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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땐 2017.11.10 (금)
내버려 두자 그립다는 것밥 먹듯 하자아침 점심 저녁먹었다 하면 배고프고왔다 하면 가버린다잡초가 무작위로 피듯여인의 어깨에 말초신경 곤두서듯세상엔 도저히 못 말릴 것투성이 그깟 그리움그립도록 버려두자. 
김경래
열대야 2017.07.01 (토)
오늘은 사나운 짐승과 싸우는 날이빨을 드러낸 칠월이치타를 등에 업고 사슴 코 앞에 들이닥쳤다토끼를 쫒으며 휘파람을 부는 코요테열대야 앞에 주눅 든 나의 차렷자세 등줄기 계곡에 여름 홍수 같은 물줄기와역류표 기름이 범람하는 숨구멍과 구멍 들열대야는 표정이 무서운 짐승이다 찜기에 들여놓고 불을 피우면개구리는 저도 모르게 익어갔지고통이란 시나리오는시간의 문제로 귀속되므로몸 전체에서 국물이 끓는 것은여름의 약탕기...
김경래
꽃의 짓 2017.03.04 (토)
상큼하다 했더니 웬걸 앙큼하다소리 없이 피더니 임의 마음 하나 훔쳐갔다정신줄 놓은 사이에 내 공들인 사랑은 헤벌쭉해졌다새침한 것, 발랄하기만 하다봄을 웃음의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았다온갖 죽어야 할 것들이 즐비한 땅 위에 발 디딜 틈 없이 피어정신줄 놓고 있어도 온 땅이 히죽거리게 하고 있다괘씸한.
김경래
눈꽃의 경우 2016.11.05 (토)
밤안개가 아침나절 살얼음이다 한랭전선 압박붕대로 물파스의 감도가 발을 묶였다 깁스된 입술이 달차근한 제설작업을 서두르고 제단 된 외투 날개깃은평상 위에서 목발처럼 곧다층진 눈꽃 성장판 심혈관 속에한 뼘 나무 동강을 던져내 걸음의 족보를 대신해 본다피부에 닿는 까끌한 자극에겨울은 매립지의 쓰다만 페인트를 뿌려댔구나토막의 부러진 입질은갑에 대한 을의 부도 수표몰매질이 남긴 꼬리표에는 무채색 지느러미 그어졌고돌아앉아...
김경래
맥주는 오줌을 닮아 찌린내가 나고오줌은 맥주를 닮아 술냄새가 난다닮은 것이 잘못이라면같은 냄새를 품지 않으리라그대와 내가 사랑하여같은 냄새를 머금으니사랑아우리는 그렇게 닮아 가는 것이 자연이다. 
김경래
벚꽃 2016.03.26 (토)
희생을 통해 봄을 배달합니다피는 것이 성숙이 아니라지는 것이 성숙이라니까요이른 빗물을 덮어쓰고 내려갈 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맥박의 주기만큼 사랑은 꼭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오리라 봐둔 거름같은 거처꽃말에 적은 언약대로 돌아올 거에요꽃은 냇물이었습니다위에 있었으니 아래로 흐를 수 있는 자유이미 갈 길이 있어 그냥 흐르면 되는 그 일은내가 떨어져 그제야 봄이 기지개를 활짝 켜는 주기처럼사람이 돌아올 자리를 펴 주는...
김경래
치과에서 2016.02.27 (토)
무식한 것이 있거나병든 것이 있거나때려잡을 것이 있으면갈고 닦고 찌르고 조이고 하지파렴치한 충치를 뒤엎어 땅을 고르는 시간이다농사는 만인을 먹여 살렸지만씹는데 드는 이빨의 각고는 벌레 만도 못할 때가 많다 열한 살 때 어금니를 뚫어 구멍을 낼 때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땐 옆에 계셨어도이빨로 내가 돌아가실 것 같았다건물 앞 육교에 던져졌던 충치의 보고서그때부터 이빨을 상한 것쯤으로 신경을 뚫는 행위를 저토록 야만스럽게는 하지...
김경래
가을의 해부학 2015.11.06 (금)
가을의 입자를 채집 중이다바람의 알집을 깨고 노른자를 주워담아성형외과 용 집도의의 칼로 채집된 조각을 분해하여각 사람에게 배달되는 쓸쓸함이란 범죄형 유전자를 도려낸다푸석한 낙엽의 옆구리에선비녀가 꼽혀 무거워진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미녀의 비녀를찰랑거리는 머리 사이로가지에 매달려 흔들릴 때문풍지 너머 훔쳤었다갈망이라는 글자 그때 알았는데다 지고 나니 추억으로만 남았다떨어진 것이 왜 달린 것보다 가벼워야 하는가물...
김경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