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더 늦기 전에

김진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0-11 17:01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느덧 희수喜壽에 접어들었다. 시작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 햇수를 말하기 부끄럽지만
올해에는 반드시 마치리라고 단단히 마음 먹었던 성경필사를 드디어 생일 맞기 전에
마쳤다.
    어느 한 해에 가까운 분 몇을 영원히 잃었고 그 중에 에드먼튼에 살고 있던
동생의 남편이 너무도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났다. 유해를 고향으로 안고 가야 하는
동생이 너무도 안쓰러워 동행하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 본가에 머무는 동안 일가 친척
및 친지들을 방문하고 또 가까운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대학생활을
같이하며 나에게 특별히 믿음생활을 잘 하도록 본이 되어 준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성경을
쓰고 있다면서 필기성경 공책 두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 해에는 홀로 계신 시어른을 모시고 있는 때여서 가능한 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필사를 시작하기 좋은 때였다. 그 해 성탄절 이틀 앞두고
시어른께서도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그때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계획한 분량을 열심히
썼지만 얼마 지난 후에는 지루해져서 쉬엄쉬엄 쓰다 보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필사를
끝내면서 이것을 하도록 동기를 주었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알게 된 것은 그는 신
구약을 두 번, 그리고 영어로 신약만 한 번 더 썼는데 손주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줄 거라고
했다. 시력이 나빠지고 손 힘도 없어져 가니 이제라도 한 번 마친 것으로 내 자신을 칭찬
했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도록 또 도전을 받았다. 이제 가을이 되면 더 늦기 전에
영어로 신약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혼자만 하고 스스로 만족에 빠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은 참으로 본 받을 만 하다.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천직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한 때는 음악치료사가 되고 싶었다.
육체적인 돌봄뿐 아니라 정신 간호에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어 직업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알아보니 대학원 과정으로서 등록 조건에 피아노 수준이
토론로 음악원(TCM)의 그레이드 9 이 필요했다. 오래 전에 그레이드 8 까지는 수료증을
받았지만 손 인대에 문제가 생겨서 그레이드9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3년
전쯤에 우쿨렐레를 배울 기회가 왔다. 내가 배워서 익힌 것을 한 두 사람씩 전달하여 이제
제법 열 명 정도의 그룹이 되어 간다. 음악적인 배경이 각각 달라서 배움의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다르다. 어떤 자격증도 갖지는 않았지만 피아노 공부할
때 이론을 겸해서 공부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음악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영어로 공부하다 보면 일상의 대화와는 다른 분야의 용어를 배울 수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실기뿐 아니라 전공자들이 치르는 이론, 역사를 겸해서 배우고 시험에 도전했던
것이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악보를 읽으려면 시력이 좋을 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다.
    피아노는 일정 장소에만 허락되는 악기이지만 우쿨렐레는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근래에는 이 꼬마 악기를 들고 양로원에 방문하기도 하고 특히 교회나
다른 소 그룹에서 함께 노래하며 즐길 수 있어서 더 늦기 전에 이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감사하다. 양쪽 손가락 끝을 계속 사용해야 하므로 뇌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한다. 함께
연습하는 동료들 중에 이것을 통해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고 우울증도 좋아졌다는
체험담을 들을 때 더욱 보람을 느낀다. 이것이 전도의 도구로도 씌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한다. 더 늦기 전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평생 현역 2024.01.02 (화)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난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라앉는 기분이지만 천운을 어찌하겠는가! 친하게 연락을 주고받던 대학 선배님이 최근에 갑자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달여 전에도 카톡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그때 코비드 감염으로 몸이 몹시 아프다고 했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실 줄은 생각 못 했다. 사인은 코비드 보다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의한 충격에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니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김진양
오카나간의 추억 2023.07.24 (월)
  작년 여름 휴가철에 두 아들이 주말 휴가를 제안해서 모처럼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COVID19로 인해 많은 사회적 제약을 견뎌내고 다행히 아무런 탈 없이 지내 온 것에 감사했다.  맏아들은 회사 일로 뉴욕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라서 저녁 늦게 도착하여 하룻밤 지내고 아침에 함께 떠날 계획이었다. 단 네 식구만의 움직임이라 기대가 컸다. 새벽에 아들이 서두르며 나가려 하기에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밤중에 메시지를 받았는데 회의에...
김진양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줌으로 기도회를 마치고 등산 준비한다. 며칠 전 내린 첫눈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을 붙들어 놓는다. 시시각각 예보되는 날씨를 점검하면서 과연 이번 주말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중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날씨는 쨍하지만 나를 포함해 함께 걷는 회원의 연륜이 높아져서 그냥 카페에서 만나 커피 타임만 갖자는 마음이 쌩하다.   이십 여 년 전에 여러 명의 교우와 건강 이야기를...
김진양
올봄에 우리 집 앞뜰에 도그우드 (Dogwood) 묘목 한 그루가 심어졌다. 어느새 이 타운하우스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옆집과 공동 소유인 한 뼘 앞마당에 다년생 화초들과 제법 커다란 캐나다 단풍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사 온 지 아마 3년 쯤 됐을까, 거실 앞 유리창 가까이에서 그늘이 되어주던 단풍나무에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후 두어 해 지나고 결국 관리부의 결정으로 베어버리게 되었다. 곧 새 나무로 심어 준다고 한...
김진양
도그우드의 전설 2022.06.15 (수)
올봄에 우리 집 앞뜰에 도그우드 (Dogwood) 묘목 한 그루가 심어졌다. 어느새 이 타운하우스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옆집과 공동 소유인 한 뼘 앞마당에 다년생 화초들과 제법 커다란 캐나다 단풍나무가 있어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다. 이사 온 지 아마 3년 쯤 됐을까, 거실 앞 유리창 가까이에서 그늘이 되어주던 단풍나무에 병이 들기 시작하더니 그 후 두어 해 지나고...
김진양
추억의 여행길 2021.10.28 (목)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되려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 범유행 시기를 지내면서 여행에 얽힌 크고 작은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와이섬 크루즈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출발하여 15일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 있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니 한결 수월할 듯해서 그 항해를택했다. 출항해서 5일 동안 망망대해만 바라보며목적지에 도착하면 5일간 이 섬 저 섬 하루씩관광하고, 다시  5일...
김진양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미국 동부에 한 노인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시는, 나와 띠가 같은 숙모님께서 작년 말에 90세를 맞으셨다. 미국 생활을 감사해하시며 매일 노인정에 다니는 것을 낙으로 살아오시다가 지난해 봄부터는 코비드-19로 인해 나들이를 못 하신다. 자녀 가족들은 생신에 모여서 축하해 드리려던 계획을 미루어야 했다. 나는 특별한 생신이므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 드리려고 미리 카드를 준비해 놓고...
김진양
희망 선율과 함께 2020.12.21 (월)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요즈음 방송 중에 많은 부분을 노래와 예능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그런 시간이 늘어가는 것 같다....
김진양