 극히
대다수 사람이 자신의 목표에 밑도는 인생을 살지만,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은, 따끈한 중간
지점은 역시 가장 편안한 안전지대가 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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